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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24. 루펑(Lufeng)시 펑요(친구)들

by 김기사 posted Mar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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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적지인 루펑시까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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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마을을 지나고 있는데 눈에 익은 자전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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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테규 바이크의 허머 마니아들 사이에서 '짝퉁'으로 통하고 있는 중국산 허머 바이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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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허머만 놓고 봤을 때 상표권에 관한 법률상으로 짝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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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머(HUMMER) '란 이름의 라이센스가 몬테규에서 소멸된 후 중국 업체가 몬테규바이크를 흉내 내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중국 내에서 합법적일지는 몰라도 기존 허머의 명성을 카피했기 때문에 모조품 취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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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국산 허머는 접히지 않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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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로고는 문제가 된다.

 허머 로고만 쓴 게 아니라 '몬테규 밀리터리 테크놀러지'라는 타사 로고까지 사용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초보자들은 몬테규바이크와 구별이 안 갈 수도 있는데, 글씨 크기같이 미세한 부분으로 판단이 안될 때에는 폴딩 큐알 레버를 보면 된다.

 중국산 허머는 그냥 둥그런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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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품인 몬테규 허머의 큐알 레버는 약간 웨이브 형태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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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펑시에 조금 일찍 들어가서 이틀 정도 푹 쉴 생각으로 1시간 동안 막판 스퍼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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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촉사고 구경할 시간이 없다.

 3일 동안 무리해서 달렸더니 얼른 숙소 잡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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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1시쯤 루펑시에 도착해서 사진에 보이는 붉은 건물 앞에 서서 주변 숙소를 둘러보고 있는데, 차 한 대가 멈추고 창문을 내리더니 나에게 뭔가 물어본다.

 중국에 와서 가끔 이런 상황을 겪을 때가 있다.

 대부분 우리가 중국인인 줄 알고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이다.

 내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얼굴형도 중공군 같다는 걸 이 사람들을 통해 깨닫게 됐다.

 

 난 이럴 때마다 항상 했던 순서대로, 살짝 웃으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뚜이부치(죄송합니다), 워쓰 한궈런(나는 한국인입니다).중궈와 팅뿌동(중국어를 몰라요)..'라고 했는데, 이 사람은 길을 물어보는게 아니었다.

 

 우릴 보고 자신의 차를 따라 오란다.

 대낮인데다가 말끔한 옷차림으로 봐서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자전거를 타고 따라갔더니 바로 근처 자전거 매장 앞에 차를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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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요칭,황삥,박대리,천지엔(우리를 데리고 온),미스터 우(자이언트 직원), 미스터 링 인데 모두 자전거 마니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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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우리에게 식사 여부를 묻더니  미스터 우가 볶음밥을 주문해 준다.

 우린 다시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된 이 기회가 은근히 반가워서 마다하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서로가 스마트폰 번역기를 돌려가며 이런저런 질문을 부지런히 나누고 명함도 교환하며 이름 익히기에 나섰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극진히 대하였지만, 특히 장요칭은 우리를 대하는 그 정성이 유난히 깊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하나하나 꼼꼼히 배려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나서 밖으로 나갔던 장요칭이 돌아오더니 우리를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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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칭이 호텔을 예약해 놓았다...그것도 우리가 주로 애용하는 중저가 빈관이 아니라  꽤 좋은 호텔이다.

아..우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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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갖고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의 호텔이라서 짐 분리하고 자전거 파킹 한 다음 룸에 패니어들을 옮기느라 이 상황을 재정리할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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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요칭을 따라나섰을 때 자신의 집에 우리를 묵게 해주는 정도로 기대를 하긴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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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요칭이란 친구(우린 나중에 모두 다 친구로 통했다)가 얼마나 세심하냐면, 이틀 숙박비를 모두 지불해 놓고 조식으로 먹을 음식까지 이렇게 준비를 해서 우리 손에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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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에 여장을 풀고 노트북을 꺼내서 메일을 보니 일행 중 한 명이 이미 우리를 환영하는 인사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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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요칭이 저녁에 매장으로 와달라는 문자를 보내와서(오류가 많은 번역기로 의사를 물어왔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장요칭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다) 간단한 과일 몇 개를 사가지고 자이언트 매장으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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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가니 다른 중국인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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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자전거동호회 친구들인데, 낮에 우리가 봤던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로 복귀해서 오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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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리가 어색해할까 봐 여성동호인들을 많이 부른 것 같았다.

 

 우린 여기서 또 부지런히 번역기를 돌린 후 장요칭을 기다렸는데 회사일로 못 오는 것 같았다.

 번역 어플은 아직 완벽하지 못해서 의사 전달 성공률이 50% 정도밖에 안된다.

 낮에 봤던 사람들이 바쁜 관계로 다른 동호회 회원들을 부른 후, 이 회원들에게 우리를 데리고 야간 라이딩도 하고 저녁도 대접하라고 한 것 같은데 역시나 그 의사도 조심스럽게 물어보라고 당부한 느낌이 역력했다.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컨디션을 물어보더니 오늘은 숙소에서 쉬고 내일 근처에 놀러 가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한다.

 우리 역시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서, 우리 때문에 일부러 온 이 사람들과 더 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뒤로하고 우리를 배려하는 그 고마운 마음씨를 덥석 받아들였다.

