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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9. 잊지 못할 프랑스인들과의 추억

by 김기사 posted Apr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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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웜샤워란 사이트가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자들에게도 유익한 커뮤니티인 것은 확실하지만, 모든 여행자에게 관대하게 오픈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서유럽에서 만났던 호스트들 대부분은 소득 수준도 높고 그 선량함이 온몸에서 흘러나올 정도로 건전한 사람들이었지만, 자신들이 초대한 게스트가 자신들만큼 안전한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와 같이 있을 땐 항상 영어로만 얘기하던 매튜가, 우리가 떠나는 날 아침에 자신도 출근하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일찍 집을 나서면서 불어로 캐서린에게 조용히 한 말은, '저 한국인들이 집을 나간 후 나에게 전화를 해 달라'라는 내용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낯선 이들에게 느끼는 경계심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방문 요청 메일에 기꺼이 초대 답장을 보내준 웜샤워 호스트들에게, 고마움을 넘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메일 요청에 대한 서유럽 사람들의 '승낙 비율'은 매우 높아서, 같은 지역의 세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면 거의 모든 호스트들에게 'OK' 답장이 왔다.

 메츠에서는 매튜에게 OK 답장을 받은 후, 이어서 온 다른 호스트의 초대 답장에 '먼저 온 답장 때문에 못 가게 되어서 미안하다'라는 재답장을 보냈는데, 다시 '다음 날이라도 좋으니 먼저 답장을 보내온 호스트(매튜)집에서 하루를 묵고 자신의 집을 방문해 줄 수 없겠느냐'? 라는 메일까지 받았다.

 

 난 우리의 높은 성공률을 내 블로그에 꾸준히 작성해 온 여행기(중국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가 유럽에서 만났던 웜샤워 호스트들 대부분은 내 블로그 여행기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고 했다.

 사진에 붙은 멘트가 한국말이라 불편했었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했었지만, 그들이 꼼꼼하게 내 여행기를 들여다보고 우리에 대한 신뢰를 얻은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웜샤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호스트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내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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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를 빠져나오면서 본 프랑스 복덕방(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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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들이 2억에서 4억 사이니 한국에 비해 별로 비싸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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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벼룩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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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고기 구울 때 필요한 집게를 1유로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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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닭이다..

 이런 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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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 뒤편으로 가서 인도 위에 앉아 바로 뜯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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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인 St-Avold 까지는 D603번 국도를 타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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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갓길이 별로 없는 도로가 섞여 있으므로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간 반사조끼를 꺼내 입었다.

이 반사조끼는 이 날로부터 터키에 도착할 때까지 여러 가지로 유용했으며, 무엇보다 우리의 안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유럽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에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픈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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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대부분 매너가 좋다.

이렇게 갓길이 없어도 그리 위험하지 않다.

그런데 다시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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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한적한 마을을 지나고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이 남자(Christophe Pegeot)가 자신의 차로 우리를 따라와서 말을 건다.

 이 정도의 적극성을 보이는 사람은 틀림없이 자전거 마니아다.

 우리의 향후 경로를 묻더니 "이런 국도는 위험하고 산을 많이 경유하게 돼서 안 좋고, 유로벨로라고 하는 강변길로 가는 게 훨씬 좋다" 라는 조언을 해 준다.

 유로벨로에 대한 자료는 사무실로 들어가는 대로 메일에 담아 보내주겠다고 한다.

 

 이렇게 현지인에게 불시에 얻는 정보는, 경로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아주 요긴하다.

 실제로 이날 이 남자와의 만남은, 앞으로 남은 우리의 유럽 일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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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세인트아볼드까진 무조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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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잘 가꾸어진 주택들의 모습은 항상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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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호스트인 '데보'의 집에 도착했다.

 호스트의 집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고 집주인과 반갑게 인사한 후 자전거에서 짐을 떼어 안내받은 방에 옮기고 자전거를 파킹 하다 보면 사진 찍을 겨를이 없다.

 그래서 항상 호스트 가족들의 얼굴은 뒤에 나오게 되는데, 이 데보 부부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호스트라 사진이 나오기 전에 먼저 간단한 소개를 하고 싶다.

 

 일단 두 사람 모두 너무 순박하고 수줍음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미소와 웃는 모습이 얼마나 해맑았는지 나보다 나이들이 많은데도 귀여웠다.

