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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44. 뜻밖의 재회

by 김기사 posted Apr 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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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케가 오늘 한국인 여행자 한 팀이 또 온다는 얘기를 지나가듯이 한다.

 어제 울리케는 자신의 직장에 한국인 한 명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울리케는 연이어 한국인 여행자가 방문하는 걸 별로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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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이 쇼파에서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너무 신기했다.

 사실 이 동네는 대도시도 아니고 한국으로 치면 충청도의 어느 작은 산동네인데다가, 고도의 높낮이도 만만치 않은 곳이라 자전거 여행자들이 자주 거쳐가는 루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드물게 애들까지 데리고 오는 가족팀이란다.

 (혹시..?)

 그 한국인과 주고받은 웜샤워 이메일을 보여달래서 이름을 보니 김*철씨!

 네모난공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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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부터 만났던 가족이라고 얘기를 하니 그제서야 울리케도 깜짝 놀란다.

울리케가 너무 재미있어하고 우리 역시 오랜만에 네모난공님 가족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약간의 고민은 있었다.

우린 다음 날 저녁, 120km 떨어진 뉘른베르크란 도시에 있는 호스트에게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양해를 구해서 도착 날짜를 미루거나, 내일 하루 만에 산길이 포함된 120km를 가는 수밖에..

 

일단 예정보다 하루를 더 있게 되었으니 슈퍼마켓에 가서 우리가 오늘 먹을 식량을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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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케가 신났다.

 네모난공님 가족이 오면 우리가 오늘 잘 방이 없어서 정원에 텐트를 치기로 했는데, 어디선가 잔디 깎는 기계를 가져와서 텐트 칠 장소를 다듬는다.

 무거워 보이길래 내가 하겠다고 하자 단호하게 '노 프러블럼' 이라고 한다.

 역시 예스,노가 확실한 독일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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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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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 이전까지의 상황을 얘기하자면..

 

 네모난공님이 마을에 진입해서 울리케에게 전화를 했고, 울리케는 비밀을 유지한 채 마을 슈퍼마켓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나 혼자 나가서 그 슈퍼 쪽으로 걸어가다가 기다리고 있던 네모난공님 가족들을 보고 놀라는 척을 했다.

 

 "어? 여긴 웬일이세요?" 라는 내 목소리를 듣고 모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네모난공님 부부는 놀라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같았다.

 

  난 더 장난을 쳤다.

 " 저희는 이 동네 웜샤워 호스트집에 있어요. 지금 뭐 좀 사러 나왔거든요.."

 그때까지도 네모난공님은 너무 놀라서 눈치를 못 채고 서로가 각각 다른 호스트 집으로 가야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사실대로 얘기를 하고 같이 울리케의 집으로 오는 도중에도 아마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깜짝쇼는 역시 외국에서 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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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재회를 한 우리들은 서로의 얘기를 하느라 바빴다.

 주왕이와 은유도 그 사이 좀 더 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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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케에게 또 고마웠던 건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재독교포(저 멀리서 울리케 옆에 서 있는 여성분)까지 불러서 한국 향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독일인과 결혼해서 이 동네에 정착한 김*숙씨도 우리와 너무 할 얘기가 많았던 탓에 밤 열두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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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이별이 아쉬웠는지 울리케가 우리의 진행 방향으로 40km쯤 떨어진 곳(로뎀부르크)까지 같이 라이딩을 하자고 한다.

 그 도시에 괜찮은 캠핑장을 알고 있다는 울리케가 안내를 맡기로 하고, 네모난공님 가족과 우린 그 캠핑장에서 같이 캠핑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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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케의 나이를 봤을 때 왕복 80km를 달려야 하는 일정이 쉽지 않을 텐데도 여유가 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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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은 중국에서보다 짐이 더 늘었다.

하긴 캠핑장비들을 새로 사느라 우리도 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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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에겐 애들 간식이 무척 중요하다.

이 날이 토요일이라 오후에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을 경우를 대비해서 출발하자마자 슈퍼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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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케가 선두에 서고 우리가 후미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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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작은 선글라스를 못 구하는 바람에 어른 고글을 쓰고 고생했던 은유가 이젠 맞는 고글을 쓰고 뒤에서 아빠를 열심히 민다.

 동급 최강을 자랑하는 '은유 모터'는 초콜릿으로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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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힘으로 오르막길을 가볍게 통과한 네모난공님과 달리 다른 가족들은 중력과의 사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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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케를 살짝 걱정했던 우리가 창피해졌다.

