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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55. 일반화의 오류

by 김기사 posted Apr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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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도착한 '야고디나'라는 마을은 생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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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급 마을이다 보니 자전거 여행자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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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여행자인데 이 사람도 짐이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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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비싸긴 했지만 에어컨도 잘 나오고 시내 중심과 가까운 호스텔을 찾아 체크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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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1층에 레스토랑을 제대로 갖춰 놓은 호스텔은 대체로 시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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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럽에서의 불편한 점은, 와이파이가 된다 하더라도 그 신호가 너무 약하거나 속도 자체가 느리다는 것이다.

 동유럽은 그런 점에서 서유럽보단 나은 것 같다.

 이런 규모의 호스텔은 아예 층마다 기지국을 설치해 놓았고, 와이파이 개수도 2개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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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잠깐 고민을 했다.

 세르비아까지 왔으니 10여년 전까지 내전을 겪었던 코소보 지역을 가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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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소보 사태의 역사적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유고슬라비아의 장기집권 지도자였던 '티토' 의 독재와 리더십 속에서 다민족,다종교의 이질성을 40여 년간 한 국가의 테두리 안에 간직한 채 불편하게 동거 해왔던 유고 연방이 해체되자,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등 여러 국가들이 분리 독립되어 나왔다.

 그러나 지역이 갖는 상징성(과거 터키군과 맞서 전멸할 때까지 싸웠던 투쟁의 성지) 때문에 독립을 원했던 코소보 주민(대부분 알바니아계)들과, 분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세르비아 정부가 극단적인 충돌을 하게 된 것이 사태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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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소보를 거쳐 가면 여행 일정이 3일 정도가 더 늘어난다.

 그래서 우린 원래 계획한대로  불가리아를 향해 직진하기로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고국에 홀로 계신 노모가 걱정되었던 이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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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군복무 시절 이후, 아들과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으셨던 노모께서 점점 불안해하시는 걸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동유럽으로 넘어오고부터는 가장 빠른 시간에 한국을 한번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먼 곳까지 왔는데 유럽 횡단도 못하고 가는건 너무 억울하고, 기차로 일정을 줄이는건 또 자존심이 허락지 않으니 가장 짧은 루트로 빨리 완주하는 게 중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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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비아의 마트 물가도 한번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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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의 가격이 가장 싸다.

 환율은 표기된 가격에 12.7을 곱하면 된다.

 오른쪽에 보이는 오이는 kg당 600원으로 적혀 있는데 그 옆의 토마토는 더 많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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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기된 가격에서 팩에 담긴 과일은 그 팩당 가격이고, 용기에 담기지 않은 농산물은 kg당 가격으로 보면 된다.

 살구는 한 팩에 1,200원, 복숭아는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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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이는 것들은 샐러드들인데 올리브 절임이 가장 많다.

 진공 포장된 이런 밑반찬들 역시 상당히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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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이라도 가공(양념이나 절임) 된 육류는 '귀가 땡길 정도의 짠맛'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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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귀가 땡길 정도의 짠맛은 어떤 맛일까..?

 내가 말해 놓고도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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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입에 넣은 음식이 많이 짤 때 난 혀 양쪽 옆 근육들이 귀를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것 같다.

 물론 주관적인 표현이므로 '일반화 해석'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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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유럽 마트 물가에서 특이한 점 하나는, 드링크 커피(캔커피나 컵커피) 가격이 카페에서 테이블 차지까지 포함된 커피값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이 메뉴판은 우리 숙소의 레스토랑 가격표인데 맨 위에 적힌 에스프레소 가격에 1,400원이 적혀 있다.

 동유럽의 완제품 커피는 다른 물가에 비해 좀 비싼 편인데,특히 불가리아에서는 노점 커피보다 캔커피가 두 배 이상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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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라에 입국하기 전, '세르비아 물가'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해 보니 어느 블로거가 수박 한통에 300원밖에 안 한다고 해서 쾌재를 부른 적이 있었다.

 그랬으니 세르비아에 입국해서 5만원이 넘는 호스텔 숙박료를 냈을 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생각에 그런 잘못된 정보가 나오게 된 경위는, 현지의 가격 산정법을 모르는 어느 배낭여행자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이런 노점 좌판에 적힌 가격을 보고 '개당 가격'으로 착각한 것이다.

 한국은 600g인 '근'단위를 많이 쓰고, 중국은 500g이 한 근이지만 유럽은 1kg 단위로 가격을 표기해 놓는다.

 사진상 수박 앞에 25디나르가 적혀 있으니 원화로 환산하면 300원이 나올 수밖에..

 보통 수박 한 통에 10kg 이니 3,000원이 맞다.

 

 이것도 넘쳐나는 인터넷의 정보 속에서 경계해야 할 '일반화의 오류' 문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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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광경은 중국 샤오싱에서 찍은 사진인데, 내가 이 모습을 보고 "중국은 할머니들까지 무술 고단자이다" 라고 한다면, 나처럼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 하나가 또 입력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여행기에서 표현의 정도를 가급적 미니멈에 가깝게 묘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귀가 땡길 정도로 짜다'라는 표현만 빼고..

 (지금 생각해보니 이 표현은 좀 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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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야 할(GPS에 입력된) 루트이다.

 좌측 상단의 국경이 세르비아와 불가리아의 경계이고 우측 하단의 방향으로 지도를 뚫고 계속 가면 이스탄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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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이 만들어준 루트 때문에 길을 찾아야 하는 내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저 키릴문자들이 날 헷갈리게 해도 우리에겐 GP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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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잘 닦인 한적한 코스로 루트를 잡아 준 마틴의 탁월한 능력에 감탄하며 점점 국경을 향해 달리다가..

 ...가끔은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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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이런 신기한 애들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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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애들이 차에 깔리지만 않는다면 수백 년을 살 것이니 얼마나 신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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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풍경을 보면 차에 안 깔려도 백 년을 살기 힘든 우리의 인생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세월을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사랑하고, 감탄하고, 행복해해야 할 이유는 여행을 통에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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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어떤 것을 느끼느냐는 우리 자신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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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길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맛을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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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증과 달콤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자전거여행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잘 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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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이 뜯어진 츄리닝을 입고도 부족할 것이 없는 이 산동네 주민에게 행복의 공식을 배울 수 있는 점도 자전거여행을 선택한 우리의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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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도 우리의 전진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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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스' 시내를 관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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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도 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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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도 통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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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비아의 남부 도시 '피로트'를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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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도시까지 왔다.

 여기서 하룻밤을 보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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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철길을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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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자들과 반가운 인사도 나누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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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불가리아 국경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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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는 이번 유럽여행 국가들 중 가장 물가가 저렴한 나라인데, 그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한편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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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기대감과 약간의 불안감으로 우린 국경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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