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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22. 첫 카우치서핑(Couchsurfing)

by 김기사 posted Ma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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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여행자들 여행기에서 카우치서핑(여행자와 호스트를 연결해주는 사이트)이나, 웜샤워(자전거여행자와 호스트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를 통해 외국인 친구를 만나는 스토리를 보고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한 카우치서핑을 이 도시에서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웜샤워에 비해 회원 범위가 넓은 카우치서핑의 경우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호스트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 예의라고 하길래, 천주시(泉州市)를 200km 앞두고 며칠 전 몇 명에게 메일을 보냈었고 그중 한 명에게 답장이 왔었다.

 영어 사이트라 회원가입부터 메일 보내기까지 쉽지 않은 일인데 역시 '어려운 일 담당'인 박대리가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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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삼일 중 하루, 이틀은 비가 왔기 때문에 첫 카우치서핑부터 혹시나 약속을 어기게 될까 봐 우린 이틀간 200km 강행군을 하였고, 만나기로 약속한 날 이틀 전 이미 이 도시에 도착했었다.

 약속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호스트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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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은 '양류'이고 스물세 살의 상냥한 아가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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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천주시 관광을 해보자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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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류가 먼저 우릴 데려간 곳은 사원인데, 중국의 오래된 토속신앙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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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사원에서는 향과 가짜 돈, 복을 빌어주는 부적 같은 걸 많이 태운다.

 그래서 사원 인근엔 이런 용품들만 전문적으로 파는 상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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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류의 고향은 광저우란다.

 저 나무의 꽃을 가리키며 광저우꽃이라고 하는 걸 보니 광저우시를 공식적으로 상징하는 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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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코스는 골동품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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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모조품이겠지만 골동품 구경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겐 눈이 바빠지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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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기에 망정이지 두바이 왕자로 태어났다면 난 지금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알렉산더대왕 밥그릇에 정신이 팔려 콜버튼을 마구 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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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절대빈곤도 한국에선 별로 ' 잘 사는 삶' 은 아니지만, 인생의 반환점에 도달해보니 부유한 환경 또한 결코 행복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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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서민들에겐 쉽지 않은 세계여행을 하고 있고, 부유층의 크루즈 여행으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세상을 보고 있으니 선택받은 극소수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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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사실 난 태생적으로, 이렇게 2년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도 금전적인 부담 없이 여행만 다닐만큼 여유 있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내 기준에서 적절한 시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방향을 틀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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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보급소에서 사춘기를 보내고 공사장에서 사회를 배운 내 어린 시절의 경험은 내가 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극대화시켜 주고 있다.

 당시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었지만 그 터널이 없었다면 난 지금도 재화(財貨)를 산술적으로만 계산했을 것이다. 

 50년 전 중국에서 사진의 결혼증서를 주고받을 정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이 여행이 지금만큼 의미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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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사업을 접고 집을 팔며 여행을 준비했던 지난 2년 동안, 이 여행에 소요된 기회비용을 거의 대부분 내 노력의 댓가로 치루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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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막상 여행을 시작해보니 내가 지불한 비용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내가 주관적으로 받는 감흥과는 별도로 한국인이기 때문에 받는 혜택 또한 적지 않았다.

 그 혜택은 내가 쓴 여행 경비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고 부모 세대가 이룬 한국의 국가적 경제적 위상, 한류를 만들어낸 예능인들과 중국 현지에서도 근면 성실함을 무기로 경쟁적 우위를 획득해 나가는 교민들로부터 나온 것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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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방끈도 짧은 내가 오늘 나답지 않게 왜 이렇게 진지한 얘기를 쓰고 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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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국인의 영어 실력이 원어민 수준이다.

 영어를 잘해도 너~무 잘한다.

 

 난 이날, 서로 간의 영어 실력차가 너무 심하게 나도 대화가 안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가 아무리 고등학교때 생업활동에 정신이 팔려 교실에서 졸기만 했어도 중학생 영어 실력은 되는 사람인데...도통 못 알아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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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역사 유물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숨도 안 쉬고 스피킹을 하는데, 우리가 조심스럽게 난해한 표정으로 웃어도 무척 열심이다.

 

 그렇다.

