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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3월 10일, 전쟁의 상처가 진물을 흘리고 있던 전남 목포에서 신동이 태어났습니다. 바둑 천재 조훈현. 여섯 살 때 서울로 올라와 본격 바둑수업을 받고 아홉 살 때 최연소 프로기사가 됩니다. 이듬해 일본 세고에 겐사쿠 9단의 제자가 됩니다.

   
세고에 겐사쿠는 평생 3명의 제자만 뒀습니다. 조훈현과 일본의 하시모토 우타로, 중국의 우칭위안(吳淸源)이었습니다.
   
1972년 3월 조훈현은 군대에 가기위해 귀국합니다. 스승은 하늘이 무너진 듯 한숨을 쉽니다. 한국 병무청에 직접 탄원서를 내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7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세고에는 두 통의 유서를 남겼는데, 한 통은 가족에게 ‘노구로 더 이상 신세지기 싫어 먼저 떠나고자한다’는 내용이었고 또 한 통은 친구와 후배들에게 ‘조훈현을 꼭 다시 데려와 대성시켜 주기 바란다’는 간절한 부탁이었습니다.
   
일본 신문은 일제히 세고에가 한 달 전 가스를 마시고 자살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따라 자살했다고 보도했지만, 제자를 그리다 자살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세고에는 제자 조훈현이 군대에 간 후에 자살했다’고만 돼 있습니다. 얼마 전 동아일보 김화성 기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조훈현은 이렇게 말했더군요.
   
“스승의 죽음을 듣고 한동안 머릿속이 하얗고 멍했다. 그분은 대들보에 목을 매단 게 아니라 앉아서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졸라 돌아가셨다고 했다. 역사상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열이면 열 스스로 손을 놓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승은 대꼬챙이 같은 분이셨다. 친구 가와바타의 자살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아마도 나의 귀국이 90% 쯤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느낀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더구나 그 몇 달 뒤에 내가 강아지 때부터 키웠던 아키다견 벵케이가 밥을 안 먹고 비실거리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 이야길 듣고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스승의 죽음에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나왔다. 내가 떠나는 날 낮게 낑낑대며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세고에가 자살하자 당시 일본 언론은 사람이 자신의 목을 졸라 죽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논란을 보도합니다. 사람은 목을 조르다 무의식중에 손을 놓아버리게 돼 있다는 겁니다. 세고에는 초인적 정신의 소유자이므로 이런 자살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최근의 법의학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로 봅니다. 법의학에서는 목이 눌리면 숨을 못 쉬어 죽기보다는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뇌졸중이 생기거나 목에 있는 굵은 신경이 자극받아 심장에 부정맥이 일어나 숨진다고 해석합니다. 목뼈 손상도 사인입니다. 고령의 세고에가 목을 눌렀을 때 급성 신체 반응에 의해 숨졌던 것이지요. 
   
어쨌든, 스승의 간절한 바람대로 조훈현은 세계적 기사가 됩니다. 그 또한 ‘돌부처’ 이창호의 스승으로 대한민국 바둑의 격을 높입니다. 제자가 떠난 자리를 보면서 가슴 아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스승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스승이 있고, 천재는 훌륭한 스승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8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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