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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54. 일반화의 오류 1

by 김기사 posted Apr 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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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밤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나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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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곳은 과거에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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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 우리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베오그라드를 벗어났다.

 저 멀리 지평선에 베오그라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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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맛있는 고기를 먹기가 힘들어졌다.

 케밥에 들어 있는 까실까실한 고기 조각들로는 우리같은 육식동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한참을 달리다가 바베큐 그림이 보이길래 자전거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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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은 한국에선 보기 힘든 형태의 상점인데..

 세르비아식 정육점인 이곳에서는 생고기도 팔고, 또 원하는 사람에게 절인 고기와 생고기를 바베큐 해주기도 한다.

 마침 통돼지 바베큐가 막 구워졌을 때라 700g 정도 사서 먹었다.

 맛은 괜찮았지만 역시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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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메데레보'란 도시에 들어와서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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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유럽의 짠 음식들에 대해 조금 더 얘기를 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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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 최고인 걸로 알고 있던 우린 헝가리부터 접한 동유럽의 짠 음식을 대할 때마다 의아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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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한인민박집 사장님도 동유럽의 음식들이 한국인에겐 맛의 감각을 무디게 할 정도로 짜다고 했다.

 그분은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이니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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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좀 싱겁게 먹는 나 쁜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친정집의 맵고 짠 음식을 먹어왔던 박대리에게도 동유럽의 간은 많이 짰다.

 심지어 지름이 2mm나 되는 굵은 소금 알갱이들을 표면에 붙여 놓은 바게트 빵까지 있었다.

 당연히 설탕을 붙여 놓은 줄 알고 샀던 우린 그 바게트 껍데기를 벗겨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린 여기서부터는 웬만하면 양념된 고기를 안사고 생고기를 사다가 소금을 쳐서 먹었다.

 양념된 고기들도 짰지만 소시지나 햄 종류는 그 염도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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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렇게 느낀 대로만 썼다가 잘못하면 내 여행기로 인해 '일반화의 오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실제 나트륨 함량은 한국 음식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일단 한국 음식엔 국물이란게 있고, 또 오랫동안 길들여진 '맛'으로 인해 그 짠 정도가 우리 입맛에 무뎌졌을지도 모른다.

 세르비아 음식의 '맛'을 아직 모르는 우리 입으로 이 나라 음식이 들어왔을 땐, 먼저 염분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반대로 세르비아 사람이, 우리에겐 맛있는 오징어 젓갈을 먹었을 땐 뱉어버릴 정도로 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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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행기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하며 여행기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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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중순의 세르비아는 상당히 더웠다.

 이 더위는 일반적으로도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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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여행은 사색을 하는 데에도 아주 적합한 호사(豪奢)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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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정교회 건물을 보면, 마음이 정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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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날라리들을 보면, 날 되돌아보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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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색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던 박대리마저 사색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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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런 비주얼은 모처럼 만의 사색을 깨고 우리의 안색을 사색이 되게 한다.

 염도는 둘째 치고 이젠 동유럽의 케밥만 보면 한국의 찌개가 너무나 그립다.

 따순 밥에 계란 프라이 얹어서 열무김치 팍팍 넣고 고추장 한 숟가락에 쓱쓱 비벼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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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여행은 평범한 일상에 대한 고마움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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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럽에 비해 경제 수준이 떨어지긴 해도 세르비아까지는 상인들의 바가지를 별로 못 느꼈다.

 이런 호스텔도 직원들이 얼마나 소박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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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이 없거나 부대시설이 구형이면 그것에 비례해서 숙박료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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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대로 서유럽의 깔끔함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감각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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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게 좀 문제가 되긴 했어도 편안한 숙소에서 푹 쉬고 나오는 아침은 언제나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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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을만한 음식을 파는 상점들이 거의 없다보니 가끔씩 나타나는 이런 주유소 편의점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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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자도 일반화의 오류에 지배 당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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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서 만난 호스트 올리버는 우리가 동유럽 쪽으로 간다고 하자 박대리가 무서워할만한 얘기를 했었다.

 세르비아와 불가리아에선 개들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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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개들 중 일부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리만치 광분하며 쫓아온다.

 실제로 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이런 경험을 했고 물린 사람도 있다.

 우리도 여기까지 오면서 가끔 개들이 짖으며 달려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다행히 묶여 있었던 개들이거나 대부분 울타리 안에 있던 개였다.

 그런데 얘들은 도대체 왜 달리는 자전거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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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자신들이 설정한 구역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본능과,서열 정리의 욕구가 강한 개의 성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소리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전거를 보면,자신의 구역에 몰래 침입한 '약자'로 인식하는 것 같다.

 자신을 두려워하여 조용히 침투한 침입자로 얕잡아 보고 덤비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엔 작은 개 한 마리가 짖어대며 쫓아오길래 자전거에서 바로 내려서 마주 섰더니 금방 순둥이가 되었다.

 울타리도 없던 곳에서 줄이 풀린 채로 있던 개도 우리를 보고 쫓아오다가 우리가 자신의 구역을 벗어나자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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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올리버의 얘기는 좀 심각했다.

 한 여성 자전거여행자가 세르비아에서 큰 개에게 물렸던 사례까지 들어가며 우리에게 조심을 당부했다.

 당연히 겁이 많은 박대리에겐 공포감 하나가 더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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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유저들 사이에서 개들에 대한 공포가 만만치 않은 주제이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초음파 개 퇴치기'라는 이런 상품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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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레이 최루액이나 분사형 파스를 준비해야 한다는 여행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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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은 신문지를 말아서 가방을 두드리거나 호루라기를 꺼내서 불면,청각에 예민한 개들이 그 소리에 놀라서 멈춘다던가 도망갈 것이라는 약간 불안한 해결책을 내놓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우산을 갖고 다니다가 개가 달려들때 갑자기 펼치면 틀림없이 도망갈 거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러나 이런 많은 정보들은 내 생각엔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런 방법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나타나서 쫓아오는 개를 향해 우산을 펼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개와의 거리가 멀다는 것이고, 그 정도 거리라면 그냥 도망가는게 낫다.

 대적해야 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쫓긴다면 호루라기 꺼낼 시간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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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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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가 쫓아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심한 오르막이 아니라면 페달을 더 세게 밟아서 도망을 가야 할 것이고, 따라 잡힐 것 같으면 내려서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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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의 얘기대로라면 세르비아와 불가리아의 개들은 대부분 사납고 공격적이며 포기하지 않고 쫓아온다는 것인데..

 만약 그러한 상황이 발생되면 박대리를 앞으로 먼저 보내고 내가 내려서 맞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 역시 그런 상상을 하기 싫을 정도로 올리버의 얘기가 '일반화의 오류' 이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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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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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비아 개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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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소보다 더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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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기는 커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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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밟고 지나가도 모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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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놈은 깨끗이 빨아서 쿠션으로 써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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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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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들이 공격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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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렇게 자다가 차에 깔리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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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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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장이 필요한 개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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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화의 오류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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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의 공포 스토리는 결국 '일반화의 오류' 였고,우린 아주 '일반적인' 상황 속에서 무사히 다음 도시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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