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15일안에 베트남 출국도장을 찍어야하기 때문에 서둘러 하노이를 떠났다. (한국인은 베트남에 무비자로 15일간 체류가 가능합니다.) 하노이를 빠져 나가는 길은 진입 할 때처럼 길고도 험했다. 좁고 복잡한 도로와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 때문에 1km가 체감거리 10km였다.

한창 달리고 있는데 성당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따뜻하고 우리나라 성탄절처럼 요란하지도 않아 크리스마스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디서 보내려나, 26일까지 베트남을 벗어나 라오스로 빠져야 하니 아마 국경지대 산 깊숙한 곳에서 보내지 않을까?

앞으로 베트남 북서지역을 지나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입국 할 예정이다. 애초 산악지형임을 고려해서 하루 50km 주행을 목표로 삼고 출발했다.
하노이를 떠난 지 하루 만에 산악지형과 마주쳤다. 저 산을 넘고 넘어 앞으로 전진!!!

자, 본격적인 오르막 시작...종아리 근육 한줄 한줄 긴장감을 불어넣어 자전거를 끌고 힘차게 올라가기 시작했는데...뭥미 1시간 정도 오르자 1차 오르막지대는 생각보다 쉽게 끝나고 말았다.

오르막 뒤에는 중국 계림이나 양수오를 연상시키는 석회암 절경이 멋지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멋진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자면 꿀맛 같은 밤을 보낼 수 있다. 중국은 텐트자리 확보가 만만치 않았는데 베트남에서는 대중에게 개방된 넓은 운동장이 곳곳에 있으니 텐트치기가 한결 편했다.

베트남 온 후 주식이 된 쌀국수. 베트남은 쌀국수 천국이다.

중국과 달리 야채와 고기를 듬뿍 넣어 줘 더 맛났다.

석회암 지대를 벗어남과 동시에 다시 오르막이 시작됐다.

어제와 달리 이번엔 만만치 않았다.

한참 자전거를 끌고 오르다 보니 바람이 매섭게 불고 기온도 뚝 떨어져 있었다.

헐...꽤나 많이 올라왔군.

오전 내내 오르막과 사투한 끝에 다음 목적지인 마이차우로 넘어가는 고개 끝자락과 만날 수 있었다. 마이차우는 소수민족 중 하나인 화이트 따이족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전통 주거문화가 잘 보전된 시골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고개를 넘어 내리막으로 진입하자 그동안 흘린 땀방울 수만큼 커다란 보답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파도 물결 같이 일렁이는 환상적인 논 풍경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이차우 지역은 차량이 많지 않았고 대신에 동네사람들 움직임으로 활기가 넘쳤다.

가옥도 대나무로 엮어 만든 전통 가옥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논에서 소들과

일하는 사람으로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헬로우! 헬로우!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들에 답해주랴 바쁘기도 했다.

이 날 저녁 뜻하지 않게 멋진 저녁초대와 잠자리를 제공 받았다. 어둠이 찾아오고 마을회관 공터에 텐트를 치려 자리를 고르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밖에서 자면 추우니 자기 집에 와서 자라고 한다. 따이족 주거문화와 대나무만으로 만든 전통주택이 궁금해 얼른 아저씨를 따라 나섰고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 후 동네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따뜻한 웃음만큼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이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이들에게 세계지도를 피고 손짓발짓으로 내 여행과정과 계획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이들과의 행복한 만남으로 하루는 저물어 갔다.

다음날 아침, 집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튼튼한 대나무 프레임으로 짜여 있었고 심지어 마루도 대나무를 잘게 잘라 넓게 펴 만든 장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덕분에 아래가 훤히 다 보였으며 지나가는 사람, 개들 소리도 다 들렸다. 지붕도 대나무 잎을 포개서 만들었으니, 완전 대나무집 그 자체였다.

밤에는 몰랐는데 집에서 바라 본 풍경도 멋졌다. 짐을 챙겨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 서둘러 길을 나섰다.

마이차우 지역에 들어서면서 유난히 눈에 띈 것은 중년 여성들 이가 대부분 검게 염색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가 검은 아주머니들은 모두들 뭔가를 씹고 계셨다.

궁금해 물어보니 조그만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주신다. 가방 안에는 검게 쌓인 천에 연초록색 식물이 가득했다. 바로 이 식물에서 입가를 검게 만드는 즙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곳 소수민족들만의 독특한 문화일거라 추측됐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왜 씹는지 어떤 효용이 있는지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롤러코스터같이 이어진 고개를 넘고 넘어

오지 산간마을 통과해

큼직한 강을 넘었다.

이날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가족의 저녁 초대를 받았다. 특히나 초대해 준 가족과 함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어서 더욱 고마웠다.

멀리서 온 여행객에게 문을 활짝 열어 따뜻한 저녁과 외롭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해 준 고마운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자욱하게 낀 안개가 뚫고 라오스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내일까지 베트남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베트남에서도 가장 북쪽 산악지역이라 아침기온은 굉장히 쌀쌀했다. 아침 기온은 10도 안팎으로 뚝 떨어져 두꺼운 옷을 다 껴입고 달려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다.

오후가 넘어 따뜻한 햇살이 주위를 감싸자 아기 돼지들도 햇빛놀이에 정신없다.

길가에는 대나무 가공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나무가 주로 자라는 산악지형이고 농번기가 끝난 시기라 모두들 대나무 가공에 여념이 없었다.

대나무는 산에서 직접 잘라 공수하고 있었다.

베트남 라오스 국경지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14km만 달리면 나메이 국경 마을에 도착해 베트남 출국도장을 찍을 수 있다. 오늘 오후 4시 반이면 국경 문이 닫히니 조금만 힘내자 으자자!

오후 3시경 드디어 나메오(베트남)-남소이(라오스) 국경에 도착했다.

간단한 짐 검사를 마친 후 출국도장을 받아 국경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의외였던 것은 베트남쪽 출입국 사무소에서 환전업무도 병행하고 있었다. 라오스 돈이 없어 걱정이 많았는데 소량의 돈을 환전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잊지 못할 환대 덕분에 베트남에서 보름간은 기억에 가장 깊게 남을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을 뒤로 하고 이제 미소의 나라, 라오스와 만난다. 베트남 라오스 모두 15일만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두 나라를 지그재그로 교차하며 남쪽으로 향할 예정이다. 베트남, 보름 뒤에 다시 만나자...그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