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짐을 꾸리는데 좀 익숙해진 듯 하다.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원하는 물건이 어디있는지 알고 신속하게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상당한 정신력,체력이 낭비된다.

이것을 위해 출발 전에 패니어에 표시를 해보았지만 곧 쓸데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물건 종류가 한두개가 아니고 그것을 패니어에 모두 기록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며,

종류가 많아지다보면 패니어에 적힌 작은 글씨를 읽어내려가는 것도 아주 피곤하기 때문이다.

나는 

LF(좌측 프론트) - 식기류, 간식                     RF - 공구류, 론리 플래닛 책, 전자기기

LR(좌측 리어) - 식량 및 식수                        RR - 의류, 담요, 접이식 의자

(식수는 무게 배분에 신경써서 고루 수납했다.)

로 자연스레 구분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직관적으로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식기와 식량을 좌측으로 몰아놓아 휴식할 때 자전거를 우로 눕히고 끼니를 준비하거나 간식을 먹기에 편하도록 했다.

Boorabin National Park 는 하루만에 통과하기 버거워서 중간에서 야영할 계획이다.

이틀치 식량, 식수가 있으면 문제없을 것 같다.

7시 30분 쯤 출발했다.

부라빈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자전거타기에 좋지않았다.

갓길이 좁고 포장상태도 말끔하지 못했다.

캐러밴 팍 냉동실에 얼려놓은 커피가 이토록 큰 힘이 될 줄 몰랐다.

캐러밴 팍을 이용할 때는 물을 항상 얼려놓아야겠다.

휴식할 때는 자전거를 갓깃에 눕혀놓고 좌측 패니어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다.

패니어때문에 구동계에 손상을 입을 일은 없지만 눕히는 방향 페달을 위로 올린다음 눕혀야 한다.

옐로다인은 상당히 작은 마을이었고

수퍼마켓(Coles, IGA, Woolworths)이 없고 비싼 로드하우스나 주유소에 딸린 스토어 뿐이라 지나쳤다.

Coolgardie(쿨가디)까지 150km 남았다.

하루 안에 주파하기 힘든 거리다.

지평선 끝까지 산이 없고 대부분 풀숲(bush)이나 작은 나무들이다.

이날도 날이 엄청나게 뜨거웠다. 체감상 40도를 훌쩍 넘는 듯 하다.

부는 바람은 건조한 열풍이고, 햇빛에 달구어진 수통의 물을 마시면 다소 깜짝 놀랄 정도로 뜨겁다.

햇빛에 달구어진 패니어 안은 사우나처럼 후끈후끈하다. 

땀이 나자마자 곧 말라버리기 때문에 땀이 나는지 안나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

비타민 보충용으로 퍼스에서 사왔던 주스인데

아주 빵빵하게 부풀어있어 냄새를 맡아보았더니 술로 변하고 있었다...

운전자들을 위해 마련된 휴식장소이다. 나무그늘이 있고 화장실이 있다.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저 표지판은 무지하게 반갑다.

쿨가디 근처에 왔다는 표지판이다.

휴식장소에 도착했더니 수도가 없다.

내륙으로 들어갈 수록 물 구하기가 힘들다.

어제 사둔 스프링 밸리 주스를 마신다.

앞서 다녀간 자전거 여행자들의 기록이 테이블에 적혀있었다.

나 역시 좋아하는 문구를 적어보았다.

 여행을 계획할 때, 어느 자전거 여행객 분의 블로그에서 참조한 글귀 ^^..

한참을 더 달려 부라빈 국립공원으로 접어든다.

그냥 직선. 직선 뿐이다.

하이웨이 가에는 사고난 차량의 흔적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고, 터져버린 낡은 타이어가 정말 많다.

밤낮없이 엄청난 거리를 고속으로 달리는 로드트레인의 타이어일 것이다. 엄청난 거리를 장시간 달리다보면

졸며 운전하기 일쑤라고 한다. 하이웨이를 달리면서 졸음을 경고하고 잦은 휴식을 강조하는 표지판을 많이 보았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스키드마크 역시 졸음운전중에 생긴걸로 생각된다.

부라빈 국립공원 내에서 화장실과 테이블이 있었다.

여기엔 수도가 있었다.

벌써 오후4시가 넘었고 나는 이 근처에서 야영할 것이다.


파리가 얼마나 많은지 도를 넘어 사람을 환장하게 한다.

눈코입귓구멍에 달라붙어 간지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 숨을 가쁘게 들이쉴 때 입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특히, 불모지에서 사는 것들이라 덩치가 작고 빠르다.

퍼스에서 산 모기망을 머리에 썼다.

날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어도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아 한참을 그늘에서 쉬었다.

체온이 올라가면 멍-해지며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

황소개미(Bull ant)의 집.

개미 덩치가 커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개미 구멍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쉬다가 주위를 좀 돌아다니다가 도로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셸터를 발견하고

짐을 꾸려 이곳으로 왔다. 

2007년에 있었던 부라빈 국립공원 내의 대형 화재에 대한 조문 셸터였다.

화재 진압에 힘쓰다 죽은 3명의 트럭 드라이버들

거미 알집 인가요, 먹이를 싸놓은 것인가요?

새끼 거미들

셸터를 찾은 후 텐트 세울 힘이 없어서 힘겹게 바나나 2개, 빵, 라면(나가사끼) 하나를 먹고서야 겨우 텐트를 세울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눈이 팽팽 돌아간다. 아까 Yellowdine 에서 시원한 걸 마시고 먹을 것을 샀어야 했다.

욕심이 앞서 뜨거운 도로 위를 계속 달리다보면 감각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

음식 섭취와 체온 관리, 휴식의 빈도를 더 늘려야 한다.

도로에서 벗어난 국립 공원에는 나와 지구밖에 없다.

인간의 말, 인간의 관습을 모두 집어던지고 한 생명체로써 지구를 마주한다.

널라보 플레인을 달렸던 사람들은  이보다 더 거대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해가 조금 기울어 기온이 조금 떨어지니 파리는 물러가고 모기 떼가 몰려온다.

이 역시 파리 못지 않게 살인적이라 서둘러 씻고 텐트로 들어갔다.

텐트 밖에서 모기들이 오케스트라 합주를 한다.

한놈이 텐트 안에 들어왔는데 운 좋게도 수월하게 잡았다.

-주행거리 : 99.8km

-지출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