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지금 패밀리 오토캠핑이 대세다. 복잡한 문명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려는 캠퍼들이 점점 늘고 있다.

대한민국에 캠핑 바람이 거세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 간 거세게 불었던 등산 열풍 대신 캠핑이 들풀처럼 번지고 있다. 캠핑은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어선 나라에서 유행하는 선진국형 아웃도어 활동이다. 대한민국 역시 꾸준히 2만 불 소득을 넘기면서 탄탄한 경제 기반 아래 캠핑이 전 연령층의 레저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캠핑 붐은 방송프로그램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프로그램 ‘1박2일’은 캠핑 붐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TV 프로그램들이 야외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전국적으로 방송하면서 캠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더불어 웰빙·로하스·힐링 등 자연과의 교감을 추구하는 이슈가 끊임없이 대두되면서 문명을 벗어나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캠핑에 쏠렸다.

▲ 캠핑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다양한 행사를 통해 캠핑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캠핑 붐은 아웃도어 시장의 판도도 바꿔놓았다. 캠핑이 서서히 불붙기 시작한 2008년 고작 7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2009년 1100억원, 2010년 2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 해에는 3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관계자들은 올해 캠핑 시장 규모가 4000억원을 상회해 당분간 급격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캠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캠핑 빅 3인 코베아·스노우피크·콜맨이 주도했던 캠핑 시장을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캠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용품을 대거 선보이기 시작한 것. 캠핑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를 따라잡을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 드넓은 대지와 널찍한 캠핑 장소 등 캠핑하기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카라반을 이용한 캠핑이 대세다.

▲ 일본의 캠핑 문화 역시 대부분 정착형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캠핑 문화를 발전시켜온 일본인들은 오토캠핑뿐 아니라 가벼운 백패킹도 많이 즐기는 추세다.

동양 vs 서양=정착 vs 이동
캠핑의 형태는 크게 이동형과 정착형으로 나뉜다. 이동형은 미국과 유럽에서 발달한 캠핑의 형태다. 사실 캠핑 역사의 시초는 1800년대 초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대한 개척 시대가 열렸지만 야생의 땅에 마땅한 숙박시설은 없었고, 생존을 위해서는 캠핑, 즉 야영이 필수였다. 사람들은 야영에 필요한 생활필수품들을 처음에는 말로, 다음에는 마차로, 그 다음에는 자동차로 발전시켰고 오늘날 오토캠핑의 기반을 마련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오토캠핑은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인들은 넓은 땅을 자동차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캠핑하기 시작했고, 육로로 이웃나라를 넘나들 수 있는 유럽인들은 트레일러, 텐트, 방갈로 시설 등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캠핑 문화를 발전시켰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의 캠핑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정착형이 대세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일본과 땅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는 트레일러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캠핑 역사가 길지 않아 캠핑장 수가 많지 않고 공간이 협소한 것도 한 이유다.

다소 뒤늦게 출발한 대한민국의 캠핑 문화는 현재 과도기다. 초창기에는 가족 중심의 패밀리 캠핑이 대세였다. 물론 현재까지 패밀리 오토캠핑은 국내 캠퍼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수를 자랑한다. 패밀리 캠핑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족과의 유대감 형성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가족 간의 대화가 여유로운 캠핑장에서 이뤄지면서 소원했던 유대감이 끈끈해지기 시작한 것.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패밀리 캠퍼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왁자지껄한 캠핑장 대신 인적 없는 원시의 자연을 찾아 떠나는 오지캠핑족들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멀 캠핑과 솔로캠핑, 오지캠핑 등 보다 다양한 캠핑이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번지고 있다. 보통 4인 가족이 이동하는 패밀리 캠핑은 필요한 장비만 챙겨도 무게와 부피가 어마어마하다. 대형 텐트와 타프·의자·테이블을 비롯해 각종 주방용품과 침구류 등 짐이 상당해 캠핑 한번 떠날 때마다 소규모 이사나 다름없다. 반면 미니멀 캠핑은 패밀리 오토캠핑과는 달리 최소한의 장비만 구비한 캠핑이다. 더불어 부피가 작고 가벼운 제품들을 선택해 사이트를 구축하고 해체하는 작업이 간편하다.

▲ 솔로캠핑은 자연과 내가 온전한 교감을 이룰 수 있다.

솔로캠핑은 말 그대로 홀로 떠나는 캠핑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떠나는 왁자지껄한 캠핑 대신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사색하고픈 캠퍼에게 이상적이다. 오지캠핑은 다양한 캠핑 문화를 경험해 본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이 크게 유행하면서 주말이면 전국 방방곡곡의 캠핑장은 시장통처럼 왁자지껄하다. 오지캠핑은 시끄러운 캠핑장에서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진정한 캠핑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이들에게 캠핑장은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오지다.

패밀리 캠핑・미니멀 캠핑・오지캠핑・트레일러 캠핑…. 대한민국은 현재 다양한 캠핑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사실 자연을 오롯이 즐기는데 캠핑의 형태가 중요하지는 않다. 어떤 형태의 캠핑이든 행복하고 즐겁다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문화다. 조용히 사색하는 이웃 캠퍼들을 배려하는 것.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야 말로 캠핑 인구 120만 명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할 문제다.

▲ 자전거 여행이나 백패킹을 떠나는 사람들은 가볍고 부피가 작은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미니멀 캠핑을 즐긴다.

▲ 왁자지껄한 캠핑장 대신 인적 없는 원시의 자연을 찾아 떠나는 오지캠핑족들이 점차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