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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53. 베오그라드 관광
독일에서 만났던 볼프만 다음으로 우리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던 호스트의 집이다.
베오그라드에서 만난 호스트 '마틴'은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는 22살의 대학생이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자마자 친구와의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마저 해야 한다며 다시 모니터에 열중이다.
역시 자유분방한 청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마틴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사이 우린 이 원룸 짜리 좁은 아파트에서 마틴과 여자친구, 그리고 토끼와 고양이...
...멧개까지 어떻게 같이 잘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름이 '칸'이라는 이놈은 덩치가 멧돼지만 하다.
이 집에 있는 동안 우리의 면역력이 수직 상승 하리란 예감도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마틴은 성향은 우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볼프만과 비슷했다.
말도 빠르고 뭔가에 몰두하는 스타일까지..
조금 후에 언급을 하겠지만 이 친구와의 만남 또한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었고 남은 일정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무튼 대도시에서 숙박료 걱정 없이 2박 3일을 지낼 공간이 확보된 것만으로도 우린 감사하다.
마틴이 계속 바쁜 것 같아서 저녁도 먹을 겸 밖으로 나왔다.
지금까지의 유럽은 어딜 가나 한국과의 다른 모습을 신기해할 정도로 이국적이었는데..
베오그라드는 서울과 흡사하다.
운전자들은 차를 험하게 몰았고..
보행자들도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체인점 햄버거의 가격은 외국에 비해 한국이 싼 편에 속한다.
중국도 오히려 한국보다 비싼 것 같았고, 룩셈부르크같은 선진국은 당연히 비쌌으며(빅맥세트가 만원 정도), 세트 할인이나 런치 할인이 아예 없는 나라들도 많았다.
여긴 사진에 보이는 햄버거와 감자칩, 음료수로 구성된 세트가 6천원 정도이니 한국보다 별로 비싼 건 아니지만 세르비아 물가를 기준으로 보면 비싼 편이다.
그래도 많이들 먹는다.
저녁에 들어와서 마틴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우리가 앞으로 공략해야 할 루트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터키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 중에서 큰 산을 피해 가는 루트를 원한다는 내 얘기를 듣자마자 거침없이 컴퓨터를 두드린다.
마틴이 우리에게 알려 준 이 사이트(https://ridewithgps.com)의 장점은 선택한 루트의 고도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가 있고, 우리에게 특히 절실했던 GPS 파일을 아주 쉽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었다.
마틴은 능숙한 솜씨로 내가 원하던 루트를 순식간에 찾아낸 후, 그 1,000km에 가까운 터키까지의 로그를 단 몇 분만에 GPS 파일로 변환해 주었다.
다른 사이트에도 이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구글 지도를 띄워놓고 일일이 손으로 로그를 만들었던 방법으로 이 작업을 했었다면 10시간도 더 걸렸을 일이다.
지금까지 계륵 취급받았던 이 저가형 GPS 가 보물이 됐다.
우린 이 날 마틴이 입력해 준 GPS 파일을 이 기계에 입력 시킨 후 이스탄불까지 아주 요긴하게 써먹었다.
우리의 우려와는 다르게 다행히 한 방에서 사람 넷,동물 둘, 멧개지 하나가 안 섞이고 잘 잤다.
다음 날, 역시 마틴이 알려 준 관광지 위주로 베오그라드 투어에 나섰다.
먼저 유심칩 하나를 샀다.
응급용으로만 쓸 거라 가장 싼 걸 달라고 했더니 3천원 짜리를 준다.
통화 가용량도 아주 적었고 데이터도 20(?)MB 인가..밖에 사용할 수 없는 심카드였지만 우리처럼 며칠만 사용할 사람들에겐 딱이다.
첫 번째 코스로 우리가 좋아하는 로컬 시장에 갔다.
이 시장은 조금 후에 등장할 '성 사바 교회' 근처에 있다.
강렬한 태양의 산물들이 좌판에 가득하다.
내가 십 년 전에 의류 수거함에 버렸던 가죽점퍼와 비슷한 게 걸려 있다.
러시아를 거쳐 여기까지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삼단 논법에 의해 내 패션 감각은 10년을 앞서간다는 결론이 나온다.
흠...이건 서울의 20년 전 모습..
세르비아는 블루베리가 싸다.
3,000원어치 사서 실컷 먹었다.
시장 구경은 언제나 즐겁다.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성 사바 교회' 가 나온다.
자세한 유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으로..
아직 짓고 있는 중인가보다.
유럽 답지 않게 베오그라드는 별로 체계적이지 않다.
이 넓은 교차로에도 신호등이 없다.(물론 있는 곳도 있다)
그냥 알아서 길 건너고 알아서 운전들을 한다.
유럽인들에게도 우리가 하루에 걷는 거리는 꽤 장거리인가보다.
