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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손 흔들기’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자전거를 탈 때나 달리기를 할 때 손 흔들며 인사하기’에 관한 것이다. 여가 삼아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는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계절이 됐다. 일년 내내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갑자기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어젯밤에 먹은 랍스터롤이나 마가리타 열량을 태워야 겠다는 일념으로 운동 습관을 들이려 애쓰는 사람들의 물결에 놀랄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살든,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서 혹은 달려오는 누군가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붐비는 도시에 살든 지구상에서 가장 황량한 곳에 살든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은 스포츠의 여느 중요한 요소와 마찬가지로 멋진 운동복과 네온 자전거든 멋진 운동복과 네온 스니커즈든(아니면 그냥 최선을 다한 차림새이든), 겉모습보다는 당신이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당신이란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당신은 손을 흔드는가, 안 흔드는가?

 

날 걸고 넘어질 생각은 하지 마시라. 손 흔들기라면 난 프로급이다. 손 흔드는 비율은 한 74~92% 정도다. 달릴 때는 좀 덜할 수도 있는데 그건 사이클리스트보다는 러너들이 손 흔들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달리는데 그런 내가 ‘안녕하세요! 저도 달린답니다!!!’하는 식으로 손을 흔드는 건 좀 이상하고 미친 짓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래, 나 잘난 척 좋아한다.) 물론 소리지르며 산을 달려내려오거나, 교통체증을 요리조리 빠져나갈 때, 경찰을 피해 급히 도망갈 때 등 손 흔드는 걸 권하기가 뭣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때에도 손 흔들기의 먼 친척 뻘인 ‘끄덕이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눈을 마주치면서 턱을 위아래로 재빨리 움직이는 동작 말이다. 손을 흔들 경우에도 짐 캐리가 동물원 기린들에게 작별인사 하듯 굳이 두 팔을 활짝 벌려 과장되게 흔들 필요는 없다. 상대를 알아봤다는 신호로 빠르게 샥 흔들고 내리면 된다. 규칙이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손 흔드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나 이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다. 올림픽/프로 사이클선수 이블린 스티븐스는 자신이 “항상 손을 흔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친근감을 표시해서 나쁠 건 없다”며, 본인은 힘든 훈련 와중에도 손을 흔드는 사람으로 알려져있다고 덧붙인다. 미국 프로 도로 사이클선수 테드 킹은 자칭 “확실한, 손 흔들기 애호가”다. 동료인 테일러 피니에 따르면 만나는 모든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든다고. 뉴욕시 마라톤 3회 우승자인 알베르토 살라자 역시 손 흔들기 옹호자다. “당연히 손을 흔든다. 타인에 대한 존중의 표시다.” 오토바이족들 사이에서도 손 흔들기는 오랜 전통인 것 같지만 이건 직접 취재할 수가 없다. 우리 어마마마께서 아직도 내가 오토바이에 300야드(약 275미터) 내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하시기 때문이다.

 

손 흔들기가 친근감의 표시라는 건 만인이 공감하는 것 같다. 손 흔들기는 도리에 맞는 행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가다가 한번씩은 손 흔들기란 내 사전에 없다는 식으로 그냥 쌩하니 지나치는 사람을 마주치기 때문이다. 손을 흔들던 나는 굳어버린다. 기분이 상해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상대가 같이 손을 흔들어주지 않으면 기분이 나쁘다. 상대를 쫓아가서 소리를 지를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렇게 하면 손 흔들기로 기대했던 기분좋은 분위기 따윈 싹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대체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듯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하는 사이클리스트나 러너들은 수명이 더 짧고 주말도 더 칙칙하게 보내며 음악 취향도 형편없다고 한다. 인터넷에도 아예 손 흔들기에 관한 질문만 하는 게시판이 많은 걸 보면 시간이 가도 결코 시들지 않을 주제인 것 같다. 예의범절이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 사이클링과 러닝이 무례한 인사 거부자들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는 걱정, 사회 전체가 예전처럼 좋은 사회가 아니며 우린 ‘아무도, 생전’ 손을 흔들지 않는 지옥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걱정 등을 한다.

 

어쩌면 한발 물러서는 게 도움이 될 듯 싶다. 작가이자 별명이 ‘뉴욕시 자전거 박사’인 이벤 와이스는 손 흔들기 에티켓에 관한 배꼽빠지게 재미있는 글을 썼다. 그는 사람들이 항상 손을 흔들거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거라고 지적한다. 자기도 손 흔들기 애호가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정상적인 기대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자전거를 타지 않고 그냥 길을 걸어갈 때 적용하는 것과 같은 기대치를 가지라는 얘기다. “조용한 동네에서 길을 걸어간다고 치면 자기 차를 손보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에게 손을 흔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42번가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손을 흔들지는 않는 것이다.” 자전거 전문잡지 편집장인 피터 플랙스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손 흔드는 건 언제나 찬성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손을 흔든다는 건 아니다. 누가 나한테 손을 흔들지 않는다고 해도 기분나쁘지 않다.” 달리기 전문잡지 ‘러너스 월드’의 편집장인 데이빗 윌리도 자신은 “손 흔들기 애호가지만 내색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의 말은 지극히 타당하게 들린다. 어쩌면 내색하지 않는 것이 맞는 전략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나도 이 문제에 대해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좋을 것이다. 이젠 자전거를 타든 달리기를 하든 내가 흘리는 땀과 노고에 만족하고 손 흔들기를 강요하지는 말아야겠다. 앞으로도 손은 흔들겠지만 상대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서구 문명의 쇠퇴를 선언하지는 말아야겠다. 진심으로 손 흔들기가 다른 사이클리스트나 러너들과의 단결의 표시라고 믿으면서도 적당한 견지를 유지해야겠다. 인사는 인사일 뿐이니까. 내가 손을 흔들었다고 당신이 꼭 되흔들어야 되는 건 아니다. 정말이다. 이젠 괜찮다. 그런 것 같다. 그래도 가능하면 좀 되흔들어 주시라.

 

 

제발! 그냥 끄덕이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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