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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13. 쑤저우를 지나 상해로
중국에 온 지 한 달이 된 오늘 현재 kunshan이란 곳에 와 있다.
요즘 계속 중저가 체인형 주점(2성급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여가주점에 여장을 풀었다.
오늘도 운이 좋았다.
매번 성공하는건 아니지만, 한국인이라서 잘 모른다는 식으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디스카운트를 말하자, 이번에도 약간의 절차를 거쳐서 99위안(18,000원)에 방 키를 넘겨주었다.
이런 숙박업소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인터넷 속도가 꽤 빠른 지점이 걸리는데, 오늘이 그렇다.
보통은 사진 한 장을 네이버 편집기로 옮기는 시간이 1~5분 정도 걸리지만 여긴 5초면 올라간다.
그렇다는 얘기는 곧....오늘 스크롤 압박 좀 각오하셔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 게시물은 별다른 주제 없이, 그동안 인터넷이 느려서 못 올렸던 사진들을 주섬주섬 모아 다 올려볼 생각이다.
대신 기본 자전거여행기 모드에 충실하게, 초보 여행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은 정보들 위주로 작성해 보려고 한다.
먼저 소소한 아이템 소개 하나..
자전거 여행에서 '삼각대'라는 게 딜레마다.
폈을 때 1m 이상 되는, 제대로 된 삼각대를 가져가자니 부피와 무게가 만만찮다.
그렇다고 매번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자니, '카메라 괴담'(사진기를 넘겨주자 계속 뒤로 가다가 광속으로 도망가더라는..)이 부담 되고..
어떤 사람은 고가의 DSLR이라 부피나 무게 상관없이 제대로 된 묵직한 삼각대를 갖고 다니고, 어떤 여행자는 경량화된 삼각대(70cm)로 안정성과 높이를 약간 포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삼각대는 바람 불면 쓰러질 확률도 있고, 높이도 낮다)
난 그냥 이런 걸 갖고 왔다.
배송비와 비슷한 가격이라 두 개를 사도 만원이 안 넘었다.(오래전 구입한 거라 구입처를 모릅니다. 문의하셔도 답변 불가)
자체적으로 높이를 확보할 수 없는 구조이니 1m 이상 되는 구조물 위에 올려놓고 찍어야 한다.
각도 조절은 일반 삼각대와 비슷하니까 지형만 충족된다면 없는 것보단 훨씬 낫다.
난 개를 좀 심하게 좋아한다.
앞으로 내 여행기에 개 사진이 종종 올라오겠지만 아마 그것마저도 꽤 자제한 정도일 것이다.
며칠 전 상주 시내를 걷고 있었는데 요런 놈 하나가 나에게 뛰어온다.
그런데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주인이 안 보인다.
그리고 이놈이 뛰쳐나왔을만한 상점 또한 안 보인다.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놓아줬는데, 뒤뚱거리면서 차도 쪽으로 걸어간다.
중국의 차도는 몇 가지 '중국식 법칙'을 지키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하다.
이렇게 구출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되지도 않을 가능성을 두고 갈등이 요동쳤다.
(패니어 하나를 비우고 이놈을 데리고 다녀?)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그러나 한참을 돌아다녀도 주인을 찾지 못했고, 발견 지점에서 상당히 떨어진 위치에 있는 미용실에 갖다 주었다.
미용실 아가씨들이 좋아서 난리가 났다.
중국의 대도시 물가는 한국 못지 않지만, 그 외에는 아직 싼 물건들이 많다.
난 중국에 와서 추천하고 싶은 먹거리 세 개가 생겼다.
그중 하나는 과일인데, 한국에선 비싸서 못 먹는 저런 배 하나가 200원 정도 한다.
오렌지는 한 봉지를 사도 2,000원을 안 넘는다.(대신 한국 과일만큼 달지는 않다)
그다음은 맥주인데, 한국에선 희태맥주(HITE)보다 비싼 칭다오맥주(600ml)가 500원도 안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군고구마가 엄청나게 비싸졌다.
중국에선 저런거 두 개에 천원도 하지 않는다.(이건 한국것 만큼 달다)
상주에서 나와 쑤저우(소주)로 가는 길에 본 이정표인데, 중국 특유의 오차를 감안해도 저건 좀 심했다.
쑤저우까지 90km가 넘고 상해까진 200km 정도 되는 위치인데 120km라니...
어쨌든 잠시지만 인력으로 가야 하는 자전거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한 시간을 넘게 달려서 나온 표지판이다.