 이 많은 사진을 올리면서도 충실하게 가이드를 해 준 양류의 설명을 옮기지 못하는 나의 부실함을 좀 메워보고자 이런저런 얘기를 섞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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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때가 되었을 때 모든 관광을 마치고(양류도 그러는데 Quanzhou엔 별로 관광거리가 없다고 한다)  점심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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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대화가 간단해서인지 맥도날드 간단 세트로 점심을 해결하고 일단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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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입대영장을 받은 예비역 견공을 또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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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류가 점심을 얻어먹었다고 우릴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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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류의 직업은 그래픽디자이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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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실력도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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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생각해보면 50여 일간 중국 여행을 하면서 우리에게 과할 정도의 친절을 보여줬던 중국인들은 모두 자전거와 연관이 있었다.

 추용야도 그랬고, 빈관에서 만난 중국인 대학생들도 그랬고, 중국차를 선물했던 사업가도 자전거 여행 경험이 있었던 분이었다.

 

 역시 양류도 부모님이 자전거 여행을 즐겨 하신다며 우리에게 사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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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류의 부모님이 팀을 이루어서 자전거 여행을 했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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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왔었다는 양류는 한국어 공부도 따로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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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 전담 요원인 박대리가 잠깐 개인 레슨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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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류가 식사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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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류의 남자친구는 유럽여행때 만난 헝가리 청년이란다.

 사진의 오른쪽 그릇에 담긴 게 헝가리 전통 치즈라고 해서 헝그리 정신으로 다 먹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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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우치' 라는게 쇼파를 의미한다고 한다.

 여행자들을 재워줄 공간이 부족한 일반 가정집에서 쇼파를 잠자리로 제공한다고 해서 카우치서핑이라고 하나본데, 보통은 방 갯수가 여유 있는 호스트들이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양류의 집은 원룸이라 우리가 자려면 한 명은 쇼파에서, 다른 한 명은 쇼파 밑에서 자야 할 상황이다.

 더군다나 깊이 잠들면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받는 박대리의 잠버릇을 감안할 때, 쇼파 밑에서 자야 할 나의 안전에 큰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어서 숙박은 안 하기로 했다.

 우리도 현지인과의 숙박을 통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대하지만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건 여행법 27조 31항에 위배되므로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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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다시 남쪽을 향해 페달질을 한다.

 얼마 안 가서 동네 축제가 벌어진 지역을 지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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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잔치 같기도 한데, 일부 주민들은 음식 준비로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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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습을 동영상을 찍었어야 했는데, 주민들의 허락을 구할 겨를이 없어서 사진만 담았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노래는 한국 가수 이정현의 '아리아리'였고, 율동을 맡은 이 여인들의 춤사위는 무척 경쾌하고 과감했다.

 박대리가 주민들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면서 저 춤판에 슬금슬금 다가가길래 급히 말렸다.

 안 말렸으면 저 옆에서 같이 춤췄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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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번 국도는 한국인 자전거여행자들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도로이다.

비교적 잘 닦여 있지만 곳곳에 공사 중인 구간이 많고 특히 물류 거점 지역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대형 차량들이 끊임없이 지나간다.

유난히 큰 클락션을 달고 자주 울려대는 중국의 트럭들로부터 나오는 소음과 먼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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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숙소의 위치가, 해안가로 핸들을 꺾어서 휴양지로 유명한 샤먼(Xiamen)을 들어가느냐 그냥 직진해서 남쪽으로 향하느냐의 갈림길이었는데..

 하루를 묵으며 고민한 끝에 그냥 직진하기로 했다.

 우린 별로 휴양지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기상 상태,도로 여건등 여러 가지를 감안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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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복잡한 결정 때문에 이 돼지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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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강아지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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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에서 갈팡질팡하는 저 돼지를 봤을 땐 이미 대형 차량 한 무더기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은 걸 얼른 뛰어가서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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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인 줄 알았다면 나도 그렇게 과감하진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돼지는 강아지를 닮은 덕을 크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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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쪽으로 놓아주자 후딱 도망가더니 풀 속으로 사라진다.

 (나머지 일은 이제 네 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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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에 상주에서 강아지 한 마리도 살렸고 이 날 새끼 돼지도 위험에서 구했는데... 정작 사람이 처한 위험엔 손을 못 쓸 때가 있다.

 인근 도로 공사 인부가 점심을 먹고 쉬는 것 같은데 저 배수구의 깊이가 깊은데다가 깊이 잠들어 있어서 위험해 보였다.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체질이기를 바라면서 그냥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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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이 날 머물 예정인 장주(Zhangzhou)시에 가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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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주(Zhangzhou)시에 무사히 안착하여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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