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5. 길거리의 낭만
벨기에에서의 두 번째 웜샤워 호스트 집도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왔다.
이 집의 호스트 역시 우리를 만나자마자 집 안내부터 한다.
막내아이가 쓰는 것 같은 방을 배정 받았는데 참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는 중국식 볶음 국수다.
향채(고수나물)까지 곁들여 먹는걸 보니 아시아푸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나저나... 이 집 참 훌륭한 저택이다.
유럽 사람들의 인테리어 의식은 예사롭지 않다.
소품 하나하나마다 그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이 부담되는 대접을 받아도 이렇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호스트를 만나면 그나마 부담이 조금 덜어진다.
제대로 된 유럽의 럭셔리한 주방을 보고 박대리가 침을 흘린다.
박대리가 가장 부러워했던 기계..커피머신.
주방 일은 거의해본 적 없는 내게도 각종 쿠킹 머신들이 좋아 보였다.
호스트인 페네로페(가운데 여성)가 미리 준비해둔 지도를 꺼내서 보여주며 브뤼셀 관광 안내를 해준다.
간단히 브뤼셀 시내 관광을 마친 후..
페네로페의 집에 다시 돌아왔다.
유럽의 단독주택들은 대부분 차고를 가지고 있는데 다양한 용도로 잘 활용한다.
이 집은 가족들의 자전거 보관용으로 사용한다.
장비들과 용품들을 보고 있으면 유럽인들의 자전거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다.
벽에 붙어 있던 이 가족의 사진들이다.
참 행복한 페네로페의 가족들 모습..
우리를 배려해서인지 다음날 아침 식사로 밥이 나왔다.
밥과 함께 페네로페 가족들의 정성까지 더해서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그들의 행복한 집을 나왔다.
페네로페 집에서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오자 자전거여행자의 만만치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유럽의 날씨는 바람이 많이 부는 데다가 무척 춥다.
어느 공원 같은 곳에 앉아 비를 피하다가 너무 추워서 이너텐트까지 치고 들어갔는데..
냉기가 만만찮아 침낭까지 꺼내서 덮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비는 그치지 않고...
잠깐 잠이 들었을까..
밖에서 누군가 텐트 안을 들여다보더니 왔다갔다 한다.
그리고 조금 후 텐트 가까이에 뭔가 돌덩이 같은 걸 내려놓는 소리까지 들렸다.
내가 텐트 지퍼를 열고 얼굴을 내밀자 20대 중반쯤 보이는 어떤 남자가 깜짝 놀라며 손짓과 함께 뭔가 얘기를 하더니 서둘러 가버린다.
손짓으로 봐서 우리 텐트 뒤에 뭔가가 있다는 얘기 같다.
와인이다.
흠..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까 그 남자의 행색은 힙합 옷차림에 헤드폰을 쓰고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서 꺼낸 빵 같은 걸 먹고 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자신만의 낭만을 즐기러 이 한적한 곳에 왔다가 자전거여행자의 낭만(?)에 감동을 한 나머지 자기가 먹으려고 산 와인을 선물로 주고 간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된다.
(혹시 이 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잘 알고 계신 분의 또 다른 해석이 있다면 조언을..)
이 낭만적인 피플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약간의 비를 맞으며 다음 호스트 집에 도착했다.
역시 우리에게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고..
이런 애기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디너를 차려놓는다.
맥주와 와인 중 어느 것을 먹겠냐고 하면 우린 언제나 맥주다.
이 유럽이란 동네는 맥주의 종류가 참 많다.
나중에 길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벨기에에서만 수백 가지의 맥주가 있다고 하니 그걸 다 먹어보려면 1년은 있어야 될 듯..
이 호스트의 이름은 콜트인데 웜샤워를 무척이나 많이 제공하는 사람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게스트들이 왔다 갔는데, 그들의 방명록을 보니 거의 책 하나 수준이다.
한국인은 우리가 처음이란다.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콜트가 개인 일을 하는 동안 이 애기를 돌보기로 했다.
아이가 참 예쁘게 생긴 데다가 안아주면 생글생글 웃기까지 해서 처음엔 이 집에 있는 동안 이 자리가 내 자린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아이가 땅에 내려놓기만 하면 1초 안에 울음을 터뜨린다.
가만히 안고만 있어도 우는데, 이 아이의 웃음을 보는 유일한 방법은 안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것뿐이다.
사실 난 자전거 포함해서 50kg의 짐을 끌고 빗길에 핸들을 꽉 잡은 채 몇 시간을 달려온 자전거 여행자이기에, 두 살 얼굴이지만 유난히 엉덩이가 컸던 이 아이를 계속 들고 있을 힘이 없는 상태였다.
5분 만에 탈진 상태가 됐다.
누군가 나에게 밭일과 애기 보는 일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이 아이를 등에 업고 밭일을 모두 해낸 후, 밭일 일당의 열 배를 요구할 생각이다.