상해까지 166km가 남았으니 이제 좀 실제 거리에 가까워졌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이름 모를 어느 도시에 진입했다.
사진상 위치는 식당이 2층에만 있던 대형 상점가였는데, 이분은 자전거를 가지고 올라가지 못하는 것에 고민하고 있던 우리가 점심을 다 먹을 때까지 자전거를 철통같이 지켜주셨던 고마운 경비원이다.
박대리 자전거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이렇게 쉬운 건 내 담당이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초보 여행자들을 위해 내 여행기에서 한 번쯤은 기본 매뉴얼을 짚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단계별 사진을 찍었다.
(고수분들은 그냥 마우스 쭈욱 내려서 통과하시길..)
먼저 뒤 기어를 가장 높은 단에 놓는다.
림브레이크일 경우 바나나관으로 연결된 브레이크암을 빼서 벌려 놓는다.
큐알을 풀어서 바퀴를 탈거한다.
바로 패치를 하는 경우엔 안 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웬만하면 빼서 하는 게 유리하고, 난 더군다나 튜브를 바로 갈아버리는 스타일이라 반드시 빼야 한다.
프레스타벨브인 경우 고정링 볼트를 빼내고..
타이어주걱 두 개를 이용해 지렛대 원리로 타이어 한 쪽을 바깥으로 뺀다.
타이어주걱은 부러질 경우를 대비해서 여분 1개 정도 더 챙기는 것이 좋다.
그다음은 정해진 순서대로..
튜브 빼고..
구멍 확인하고..
타이어 안쪽의 이물질 확인하고..
포획된 이물질에게 다신 그러지 말라고 훈계를 한 후, 원래 이놈이 살던 길가 화단으로 휙 던져주면 된다.
아직 펑크를 낼 정도는 아니지만 혹시 박혀있을지 모르는 다른 이물질이 있나 한 번 훑어서 확인해주고..
새 튜브를 넣어준다.
이 때 튜브에 어느 정도 바람을 넣은 후에 집어넣어야지, 안 그러면 접힌 채로 들어가서 바람을 넣었을 때 찢어지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혹시 접힌 곳은 없는지 돌려가면서 많이 주물러 준다.
바람 넣어주고..
바퀴 장착한 후 브레이크암 연결해주고, 기어 세팅 상태와 브레이크 밸런스 체크해주면 끝이다.
쑤저우 가는 길에 이상한 돌들을 쌓아 놓은 적재장이 보인다
이 돌들은 어디에 쓰일까...?
기이한 형태로 봐서 퇴적암은 아니고 화산암인 것 같다.
박대리가 돌만 찍지 말고 자기도 찍어 달란다.
헉...뒤에서 내 자전거보다 쪼끔 더 무거운 괴물 하나가 돌진해 오고 있다.
한국같으면 "알아서 피해가겠지.." 하겠지만, 중국이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얼른 카메라 집어 넣고 도망가듯이 자전거에 올라 탔다.
역시 중국이라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인사사고는, 오토바이에서 자다가 떨어져서 다친 경우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쑤저우의 상징물 중 하나인 호구탑(기울어져 있어서 중국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린다)이 보이는걸 보니 쑤저우에 거의 다 왔다.
숙소 잡고 나오자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인근 야시장엔 천원짜리 볶음밥과 각종 야식거리가 가득하다.
다음 날, 전날 교체했던 튜브의 펑크를 때웠다.
패치용품은 한국의 벼락표 패치세트가 가장 우수한 것 같다.
싸고, 양 많고, 잘 붙고..
구멍 난 부위를 사포로 약간 갈아준다.
본드 바르고
1분 후 패치를 붙인다.
꾹꾹 눌러준다.
저 비닐은 떼어도 되고 안 떼어 내어도 된다고 하는데 난 그냥 붙여 둔다.
다음 날 본격적인 쑤저우 관광을 했다.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쑤저우는 곳곳에 물길들이 퍼져 있다.
고풍스러운 해상도시의 모습들이 쉽게 눈에 띈다.
거리엔 관광용 인력거들이 수시로 돌아다닌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골목 탐방에 들어갔는데, 중국 도로의 기본 법칙을 지키지 않은 몇몇 차량들 때문에 앞뒤로 꽉 막혀버렸다.
고성이 오고 갈 만도 하지만, 중국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일본이 댜오위다오 섬을 폭파시켜도 이 할아버지는 계속 구두를 수선하고 계실것 같다.
유성 하나가 옆 동네에 떨어진다 해도 이 할아버지는 뻥튀기 기계를 돌릴 것이다.