 

 

 다음 날, 푹 자고 일어나서 라이딩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얼른 텐트의 그라운드시트를 가지고 주차장에 가서 자전거들을 씌운 후, 룸에 돌아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으나 비는 저녁까지 내렸다.

 

 중국인 펑요(친구)들도 이심전심으로 만나자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우리만큼 아쉬워하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지만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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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다음 날, 비가 개었길래 짐을 꾸리고 자이언트 매장에 인사를 하러 가기 위해 출발 대기 상태를 만들었다.

 그런데 장요칭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이 같은 호텔 룸에 있으니 만나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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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의 룸에 올라와서 자신의 룸으로 데리고 가더니 뭔가를 꺼내 부지런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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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차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장요칭이 휴대용 중국차 세트로 우려낸 이 차는 뭔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 번을 우려내서 버리고도 진한 향기를 내며 내 잔을 계속 채워준다.

 

 장요칭의 직장은 이 도시에서 150km 떨어진 산토우(shantou)인데 일이 늦게 끝나서 어제 밤 늦게 이 호텔에 왔다는 것이다.

 나중에 느낌으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요칭은 비가 갠 이 날 우리와 하루를 같이 지내고 싶어서, 전날 늦게까지 미리 업무를 모두 끝낸 후 우리가 혹시 먼저 떠날까 봐 집에서 잠을 안 자고 이 호텔에 투숙한 것이었다.

 

 내일이 오늘보다 일기 예보가 좋으니 내일 떠나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장요칭의 표정이 너무 순박하고 그 마음이 고마워서 하루 더 이 도시에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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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이 호텔은 우리가 묵기에 너무 과하니 우리가 다른 빈관으로 알아서 옮기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 펑요는 내일 출발한다는 우리의 결정이 내려지자 얼굴에서 웃음기를 멈추지 않은 채 다른 얘기들은 아예 듣지도 않는다.

 다른 일들은 걱정 말고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부탁과 행동을 동시에 진행하는 그의 매너는 이 호텔보다 더 고급스러웠다.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은 채 1층에서 다시 체크 연장을 하고 내게 키 카드를 넘겨준 후 자이언트 매장으로 우릴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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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에 비싼 자전거들이 많았지만 난 어쩔 수 없는 자전거여행족이라 그런지 이런 여행용 자전거에만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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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에 보관하고 있던 장요칭의 또 다른 자전거이다.

 매장까지 타고 온 자전거도 꽤 비싸 보이는데(팀 바이크) 이 로드바이크 역시 평범한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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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풀샥(앞,뒤 바퀴 모두 서스펜션이 달린 자전거) 역시 장요칭 자전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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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우'가 우리 자전거를 정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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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안하게도 세차까지 해 준다.

 중국에 와서 2,600km 를 타는 동안 청소를 한 번도 안한 자전거라 엄청나게 지저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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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칭은 참 유쾌한 사람이다.

계속 즐거운 표정으로 세차까지 직접 돕고 나선다.

순식간에 우리의 자전거들이 깔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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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벽에 보니 그저께 만났던 동호인들 사진이 많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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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참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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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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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우,장요칭,장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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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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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라 다른 동호인들은 모두 각자의 일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관계로 우린 장요칭, 황삥과 함께 시내 투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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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설명을 해 주지만 번역기를 돌릴 겨를이 없는지라 대부분 팅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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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리된 주택 단지를 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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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어촌 마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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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가 많은 황삥이 저 뒤 가두리 양식장을 보고 태평양이란다.

사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작은 섬들에 가려져 있을 뿐이지 중국 남동부 해안가이니 태평양 바닷물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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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이 되어 장요칭의 안내를 받으며 어느 식당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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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촌뜨기인 난 저렇게 큰 조개를 실제로 본 게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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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삥이 주문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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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에 들어가 앉으니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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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수준으로 봐도 저렴한 식당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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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을 대접하는 중국인의 여유를 느끼기에 충분한 식단이다.

 역시 장요칭이 모두 계산한다.

 계산에 대해선 이미 나에게 선택권이 없어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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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그렇게 한국 자전거 동호회 라이딩 스타일과 닮았을까...

 오전에 가벼운 라이딩으로 시작해서 땀을 어느 정도 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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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식사를 하고 천천히 소화를 한 후 반드시 한 번은 가파른 언덕 코스를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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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자들끼리 사진기 앞에 모여서 '아싸라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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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에 돌아오니 장잉과 다른 회원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참 차를 좋아한다.

 이렇게 집중해서 섭취하는 음식이니 분명히 몸에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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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칭은 자신이 가지고 다니던 에너지젤도 내게 다 꺼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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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세심한 이 펑요는 물까지 챙겨 주었다.

 

 이 펑요들과 함께 했던 3일간의 감동을 어떻게 이 짧은 게시물 하나에 담을 수 있을까...

 다 담지 못하고 대부분을 우리의 마음속에 간직한 기억들도 우리에겐 평생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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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떠날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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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요칭이 챙겨 준 이 물은 4.5L 짜리라서 휴대가 어려운 물통이지만 우린 갖고 가기로 했다.

 한 방울도 버리기 아까운 그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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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펑요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뒤로하고 심천을 향해 다시 페달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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