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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43. 고마운 사람들(올리버 패밀리,울리케 편)

by 김기사 posted Apr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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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로 내려갈수록 침수된 강변길이 자주 나타나고 있지만, 이제 독일의 도로 패턴에 익숙진 우린 우회 도로를 잘 이용해서 다음 호스트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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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트 올리버는 키가 무척 큰데(190cm 이상) 우리를 위해 다리를 구부리고 사진을 찍었다.

 친절함의 교과서를 보여 준 올리버 가족도 생각할수록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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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둘인데 한 아이의 방을 우리에게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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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의 나이는 나하고 비슷한 것 같고, 큰 체격만큼 호탕한 유머를 구사하지만 상대방의 의사를 꼼꼼하게 챙겨서 맞춰주는 섬세함도 갖고 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생활 스포츠로 건강을 관리하는, 아주 바람직한 '젊은 중년'이다.

 이렇게 건전한 사람과 있으면 즐겁기도 하지만 부러운 마음에 그 사람의 장점을 배우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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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사람들은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

 체감상 두 집중 한 집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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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잘 꾸며진 정원에 트램블린이 보이면 박대리가 무척 부러워했었는데 이 집에서 소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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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는 웜샤워 등록 정보란에 "Pay" with your travel story! (숙박비는 당신의 여행이야기로 받겠습니다) 라는 글을 써 놓았다.

 식사를 했으니 거실에서 숙박비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리버의 대화법이 참 훌륭하다.

 우리의 영어가 짧아서 버벅거리고 단어 선택에 시간이 걸려도 미소 띤 얼굴로 계속 지켜봐 준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나면 우리가 알아들을만한 쉬운 단어를 써서 나의 부족한 설명을 완성해 준다. 

 끊임없이 유쾌한 유머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올리버의 대화법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본받아야 할 좋은 본보기로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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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예상 루트를 말하자 올리버가 TV를 켰다.

자신의 우려를 아나운서의 표정으로 대신 말하려는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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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 이런 물난리가 났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안전을 항상 우선순위에 놓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위험할 일은 없겠지만, 루트를 어떻게 다시 짜느냐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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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가 자신이 갖고 있던 자료들을 갖고 와서 내 고민을 도와준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사진의 독일 전도를 선물로 주었다.

(노란색은 우리가 독일에서 이 날까지 지나온 길과 이후로 거쳐간 경로다.)

 

고민 끝에 결국 침수 피해가 심한 체코(프라하)를 포기하고, 사진의 노란색 루트를 따라 오스트리아로 바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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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의 도움으로 앞으로 당분간 우리가 가야 할 세부 코스도 새로 짰다.

이렇게 웜샤워 호스트들은 자전거여행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참 고마운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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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하는 올리버를 배웅하기 위해 차고로 나왔다.

유럽에서 만난 호스트 중 가장 많은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는 올리버네 가족의 자전거 사랑은, 차고를 가득 채운 자전거들로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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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컴번트(반쯤 누워 타는 자전거)에 기어 파트가 세 개까지 달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보통의 자전거는 '3X9=27단' 이런 식인데, 앞뒤 휠에 내장기어까지 포함해서 '3X( )X( )=수십단?' 뭐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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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타보라고는 하는데, 무게 중심이 다른 리컴번트를 탔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민폐를 끼칠 것이니 그냥 앉아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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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의 스카이씽씽(?) 정도는 뭐 별로 안 비쌀 테니 한번 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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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에서도 이렇게 한바탕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서는 인사를 하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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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길은 침수된 구간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강물 수위가 낮아질 때까지 국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인 밀텐베르크까진 469번 국도를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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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이 별로 없어도 안전운전을 하는 독일 운전자들로 인해 별로 위험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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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텐베르크 근처 어느 지점에서 하루 쉬어갈 캠핑장을 찾아보았지만, 역시 대부분 침수 피해를 입고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짐메르(ZIMMER)' 라고 하는 유럽식 민박집을 찾아 가격을 물어보니 60유로(9만원) 란다.

 

 너무 비싸서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이럴 땐 경험상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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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아주머니의 친절한 설명으로,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캠핑장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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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대부분의 캠핑장처럼 레스토랑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요금 체계가 좀 특이했다.

2인 1텐트 이용료 17유로(25,000원)를 내면 10유로(15,000원) 짜리 레스토랑 쿠폰을 준다.

샤워는 5분을 사용할 수 있는 1유로짜리 코인을 구입해야 하고 와이파이도 없지만, 9만원짜리 민박집에 갈 뻔한 우리에겐 무척 저렴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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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유로 쿠폰에 10유로를 더 써서 오랜만에 레스토랑 음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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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텐베르크를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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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국도로 진입했는데 강변길이 아니다 보니 크고 작은 산들을 넘어야 했다.

 6월의 독일은 일교차가 매우 심하다.

 아침엔 잠바를 입을 정도인데 낮엔 무척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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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 쉽지 않은 길들을 거쳐서 다음 호스트인 '울리케'의 집에 도착했다.

 이 마을의 이름은 'Weikersheim'이란 곳인데, 한적한 지방의 소도시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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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케는 참 강인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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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한 남편의 연금으로 생활이 충분한데도, 하루 반나절씩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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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사우나 시설을 해 놓은 점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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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진은 골동품을 좋아하는 내 여행기에서 빼놓을 수가 없다.

 내 나이보다 더 오래된 라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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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케가 테라스에 식사 준비를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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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람들은 비교적 이렇게 간단한 요리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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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꼭 먹는다.

와인 가격은 슈퍼마켓 기준으로 보통 4천원에서 만원 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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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집에 살고 있는 아들네 고양이라고 하는데 주로 새를 잡아먹는단다.

 (너...윤무부교수님한테 걸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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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리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이 남자 얼굴이 실물보다 못 나왔다고 무척 아쉬워한다.

이 집 3층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청년인데, 지금 사진 모습도 잘생겼지만 지그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웬만한 모델보다 훨씬 더 잘 생겼다.

내가 진심으로 "넌 데이비드 베컴보다 잘 생겼다" 라고 했었다.

 

키는 190cm 정도 되는 데다가 목소리는 공기반,소리반의 중후한 바리톤이고, 직업은 스페인어 교사란다.

내가 박진영이었다면 당장 영입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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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케다.

역시 다른 호스트들처럼 우리의 루트에 대해 세밀한 조언을 해 준다.

웜샤워의 이런 장점들은, 우리에게 국경을 초월한 자전거족들의 끈끈한 연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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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케는 아주 열정적인 자전거 여행가다.

 설명을 하다가 우리에게 세부 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자, 이미 퇴근을 한 상태인데도 바로 차를 몰고 다시 자신의 일터에 갔다 왔다.

 자신의 지도책에서 우리가 앞으로 3일간 거쳐갈 지역의 페이지를 복사해 온 것이다.

 

 울리케가 이렇게 웜샤워 호스트로서 열정적인 의무감을 갖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자신도 언젠간 필요로 할 부분을 미리 다른 여행자들에게 베푸는 것이다.

 내년에 6주간 자전거로 서유럽을 여행할 예정인데 이미 대부분의 루트에서 숙소를 제공받을 웜샤워 호스트들의 목록까지 정리해 놓았다.

 

 우리에게 내어 준 방도 손님을 위해 일부러 꾸며 놓은 형태 인걸로 봐서 지속적으로 웜샤워 게스트들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먼저 베푸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같이 먼저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서 '인간답게 사는 법'을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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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끝내고 출발할 채비를 하면서 우린 울리케에게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된다.

 

 그 스토리는 다음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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