다뉴브강 산책 라이딩을 마치고 유턴하여 돌아가는 길에 이색적인 자전거 트레일러가 보여 멈춰섰다.

보아 하니 알루미늄 재질은 아니고 철제빔에 도장한 듯 싶다.

이 지역은 거의 평탄하기에 굳이 비싼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지 않아도 끌고 다니기에 무리없어 보인다.

 

몇년 전에도 한국에서 유사한 걸 본 적은 있지만 조금 다른 구조로 보인다.

미캐닉엔 좀 어두운 편이라 어떤 장점이 있는지 금방 와닿진 않지만

창의적인 발상과 실천에 고개 숙일 따름이다.

 

앞바퀴 허브에 모터가 있고 물통 자리에 배터리가 있어서 무게 중심도 낮아서 좋고 무엇보다 깔끔해서 좋다.

일반 자전거에 모터와 배터리 그리고 컨트롤러를 덕지덕지 붙인 건

배선 상의 전기적 안전성이나 주행상의 안전성에 간혹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럽에선 전기자전거가 생활자전거로서 빠르게 대중화되어 가는 추세임을 실감케 된다.

이분도 대단한 자전거 매니아로 보인다.

 

 

시골 마을의 작은 공원에서 - 깔끔해 보이는 공원 조성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차량통행도 적지 않아 안전 라이딩을 위해 백미러로 후방 주시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

다행히 대형 차량은 거의 없고 대부분 승용차들이다.

 

문득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해바라기' 영화에 나오는 노랑색 천지의 해바라기 꽃밭 풍경이 떠오른다.

두 사람의 이루지 못한,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을 보면서 덩달아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씨앗 하나가 바람에 날려 왔는지 뚝 떨어져서 외롭게 피어있다.

혹시 이 씨앗에 영혼이 있어서 일부러 조용히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어 스스로 날아왔는지도 . . .

웬일인지 리처드 바크의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갈매기의 꿈)'이 떠오른다.

 

동네 중년층으로 보이는 분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게 보여

갈증난 목도 축이고 잠시 쉬어갈 겸 페달을 멈추고 다가가 보았다.

 

자전거를 생활화한답시고 큰돈 드는 자전거길 만들는 것도 좋지만

큰돈 들지 않는 자전거 주차대를 틈틈히 많이 만들어 주는게 훨씬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본다.

 

헝가리 맥주로 하나 달라고 했더니 소프로니(Soproni)라는 걸 선뜻 추천해 준다.

 

한국서도 지방엘 가면 그 지방의 고유한 막걸리를 찾아 마시듯이

유럽서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맥주와 포도주가 있어서 새로운 맛을 시도해 보는 경험이 마냥 흥미롭다.

​1895년부터 만들어졌다니 꽤 유명한 맥주인가 보다.

그러나 진정한 술의 맛은 술 그 자체가 아니라 술좌석에서의 격의 없는 대화가 아닐까 한다.

 

오늘 농사일들을 끝내고 하루의 피로를 맥주 한잔과 함깨 푸는 모습이

우리네 농부들이 삼삼오오 막걸리로 하루를 정리하는 모습과 오버랩되어온다.

 

각 방마다 하나씩 열쇠가 있단다.

 

한분이 내게 새 맥주 한병을 선뜻 선사해 주신다.

이 맥주는 우리돈으로 약 천원 쯤하던데 아무튼 나그네의 목을 축여주는 친절함에 고맙기 짝이 없다.

행복이 따로 없고 천사가 따로 없다.

 

혹시 보드카 아니냐니까 몸에 좋은 헝가리 전통주니 꼭 마셔보란다.

한잔 쭉 들이켜보니 꽤 돗수가 높아보여 고량주와 보드카 중간 쯤 가는 것 같았다.

 

새차로 들여왔는지 중고차로 들여온 건지 모르겠지만 상태는 여전히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어제는 가전제품 매장이나 IT기기 매장에서 삼성 제품이 맨 앞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모습에

나자신까지 덩달아 우쭐해졌는데 오늘도 계속해서 기쁜 마음이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예전과 달리 그만큼 높아진건 사실이지만 그건 껍데기일 뿐

인재 사고나 골치 아픈 정치 뉴스를 들을 때마다 원칙이나 시스템의 부재로 아직도 선진국은 멀었다고 느껴진다.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헝가리어는 전혀 못알아 듣지만 내게 몇마디 영어를 섞어주면 대충 알아들을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의 오랜 동네 친구들인지 아주 절친한 사이로 보여 옆에서 보는 나마저도 흥겨운 기가 듬뿍 전해진다.

 

그나마 기본적인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서 고마웠다.

불어를 제대로 배웠길레 같은 라틴어 계통인 스페인어나 폴투갈어 그리고 루마니어까지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다.

아, 이태리어를 좀더 잘 배워놨을 걸 . . .

그래도 기초적인 러시아어를 배워 놓았으니 이번 발칸반도에서의 슬라브어권에선 꽤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뭐, 듣기 좋으라고 하는 멘트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기분은 좋다.

사진이나 거울에 비친 모습에선 영락없이 내 나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지만

의료보험공단에서 신체검진을 받아보니 신체연령이 마이너스 5세라고 했을 땐 사실 좀 서운하고 아쉬웠다.

내 생각엔 열살 쯤 마이너스일 거라고 믿어 왔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