조만간 미슐랭가이드에서 이 호떡 노점상에게 별 세 개를 줄지도..
3대조 할아버지가 무림을 지배했을법한 이 칼잡이의 포스는, 다스베이더가 무릎을 꿇고도 남겠다.
쑤저우의 상점 건물들은 유적지 수준이다.
유네스코는 자신들이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서 보일러 배관이 팔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까..?
유네스코든 뭐든 일단 먹고사는게 가장 중요하다.
언젠가는 나로호가 이 부품으로 사람을 실어 나를 수도 있다.
못 믿으시겠다고?
나로호의 원형이 이렇게 버젓이 있는데도?
쑤저우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졸정원에 갔다.
중국에 온 후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요금은 1위안(180원)
졸정원(拙政園)은 동북가(東北街)에 위치한 정원으로, 면적이 5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대형 정원이다. 원래 이곳은 대굉사(大宏寺)라는 절이었는데, 명(明) 정덕(正德) 연간(1506~152...
잠깐!
이분들의 표정을 보고도 이 여행기에서 지식백과사전 수준의 정보를 바란다면 너무 언발란스 하지 않은가..
정 궁금하면 오백원을 먼저 내시든가, 아니면 검색으로..
버스 타고 이분들과 같이 졸다 보면 졸정원에 도착한다.
진입로 주변은 온통 관광용품 상점이다.
여긴 졸정원은 아니고 무슨 박물관 같은데, 어제 라이딩 하면서 본 돌무더기와 같은 기암괴석이 들어가 있다.
어디다 쓰는가 했더니 이런 조경석으로 쓰는구나..
입장료는 1인당 9천원이다.
무려 1m 줄을 선 끝에 입장권을 샀다.
중국 유적지 입장권 치고는 싼 편인데 왜 이리 한산할까..
곳곳에 지도가 있어서 별도의 안내가 필요 없다.
우리가 목숨 걸고 찍은 사진의 돌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화풀이로 발 하나 얹어 주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난 이런 조경시설에 별로 감흥이 없는 사람이라 나머지 사진들은 별로 설명할게 없다.
혹시 쑤저우의 상징적 관광지 사진이 필요하신 분들이 계실까 봐 사무적으로 올린 사진들이니, 나와 같은 성향의 분들은 그냥 통과하시길..
너무 무성의하게 사진만 나열했다고 화나셨남?
알겠삼.
가운데꺼 수령 253년, 그 우측 앞에꺼 95년, 바로 뒤에꺼 129년, 좌측 상단 두번째꺼 315년, 그 앞에꺼 191년....계속 할..?
그러게 그냥 사진만 보랄 때 보실 것이지..
졸정원에서 가장 볼 만한 건 오리(?)다.
(저 새 이름을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쑤저우 관광을 마치고 상해를 향해 출발한다.
거리는 100km 정도인데,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여 이틀에 나눠 가기로 했다.
중간쯤 되는 거리에 쿤산 이란 도시가 있다.
오늘은 저기까지다.
쿤산은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사람들도 '때깔'이 좀 다르다.
오히려 우리가 더 꾀죄죄하다.
저 동상은 공자쯤 되려나..?
중국에 온 후 지금까지 운이 좋은 편인데, 그중 하나가 날씨이다.
눈보라가 몰아쳤던 둘째 날만 빼고, 비가 한 번도 안 왔다.
자전거여행자에겐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겨울 가뭄 때문인지 개천 바닥이 지저분한 오물을 뒤집어쓴 채 드러나서, 저렇게 몇 사람을 고생시키고 있었다.
상해에 들어가면 비가 좀 와도 좋을 것 같다.
상해에서 정보를 얻은 후 다음 경로에 대해 고민을 해 볼 생각이지만, 원래 계획에서 변동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국 남쪽을 관통하면 동남아시아로 넘어가게 되는데, 지금 현재 라오스로 들어간 자전거여행자들이 전해 온 소식에 의하면,
동남아시아는 지금 더워서 죽을 지경이란다.
40도 이상 올라가는 기온에, 먹을 것도 별로 없는 산악지역을 통과하느라 고생이 심하단다.
고민이다.
연로한데다가 체력까지 약한 우린 정말 사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계절적인 요인으로 우린 한 달 후 광저우에서 바로 유럽으로 갔다가, 올 겨울에 동남아시아로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Who's 김기사
-
아마 원앙이 맞을겁니다^^
-
사진으로 여행 잘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럽다~~~ -
저보다 더 좋은 여행을 하실 겁니다.~
세계여행기
자전거타고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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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 원앙 비슷하게 생겼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