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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21. 천주시(泉州市) 입성

by 김기사 posted Mar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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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풍기 다섯 개가 달려 있는 터널이 눈 앞에 현실로 나타나면 잠깐 스쳐가는 난관쯤이겠지만, 꿈에 나타나면 깰 때까지 좀 괴롭다.

 난 가끔 이런 악몽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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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는 박대리 뒤에 개구리를 닮은 황소가 서른 마리쯤 있어도 현실에서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

(박대리...절대 뒤돌아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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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꿈에 이런 게 나타나면....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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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건 마트에서 왜 파는 걸까..?

 아무튼 그건 그렇고..

 보통 남자들이 꾸는 악몽 같은 걸 나도 가끔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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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는, 꼭 타야 하는 기차나 버스를 못 타는 꿈이다.

 잠에서 깰 때까지 무척 괴롭다.

 

 그런 상황을 악몽으로만 꾸어오다가 이번 점프 때 현실적인 위기로 직접 겪고 보니, 이 여행에서 가끔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

 어쨌든 다행히도 기차를 탔으니 악몽으로까지 가진 않았다.

 

 두 번째 악몽은, 바쁘게 준비를 하고 나선 출근길에서 뭔가를 하나 빠뜨린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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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빡하고 바지를 안 입은 채로 출근하는 꿈이다.

 마음속으로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동안에 느끼는 공포는, 환풍기가 50개 정도 돌아가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런 꿈은 현실이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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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을 보고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한국에 가면 잠옷을 입고 출근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마지막 세 번째 포비아(공포심)는 정말 강력하다.

 

 그것은 모든 남자들에게 공포를 가져다주는....'군대 재입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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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람은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 역할에나 어울릴 비주얼인데, 꿈에 나타나서 입대영장을 내민다면 내 잠옷은 땀으로 젖을 수밖에 없다.

 이런 꿈은 구체적이기까지 하다.

 전산 자료가 잘못되어 내 군복무 기록이 삭제되었으니 안타깝지만 군대를 한번 더 갔다 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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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말도 안되는 이런 악몽을 남자들은 주기적으로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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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처음에 이런 꿈을 나만 꾸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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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주위의 남자들도 그 꿈을 꾼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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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고 보니 군대를 갔다 온 한국 남자들의 대부분이 이 꿈을 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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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남자들이 이런 꿈을 악몽으로 꾸는 걸 보니 군대 재입대는 정말 포비아중 포비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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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국의 윗동네에서 한판 붙어보자느니 다 덤벼보라느니 하면서 치킨게임이라도 할 기세다.

 이 세 번째 악몽도 현실이 될까 봐 심히 심난허다..

 

 재입대 할 땐 하더라도 일단 여행 왔으니 내 현실에 충실해야지..

 
 

 점프를 한 후, 열차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푸저우를 벗어난 우리는 다시 비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는 빈관에 바로 체크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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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시는 공업도시같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동안 공장들을 많이 지나쳤고, 매연 또한 다른 도시들보다 심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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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 사람 사는 곳이라 뭐 이 정도 가지고 불편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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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한 날의 풍경인데, 힘든 작업장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 있고 비까지 내리니 좀 스산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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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공장 아닌 곳을 찾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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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에 조식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다음 날 아침 식당에 올라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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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이 얘기한 6층은....그냥 옥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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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작은 글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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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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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표현은 못하겠고....아무튼 우린 밥을 먹는 내내 약간의 겁도 같이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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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이 정도쯤은 여행자에게 흔히 있는 일이니, 약간의 자기최면을 걸어주면 아무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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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장의 덩치로 보나,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의 식권을 뺏듯이 받아가는 포스로 보나, 밥을 남겼다간 한소리 들을 것 같아서, 심호흡 한번 하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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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 먹었는데도 음식이 줄지를 않는다.

 내가 나를 속이고 있나..?

 

 그런데...식탁 끝에 있는 저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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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레드 썬...

 

 논리적으로 판단해보자면 싱거운 음식에 넣어서 먹는 젓갈류인데...눈으로는...용납이 쉽지 않은 비주얼이다.

 용기의 상태나 내용물의 자태가 '재입대 영장' 못지 않다.

 

 반찬이 간간했던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 숙소에서 반성 많이 했다.

 진정한 여행자가 되려면 우린 좀 더 수양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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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도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이 숙소에서 이틀을 묵은 후 다시 남쪽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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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324번 국도다.

 광동성까지 이 국도를 타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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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갈수록 열대지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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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수도 야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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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왕년에 중국에서 한가닥 하셨던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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浦田(Putian) 시내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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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날 내린 비로 자전거 도로 곳곳은 개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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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부터 다시 비가 온다고 하는데 오늘이라도 이렇게 맑아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천주시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아 중간 지점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다시 남쪽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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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일하는 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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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텃밭 정도였군..

소 체면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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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泉州(Quanzhou)市까지 20km 밖에 안 남았는데 장대비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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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에도 주유소는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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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30분 만에 비가 개고 다시 도로로 나서니 갑작스러운 폭우에 스타일 구긴 오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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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닭들은 좀 능글맞다.

 소나기를 용케 피한 건지 원래 스타일이 잘 흐트러지지 않는 body인지 몰라도, 언제 비가 왔냐는 듯 그냥 조용히 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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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비를 혼자 다 맞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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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주(泉州)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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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동안 산길이 섞인 코스 200km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늘도 우리 편이라 도착할 때까지 참고 있던 비를 그제서야 쏟아 냈다.

 

 이 도시가 그저께부터 우리의 목적지가 된 이유는 다음 여행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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