 조심스럽고도 차분한 그들의 대화법은 그들의 심성이 얼마나 선한 사람들인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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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도 옴파리우스네 집 못지않게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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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아들이 쓰던 방을 우리에게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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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세 가족을 겪어보고 전체 프랑스인들에 대한 관념을 세운다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적어도 이들이 손님을 대접하는 정성스러운 모습과 간단하지 않은 식사문화에서 과거 찬란한 귀족 문화를 꽃피웠던 프랑스 역사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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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 역시 손님에 대한 대접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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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조심스럽게 차를 갖다 주는 그 마음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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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메인 요리인데 한국의 부침개와 모양도 맛도 많이 흡사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한식 요리라서 꽤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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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샐러드도 왕성한 식욕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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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메인 요리 뒤엔 도수 높은 술이 한 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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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으로 보자면 이 치즈가 '안주'인데, 한국식으로 먹으면 이 나라 사람들에게 약간 어색해 보일 수 있다.

치즈가 맛있어 보이길래 큼지막하게 썰어서 한 입에 먹고, 데보가 따라준 술을 원샷으로 마셨더니 데보 부부의 웃음보가 터졌다.

데보가 한 잔 더 따라주려고 하길래 취했다는 표정을 짓고 손사래를 쳤더니 더 큰 웃음보가 터졌다.

 

나의 무지함에서 나온 실수가 그들의 넉넉한 마음씨로 인해 즐거운 에피소드가 되었다.

프랑스식으로 이 음식들을 먹으려면 아마도 술과 치즈를 조금씩 음미하면서 먹는게 맞을 것이다.

나중에 데보 부인은 우리에게 이 술과 치즈를 도시락과 함께 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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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디저트도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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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날 거리에서 만났던 크리스토프에게 메일이 왔다.

 외국인 자전거여행자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의는 참 감동스럽기 그지없다.

 첨부파일로 보내온 그의 자료는 혹시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라도 놓칠까 봐 그 범위를 넓게 잡고 작업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했다.

 고맙다는 메일을 보냈더니 메일 용량이 꽉 찼다면서 반송되어 왔다.

 페이스북 친구 신청도 아직까지 승낙을 못한 걸 보면 이 사람은 엄청나게 바쁜 사람이다.

 그래서 더 고맙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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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럽 사람들은 아침 인사를 하면서 지난밤 잘 잤는지를 꼭 묻는다.

 잘 잤다는 대답을 하면 진심으로 기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엄지손가락까지 세우면서 우리의 좋았던 취침을 '축하' 해준다.

 그들의 매너와 배려심은 아침 인사부터 느낄 수 있다.

 조용한 성격의 데보 부부 역시 수줍게 아침 인사를 하면서도 잘 잤느냐는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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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약을 받아든 장희빈 컨셉을 노렸는지 모르겠지만...

 장희빈 치고 얼굴이 너무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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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가 건강한 식사를 위해 아침 일찍 사온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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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리가 커피를 좋아한다고 하자 식탁 위에 있던 믹스커피를 다 가져가란다.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는 데보 부인의 마음씨가 참 예쁘다.

다 가져올 순 없고 세 개만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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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데보의 부모님이 물려주신 거란다.

부모님이 사용하던 물품들이 집안 곳곳에 고풍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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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을 모두 챙긴 후 집을 떠나기 전 정원 구경을 하였다.

 초대받은 손님으로서 주인장의 집을 구경하며 그들의 보금자리에 대한 감상과 감탄을 해주는 것도 유럽의 정서상 기본 매너에 속하는 일일 것이라 생각하여 우린 항상 집 구경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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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삼각형으로 돌출된 구조물 안에는, 정원을 바라보며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응접실 세트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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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감각이 곳곳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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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폐기된 작업용 워커가 화분으로 재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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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더미에서 벌써부터 벽난로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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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약 먹고 더 통통해진 장희빈의 점프도, 잘 가꾸어진 정원 덕에 가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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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올 때 도시락까지 싸 준 호스트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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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웃음보를 터트렸던 그 술을 설탕과 함께 미니어처 병에 담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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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 부부다.

눈부신 아침 햇살 때문에 그들의 활짝 웃는 모습이 약간 가려져서 아쉽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그들의 착한 마음씨는 언젠간 다시 만나고 싶은 내 소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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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나오자마자 다시 비가 내린다.

 얼른 지붕 있는 구조물 밑으로 피신한 후 오늘 어떻게 효과적으로 국경을 넘을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자전거여행자의 이러한 고달픈 숙명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 앞에선 행복한 과정일 뿐이다.

 

 오늘은 프랑스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독일로 넘어가는 날이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게 될 독일에선 또 얼마나 많은 추억의 땔감을 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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