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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42. 자전거 개발자 '볼프만'

by 김기사 posted Apr 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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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볼프만을 만나기 며칠 전에 이미 이 사람에 대해서 약간의 정보를 얻었었다.

 한국을 무척 좋아하고, 한국인 친구도 많으며,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는 자신의 소개 말고도, 예전에 이 집을 거쳐 간 한국인 자전거여행자의 블로그에서 볼프만의 사진과 그의 성향에 대한 제 3자의 소감을 미리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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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다 열 살쯤 많은 나이에 독신이고, 채식주의자이며, 직업은 자전거 개발 자영업자이다.

 그리고...요리 발명가이다.

 그것도 한식을 주로 연구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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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광경만으로도 이 사람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저 김치찌개에 들어간 김치는 볼프만이 직접 담근 김치이며, 그 숙성된 정도가 한국 김치와 다를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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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과 야채로만 맛을 냈는데 찌개 맛이 제대로다.

 꽤 매웠는데도 역시 볼프만은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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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로 이동할 때에는 이동막걸리를 먹어줘야 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저 막걸리병은 어디서 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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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긴장의 끈을 놓아도 괜찮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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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말을 하는 사촌형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도 있었지만, 전날 하루 종일 라이딩을 한 탓에 단잠을 잤다.

 이 공간은 주방과 거실을 겸하면서 볼프만이 자전거를 만지는 작업장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손님을 이렇게 재우는 것이 별로 이상한게 아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한번 설명을 할 예정이지만, 유럽의 위생관념은 한국과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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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와 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본격적인 '볼프만리즘' 강의를 듣는다.

 사진은 양배추로 만든 발효 장아찌 같은 건데 시큼하고 아삭아삭한 맛이다.

 최근에 연구 중인 밑반찬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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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연구한 자전거 기어비를 분석해 놓았다.

 볼프만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기어 조합은, 상단 도표의 좌측에 표기된 7단 스프라켓에 42T-38T-20T의 크랭크 체인링을 썼을 때인 것 같다.

 나도 그 밑의 그래프를 보니 좋은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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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프만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데 말이 상당히 빠르다.

 거기다가 나에게 자전거 정비 지식이 있다는걸 알고부터는 강의의 분량까지 점점 많아졌다.

 그러나 내 영어 실력으론 이 사람의 강의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땐 초능력을 쓸 수밖에 없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서로의 언어를 거의 모르는 상황에서도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 초능력에 대해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강의를 해드리겠다.


 볼프만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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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쓴 초능력으로 볼프만의 강의를 모두 수강한 후 이제 그의 하루를 염탐하기로 했다.

 볼프만은 웜샤워 게스트가 오면 항상 게스트의 자전거를 정비해주는 것 같다.

 이전에 다녀간 한국인 자전거도 수리해 주었다는걸 그들의 블로그에서도 확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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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리의 자전거는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풀리 분해 소지로 끝났는데, 박대리보다 짐을 10kg 이상 더 싣고 달린 내 자전거는 간단치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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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적인 문제는 내가 정비하며 다녔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지만, 여행중 자가 수리가 불가능한 허브에서 약간의 소음이 나는 상황이었다.

 우리 자전거의 휠셋은 아세라급이다.

 다른 장거리 여행자의 자전거에 비하면 낮은 등급이지만, 내 생각으로 아세라급이면 여행하기에 충분한 내구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부품의 정밀도에서는 등급이 높을수록 예리한 구조인 것은 맞다.

 그러나 실제 그 차이로 인한 불편은 별로 없고, 그나마도 기본 정비법을 익히면 메꿔진다.

 

 혹시 내 여행기를 보고 자전거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는 예비여행자가 있다면, 고가의 자전거가 굳이 필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넉넉잡고 알리비오급(50~80만원)이면 세계여행하는데 있어서 내구성이나 편의성에 별문제가 없다.

 단, 동호회 활동 용이나 레저생활용은 그 용도와 만족도의 척도가 다르니, 여행의 경우와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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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만이 앞 휠을 돌려보더니 허브를 바꿔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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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론과 경험이 겸비되어야 가능한 '휠 빌딩'을 거침없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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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교체할 허브는 볼프만이 갖고 있던 중고 허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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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를 전공한 볼프만은 별도의 작업실에 선반 설비도 갖추고 있었다.

 저 휠 빌딩기도 셀프메이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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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휠셋에서 나온 허브이다.