이런 오르막길을 기어도 내리지 않고 여유 있게 오르는 걸 보니 다리 힘이 은유보다 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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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장에 도착했다.

 울리케는 캠핑에 대한 경험이 없었는지 우리가 텐트 치고 짐을 정리하는 걸 꼼꼼하게 지켜보았다.

 어젠 내가 노트북을 어떻게 수납하고 다니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아마 내년에 예정된 자신의 여행 때문일 것이다.

 

 아직 몇 사람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독일의 여성들은 독립적이고 강인하다는 느낌을 준다.

 독일의 첫 번째 호스트였던 힐데가드도 은퇴가 가까운 나이지만, 1년 중 6개월 동안 일을 하고 그 돈으로 나머지 6개월은 해외여행으로 보낸다고 한다.

 물론 다들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을 해서 안정적인 기반은 다 갖춰 놓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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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케를 보내고 이제 한국인만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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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족은 5월 6일 네덜란드에 도착한 우리보다 열흘 정도 늦게 독일로 들어왔는데, 유럽의 캠핑장 생활이 너무 좋아서 이동속도가 좀 늦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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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은유가 백조만 보면 너무 좋아해서 전진이 잘 안된단다.

 하긴 한국에선 그렇게 큰 새를 못 봤을 테니 얼마나 신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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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보다 조금 작은 흑견에겐 별로 관심이 없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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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부르크 캠핑장에서 같이 이틀을 보내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역시 만만찮은 오르막길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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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캠핑장 하나를 찾아 들어갔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캠핑장 주인도 안 보이고 참 난감한 상황인데 어디선가 백조만 한 개 한 마리가 와서 우리의 난감함을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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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 자리에 텐트를 칠까 생각 중이었는데 얘가 가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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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 넌 이름이 뭐니?

- 개 : (귀찮어...절루 가..)

- 은유 : 앞은 잘 보이니?

- 개 : (이 털을 봐라.. 잘 보이겠나..)

- 은유 : 넌 뭘 먹고 이렇게 크니?

- 개 : (....)

- 은유 : .... 

 

 

 

- 주왕 : 넌 이름이 뭐니?

- 개 : (아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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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도망갔다.

그리고 다행히 캠퍼 한 분이 와서 주인장 대신 우리가 텐트 칠 장소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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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은 역시 먹는 맛이다.

 16% 경사에 놀란 근육들을 삼겹살로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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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모난공님의 장비 중 가장 부러웠던 게 타프였는데, 큰 타프 덕에 우중에서도 이렇게 두 가족이 파티를 벌일 수 있었다.

 

 나중에 주인장이 나타나서 정산을 하고 보니 이용료가 무척 싸다.

 이 캠핑장이 유럽에서 경험한 캠핑장 중 이용료가 8유로(12,000원)로 가장 저렴했는데 대신 시설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모여서 먹는 식사는 8성급 호텔 뷔페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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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프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텐트 위로 덮인 타프의 끈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우리 텐트 폴대가 하나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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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혹시 몰라서 텐트 수리키트도 사가지고 왔었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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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별로 세 개가 들어 있는 폴대 보조 파이프 중 한 개가 딱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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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수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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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공님 가족과는 여기서부터 코스가 갈라지기 때문에 아쉬운 인사를 하고 다시 도로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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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여행 중 몇 번이나 있었던 뜻밖의 재회를 생각하면 신기하기만 하다.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다시 만나게 되는 여행자의 얼굴은 더없이 반갑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이 할머니 라이더도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한참을 같이 달리다가 사진까지 찍게 됐는데, 다음 날 70km쯤 떨어진 지점에서 거짓말처럼 다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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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속을 뚫고 뉘른베르크에 도착했다.

 우리는 네모난공님 가족과 만나는 날, 이 도시의 웜샤워 호스트에게 약속한 날짜보다 이틀 정도 늦을 것 같다고  메일을 보냈었다.

 미안한 마음에 '당신이 그날 바빠서 우리와 만나지 못하더라도 우린 괜찮다' 라는 말도 덧붙였다.

 답장이 없길래 더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이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전화가 왔다.

 

 오늘이라도 오라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안 그래도 캠핑장이 보이지 않아서 잘 곳에 대한 걱정을 하고 달렸는데 두 배로 고마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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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헤매지 않고 고마운 호스트의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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