박대리는 자꾸 이 아이가 콜트의 손자일 것이라고 한다.
그럼 이 사진에서 나와 콜트의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건 어떻게 할 것인가..
짧은 1박 2일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콜트의 집을 나섰다.
구글이 안내하는 자전거 도로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다양해도 너무 다양하다..
다양해서 아주 미칠 지경이다..
각종 비포장길과,진흙길...다카르랠리에서나 보던 끝없는 언덕길을 굽이굽이 돌고 넘다 보면 이런 슈퍼마켓이 감사해진다.
박대리가 저렇게 먹어도 유럽여행 중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면 그 공로는 당연히 구글 몫이다.
두어시간을 더 달리자 패니어 안에 채웠던 간식거리가 바닥이 났다.
이럴 땐 우리의 중국 여행을 한없이 행복하게 한 장요칭이 챙겨주었던 에너지젤이 등장해야 한다.
이 에너지젤은 참 일관성 있게 우리의 힘을 보충해줬다.
바나나맛, 딸기맛, 포도맛이 있는데..
그 맛이 다 똑같다.
첫 만남부터 마지막 인사할 때까지 우리에게 일관성 있게 감동을 안겨준 장요칭과 비슷하다.
이런 소도시를 거치고..
강을 건너고..
다시 오르막 내리막의 향연을 거치고 나서야 벨기에 최고의 낭만 하우스에 들어가게 되었다.
자연과 함께 낭만을 생활화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Who's 김기사
-
웜샤워호스트들이 너무 나이스한 사람들이라서 저희도 1박2일이 무척 아쉬웠답니다.
-
여유있는 주택,
그리고 우리와는 비교 할 수 없는 인테리어,
개인주택에 커피머신,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먼지가 없는 곳,
한달동안 차를 외부에 세워 놓아도 세차가 필요없는 곳,
살아가는 삶에 질이 넘 차이가....
세계여행기
자전거타고 세계일주~!!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66. 조미료
이번 여행기에서는 먼저 우리에게 유용했던 아이템 한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장기간 자전거로 여러 국가를 여행하면서 우리를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는 한국에 안부전화를 하는 것이 우리에겐 무척 중요해졌다. 먼저 중국에 들어갔을 때 '차이나모바일'...Date2015.04.28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65. 농카이에서 다시 만난 자전거여행자 가족
방비엥을 떠나는 날, 숙소 앞으로 버스가 왔다. 그런데 연탄이나 장작을 연료로 쓸 것만 같은 버스 내부를 보고 우린 깜짝 놀랐다. 전 날 티켓을 파는 여러 군데의 여행사 중에서 가장 싼 40,000낍(약 5천원)짜리 티켓을 파는 곳을 찾아 구매했었는데(다른...Date2015.04.27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64. 방비엥 관광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엔, 카르스트(석회암) 지형으로 유명한 방비엥,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 이 세 곳은 라오스를 대표하는 지역이자, 검색되는 라오스 관광 정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지이다. 짧은 시간을 여행사 프로그램대로...Date2015.04.26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63. 농카이를 거쳐 라오스로
파타야를 떠나는 날, 한낮의 뙤약볕을 맞으며 숙소를 나왔다. 자전거여행을 시작하기 전엔 이런 노점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일이 없었는데 이젠 그냥 들어가서 먹는다.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가이드북에 나온 레스토랑 요리보다 노점식당의 음식이 ...Date2015.04.25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62. 파타야
중국에서는 달리던 길이 갑자기 끊어지기는 했어도.. 갓길 하나만큼은 확실히 넓었기 때문에 대도시의 밀집 지역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달릴만 했다. 뜬금없이 보도블록 안에 박힌 파이프에서 불꽃이 솟아오르는 일은 있었지만.. 중국인들은 나름대로 그...Date2015.04.24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61. 태국 입국
동남아시아 여행이 시작됐다. 이번 여행을 위해 의류(여름저지,패드바지,바람막이 남여 각 한 벌씩)를 협찬해 주신 '호O리테일(주)'의 'O바인' 담당자께 감사를 드리는 의미로 ULVINE깃발을 들고 한 컷. 이스타항공으로 1인당 42만원(텍스 포함)에 왕복 티...Date2015.04.23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40. 독일의 강을 따라
비는 멈췄지만 언제 갑자기 또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부지런히 달렸다. 자전거여행을 한다고 하면, "몸이 고달프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당연히 힘들지만 육체적으로 얻는 이익도 있다. 하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때문에 건강이 좋아진다는...Date2015.04.02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9. 잊지 못할 프랑스인들과의 추억
웜샤워란 사이트가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자들에게도 유익한 커뮤니티인 것은 확실하지만, 모든 여행자에게 관대하게 오픈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서유럽에서 만났던 호스트들 대부분은 소득 수준도 높고 그 선량함이 온몸에서 흘러나올 ...Date2015.04.01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8. 프랑스인들의 프라이드
룩셈부르크에서 프랑스 국경을 넘어 첫 번째 도시인 '티옹빌(Thionville)' 근처 어느 마을에 왔다. 이 작은 마을에 도착하기 전, 나는 예전에 배낭여행으로 경험했던 파리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깨끗하지 못한 거리, 다인종 국가의 불안함, 별...Date2015.03.31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7. 벨기에,룩셈부르크를 거쳐 프랑스로..