 아마 내부 베어링이 많이 마모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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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휠 빌딩을 하는걸 실제로는 처음 봤지만, 느낌상 볼프만의 실력은 프로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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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허브 교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고, 이후로 터키까지 가는 동안 짐 무게가 더 늘어났음에도 휠 트러블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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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프만이 개발한 아이템 중 몇 가지는 특허출원 중이거나 예정이라서 사진은 못 찍었고 내 기억 속에만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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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티' 프레임과 닮은 이 프레임도 주문 제작한 거라고 하니 세상에 한 대밖에 없는 자전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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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만의 하루는 거의 이런 걸 상상하고 만드는 일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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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자전거,특히 독일의 자전거들은 다이나모(자가 발전기) 허브를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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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발전 기술의 종주국이라 일단 다이나모의 가격이 한국보다 싸고, 내부 저항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그 효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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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내가 한국에서도 혼자 상상했었던 아이템인데...볼프만이 거의 그대로 만들어 놓아서 좀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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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시 앞바퀴에서 튄 흙으로 인해 체인이 오염되는 걸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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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이 집에 머물렀던 2박 3일 동안 두 번의 택배가 도착했다.

 볼프만은 부품도 자주 구입하는 것 같았다.

 자전거 마니아들은 잘 알겠지만, 아무리 독일이 한국보다 부품 가격이 싸다 해도 큰 차이가 나진 않을 것이고 이렇게 구입하는 물품에 대한 지출은 만만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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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만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자전거 만지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봤을 땐 중독 수준인데 약간 우려가 되긴 했다.

이 분야에 올인하고 있는 볼프만이 꼭 그 노력의 결실을 맺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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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 시스템을 처음 봤다.

 유압으로 구동되는 림브레이크인데 한국에도 이런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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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웜샤워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낮에는 게스트가 외출을 해주는게 예의다.

 점심때가 가까워져 우린 시내 관광을 하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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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걸어서 프랑크푸르트 중심부에 도착했다.

우린 물론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걷는 걸 더 좋아한다.

동두천으로 이사 오기전 이문동에 살 때 마포까지 걸어가서 점심 먹고 다시 걸어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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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이 날은 좀 후회를 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자전거 도로가 이렇게 잘 되어 있는 줄 알았다면 자전거를 타고 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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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물에 잠긴 자전거 도로를 만날 때마다 우회하느라고 평탄치 못한 코스를 140km나 달렸기 때문에 허벅지가 뻐근해서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앉을 곳을 찾아 들어가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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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프만이 챙겨준 자료로 아시아 푸드마켓을 찾아가서 식재료도 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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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의 대도시엔 무료로 편하게 앉아 있을 곳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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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게 앉으려면 테이블 차지(Table Charge)가 포함된 뭔가를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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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그리울 때가 바로 이런 때이다.

 유럽은 길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하면 돈을 내야 하고, 식당에 가도 물을 공짜로 주는 곳이 없다.

 살기 편한 건 한국이 최고다.

 맥도날드에서 한참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볼프만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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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입구를 재밌게 만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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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은 우리가 사 온 식재료로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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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호박죽과 파전을 만들었고 볼프만은 맥주를 준비했다.

 저 맥주의 가격이 한 병에 39센트(6백원)란다.

 독인에선 정말로 물보다 맥주가 싼 가보다.

 

 사실 여행자가 육류를 피해서 한정된 재료로 만든 요리로 요리 연구가를 만족시킬 순 없을 것이다.

 볼프만의 표정을 보니 호박죽과 파전을 초능력으로 먹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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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볼프만이 본격적인 '2차 요리 강의'에 돌입했다.

 육식 동물인 우리 생각엔 채식주의자들이 과연 먹을 수 있는 종류가 얼마나 될까 걱정이 됐지만, 볼프만이 공개한 곡식 창고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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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먹은 호박죽과 파전에 충격을 받았는지 오전부터 볼프만이 복잡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자의 식단이 포식자들의 '그것'보다 결코 뒤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았다.

 

 맛있었다.

 볼프만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소감을 말했다.

 유 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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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볼프만에게 처음 메일을 보냈을 때 볼프만은 답장에 덧붙여서 이런 말을 했었다.
 

PS: I will order bicycle spare parts next week. If you need something, tell me. You will have to pay only the price of a bike dealer ^^

(나는 다음 주에 자전거 부품을 주문합니다. 당신이 뭔가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나에게 말하십시오. 당신은 자전거 판매점 가격만 지불하면 됩니다^^) 

 

 난 체인이라고 답장을 보냈었고, 이 날 볼프만이 주문했었던 부품 택배에 우리 부품까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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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프만에게 체인 교체 정도는 박대리가 머리끈 교체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후딱 체인을 교체하고 또 자신의 자전거에 몰두하고 있다.

 

 적당한 타이밍에 체인도 교체하고... 이래저래 웜샤워를 통해 우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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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프만은 우리가 며칠 더 있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우린 다음 호스트와의 약속 때문에 인사를 하고 나왔다.

 볼프만에 대해 못다 한 얘기가 참 많은데, 그 재밌는 얘기들을 지면 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는 점이 무척 아쉽다.

 피터팬의 순수함과 에디슨의 열정을 갖고 있는 볼프만도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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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프만의 집을 나와 다음 호스트의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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