보통 우리가 예정 관광 코스를 얘기하면 현지인들도 트램이나 버스 노선을 먼저 알려 주는데, 우린 그냥 걷는다.
길거리에서 파는 그림 가격은 괜찮은 것 같다.
대략 2만원에서 10만원 사이.
유럽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한다는 점이다.
특히 세르비아는 유별나다.
냉장고가 길거리에 100m마다 하나씩 있는 것 같다.
시내 중심지를 서서히 벗어나 다뉴브강이 한눈에 보이는 '칼레메그단 요새' 쪽으로 올라갔다.
칼레메그단 요새를 가려면 베오그라드의 명동이라 불리는 '크네즈 마하일로 거리'를 지나게 된다.
명동과 홍대를 믹스해 놓은 것 같은 분위기다.
한국에도 아직 올드 LP판을 모으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베오그라드 구시가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아닌가 싶다.
관광지의 중심이기도 해서인지 지갑을 열게 하는 기념품들도 많이 보인다.
칼레메그단 입구까지 다 왔다.
키릴 형제가 만들었다는 키릴 문자는 동양인에겐 불친절한 암호가 분명하다.
타이머까지 세워놓고 두는 걸 보니 길이라도 물었다간 키릴 육두문자를 뒤집어쓰게 생겼다.
이럴 땐 우리가 알아서 찾아다녀야 한다.
칼레메그단 요새는 1,500여 년 전 로마시대 때 지어진 건축물이다.
요새 끝에서 다뉴브강을 보고 서 있는 이 '승리 기념탑'은 원래 시내에 세워졌었는데 남성 심볼이 너무 노골적이라 교육에 안 좋다는 여론 때문에 이쪽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그냥 팬티만 만들어 입히면 될 것을..
다뉴브강 건너편은 신시가지다.
유럽의 고도(古都)들은 대체로 유적지들이 있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군사 박물관' 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저 대포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이런 광경이 보인다.
보통 이런 박물관은 손을 대지 못하게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는데..
여긴 그런 게 없어서 좋다.
신난다..
이렇게 귀여운 장갑차는 나중에 넓은 집을 샀을 때 정원 장식용으로 쓰면 좋을 것 같다.
이건 잔디 깎는 기계로 개조를..
이건 우편함으로..
유럽은 후진국으로 갈수록 도심 와이파이 환경이 좋은것 같다.
아이스크림 노점도 와이파이존을 만들어 놓았다.
칼레메그단 요새를 나와서 다시 시내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중앙 박물관이 보인다.
중앙박물관 근처에 레스토랑이 밀집된 거리가 있는데, 마틴이 그 거리에 베오그라드 최고의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서 그곳을 찾아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유럽의 영어는 여간 낯선게 아니다.
행인에게 종이를 보여줘가며 겨우 찾아갔다.
모자가 세 개 걸려 있다고 해서 '쓰리헷'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식당이라고 하는데..
찾기도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배드 초이스였다.
마틴과 우리의 취향이 좀 다른듯하다.
혹시 이 여행기를 보고 여기를 가려고 했던 분은, 이 가게로 들어가지 말고 앞뒤로 쭉 늘어서 있는 다른 가게로 가실 것을 권한다.
각 식당마다 입구에 걸려 있는 메뉴판에 사진과 가격이 잘 나와 있으니 그걸 찬찬히 보고 좀 저렴하면서 깔끔한 곳에 들어가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여기가 유명한 식당은 맞는 것 같은데 일단 그 유명세 때문인지 가격이 너무 비쌌다.
우린 비교적 저렴한 메뉴를 골랐는데도 계산서에 6만원 정도 나왔다.
인터넷에서 미리 본 베오그라드 식당의 물가와 비교하면 무척 비싼 가격이지만 모처럼 분위기도 낼 겸 맛있게 먹기로 했다.
맛은 그냥 평범한 수준..
안 그래도 자전거 여행자에겐 작지 않은 지출을 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자꾸 오셔서 '인건비'를 주제로 한바탕 연주를 하신다.
못 들은척 하느라 혼났다.
(호응을 해주면 팁을 내야 한다.)
집시들이 조금씩 보이는걸 보니 동유럽에 오긴 왔나보다.
물건들을 자세히 보면 '저런 게 과연 팔릴까..' 싶다.
아까 길거리에 놓고 팔던 물건들의 상태를 봐서는 이렇게 쓰레기통에서 주운 물건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마틴은 우리에게 베오그라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감상과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마틴과 그의 여자친구 덕분에 베오그라드 관광을 잘 마치고 다음 날 아쉬운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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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거의 컴맹에 가까운 사람이라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마 그런 사이트가 많을 수도 있고, 활용하기 더 쉬운 사이트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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