다시 자전거를 끌고 나섰지만 벨기에의 지형은 산이 너무 많았다. 평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끌다가 내리막길 나오면 올라타고.. 다시 내려서 끌고.. 길까지 복잡해서 GPS를 켜고 가는데도 잘못 들어서기 일쑤다. 이 사진도 엉뚱한 길로 들...Date2015.03.30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6. 추억이라는 땔감
다음으로 만난 호스트는 엠마이다. 처음 이메일을 보냈을 때 엠마에게 온 답장에 이런 말이 있었다. '마지막 10km는 오르막이 심하니 원한다면 픽업 차량을 가지고 데리러 가겠다.' 그러나 우리의 방문 요청에 기꺼이 초대해준 것도 고마운데 픽업까...Date2015.03.29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5. 길거리의 낭만
벨기에에서의 두 번째 웜샤워 호스트 집도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왔다. 이 집의 호스트 역시 우리를 만나자마자 집 안내부터 한다. 막내아이가 쓰는 것 같은 방을 배정 받았는데 참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는 중국식 볶음 국수다. 향채(고수...Date2015.03.28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4. 벨기에(Belgium)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 Tom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대도시에 들어오면 다시 긴장의 수위가 높아진다. 엊그제까지는 웬만한건 다 가능했던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하면 안되는 것' 구별 없이 대충 지내다가, 허락된 것만 해야 하는 나라로 순간이동을 한 느낌이다. 이 상황이 나에게 ...Date2015.03.27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1. 환승대기를 이용한 쿠알라룸푸르 관광
우리가 이용한 말레이시아 항공의 무료 탁송 수화물 규정은, 최근에 30kg(이코노미 기준)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우리의 탁송 수화물은 1인당 32kg 씩이었기에 오버차지를 각오했다. 탁송 수화물의 무게를 줄일 수 없었던 이유는, 기내에 들고 들어갈 수...Date2015.03.24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0. Good bye China
중국을 떠나기 전에 발브레끼님 집에서 맘 편히 잘 쉬었다. 중국에 와서 참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 분 역시 우리에게 잊지 못할 고마운 기억을 남겨 주셨다. 발브레끼님 단골 샾에서 자전거 포장을 하였다. 여기서도 중국인들은 우리에게 정성을 ...Date2015.03.23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29. 자전거와 여행
중국에서 한국 제품의 위상은 놀랍다. 지금까지 2,900km 를 달리는 동안 한국 기업들의 간판과 제품들은 대부분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자동차,휴대폰,가전,의류 등등... 한국 제품들은 이제 중국에서 '비싼 값을 하는' 좋은 물건들이다. 중국의 ...Date2015.03.22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28. 심천 교민들과의 만남
다음 날, 부매니저님은 출근을 하고 우린 집에서 푹 쉬다가 심천카페 분들과 모이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심천은 신도시라고 할 만큼 중국에서 비교적 깔끔하고 잘 조성된 기획도시이다. 전통적인 중국의 모습은 없지만 편의시설이나 도시 기반 시설의 ...Date2015.03.21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27. 마카오 관광
홍콩에서 마카오로 넘어가는 방법으로는 페리 이동이 일반적이다. 페리터미널은 하버랜드 쇼핑타운(침사추이역 근처)의 북쪽 끝에 위치한 '차이나 홍콩 씨티'라는 건물(황금색 빌딩) 안에 있다. 여기에도 여행사표를 암표로 팔고 있다. 배표값은 1인당 16...Date2015.03.20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26. 홍콩 관광
아침을 먹고 부매니저님께 정보를 얻은 후 부랴부랴 홍콩으로 출발한다. 난 5년 전에 패키지로 홍콩을 관광했었다. 이번 홍콩,마카오 여행은 오로지 박대리를 위한 여행이다. 중국에 입국해서 여자의 몸으로 여기까지 무탈하게 잘 따라와 준 그 의지에 ...Date2015.03.19 Category아시아 -
[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25. 심천(深玔) 가는 길
심천이 230km밖에 안 남았다. 모내기하는 농부의 손은 어느 곳이나 정직하고 아름답다. 출발하고 얼마 못 가서 비를 만났다. 50km 정도 이동하다가 더 이상 우중 라이딩은 무리인 것 같아 적당한 도시에서 하루 지내기로 했다. 비가 갠 다음날 아침, 짐...Date2015.03.18 Category아시아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웜샤워의 룰일지 모르지만 ....
정말 가는곳마다 좋은사람을 만날수 있다는게 그 어떤 행복과 비견될수 있을지
힘들고 고된 여행이지만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는것이 여행의 비타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