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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11. 어제와 다른 오늘

by 김기사 posted Mar 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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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용야에게 메일이 왔다.

자신도 자전거로 외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어서 우리를 보고 반가운 나머지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었나 보다.

그러나 서로의 짧은 영어로 소통이 되질 않자 숙박비라도 내주려고 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한국에 오게 되면 연락을 달라고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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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이안에 있으면서 찍은 사진 중 몇 장인데, 티브이 여행 프로에서 나 보던 귀파게 노점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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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앞 문구점은 한국의 모습과 비슷하다.

애들이 많이 사 먹고 있는 저 불량식품은 여기서도 걱정 어린 눈으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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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의 인파다.

여기도 교육열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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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이다.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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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캔에 7백원 정도 하는 식사 대용 '죽'인데, 아직도 메뉴판에 음식사진이 없으면 주문을 못하는 우리 '띵뿌동 커플'은, 마땅한 식당이 나타날 때까지 달리다가 식사때를 놓쳐서 저걸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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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뚜껑을 벗기면 미니숟가락이 접힌 채 숨어 있다.

팥,옥수수,보리같은 곡식류가 섞여 있는데 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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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남경)까지는 205번 국도를 따라 200km를 넘게 달려야 한다.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일단 오늘은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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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내 개천에서 뭔가를 잡고 있는데 나중에 보니 꽤 큰 민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현지인과 동화되어 여행을 하고자 하지만, 중국의 작은 개천들 수질 상태를 보면 아직 우린 이방인의 까다로움을 갖고 있다.

  중국에선 생선요리를 못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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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안되는 게 없는 중국이다.

  짧은 순간이라 사진에 못 담은 트럭들의 적재 상태들까지 포함하면 저 정도는 안전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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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km를 달리는 동안 중간에 중국인 자전거 여행자 두 명을 지나쳤었다.

간단히 인사를 하면서 얼굴들을 보니 어린 대학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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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번 국도변에서 제법 큰 식당 겸 빈관을 찾아서 식사와 숙박가격을 알아보려고 들어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카운터 앞에서 그 청년들을 만났다.

 서로 반가워하기도 잠깐, 이 청년들은 우리가 뭘 원하는지 단번에 알고 있는듯 했다.

 주인에게 바로 우리를 자신들의 친구라고 말하는가 싶더니 자전거를 들여놓게 한다.

 

 그래도 숙박비가 궁금하여 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한 사람당 10위안(1,800원)이란다.

 우린 깜짝 놀라서 뭔가 서로 잘못 알아들은 줄 알았다.

 

 뭐 아무튼 이렇게 또 현지인과 사귀게 될 기회가 온 것이 반가워서 숙박비가 어떻든 간에 우린 이 친구들이 안내하는 대로 짐을 옮기고 자전거를 파킹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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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을 옮긴 후 내가 식사를 대접할 생각으로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여 같이 1층으로 내려왔다.

 

  한 친구가 거침없이 요리들을 시켰다.

  그동안 우린 식당에 들어가면 중국말을 몰라서 사진들만 보고 '이거 이거' 했는데, 우리를 대신해 시원시원하게 주문을 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바로 이거야!'

 

  드디어 분식집과 인스턴트 음식들에서 해방되어 현지인의 제대로 된 요리 식사를 경험한 첫날이 온 것이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음식을 먹는 중간에 서로의 짧은 영어로 간단한 대화를 했는데, 이 두 친구는 20살 대학생들이고 방학을 맞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듯 했다.

 

  음식을 어느 정도 먹을 때쯤, 나는 혹시나 이 친구들이 식사값을 계산할까봐 "오늘 저녁은 내가 사겠다"라는 얘기를 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갑자기 일어나서 카운터로 나가는 것이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지갑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나는 얼른 뒤따라가서 돈을 꺼냈다.

  그런데 이 친구 역시 만만찮다.

  추용야에게 밀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나 역시 필사적으로 이 친구를 밀쳐내고 내 돈으로 계산을 하고야 말았다.

 

  기분 좋게 다시 자리로 와서 앉았는데....

 

  갑자기 이 친구들의 얼굴 표정과 분위기가 이상하다.

  둘 다 고개를 숙이고 무척 불편해하는 표정이 역력한 데다가, 나와 돈내기 경쟁을 한 친구의 얼굴은 벌게지기까지 했다.

  뭔가 자신들이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표정이다.

 

  이 때의 난감함은 지금 다 표현이 안된다.

 

  내가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박대리도 내게 이 친구들이 화난 것 같다고 한다.

 

  자여사 카페에서 알게 된, 중국에 거주하는 산돌님께 전화를 해서 "우리의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라는 내용의 통역을 부탁했다.

  나중에 산돌님께 들은 얘기로 이 상황을 해석하자면, 이 친구들은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중국에서는 우리와의 나이 차이가 큰 의미가 없고, 넓게 보면 자신들이 외국인 손님을 받아들인 주인 입장이기 때문에 우릴 대접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참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중국의 문화다.

  어찌 보면 경이롭기까지 한 부분인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 나이의 반도 안되는 청년들에게 식사 대접을 받기엔 내가 한국에서 굳어져버린 고정관념이 너무 크다.

 

  식사가 끝나고 각자 방으로 올라가기까지 우리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어려워하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와 박대리는 당분간 너무 어린 중국인들과의 접촉은 피하자고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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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돈 1,800원(10위안)짜리 방이다.

비록 추워서 우리 침낭까지 꺼내 덮고 잤지만, 중국인들의 생생한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것 같아 한편으론 뿌듯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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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의 그 친구들이다.

 우리의 출발 준비 기척에 바로 일어나 같이 준비하는가 싶더니, 1층에서 만나자마자 영어로 아침 식사를 자신들이 사겠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어제의 내 실례를 생각한다면 아침을 이 친구들에게 사게 하는 것도 좋았겠지만, 어제의 그 순간부터 이 친구들이 우리를 어려워하는 정도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난 무조건 이 난감한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못알아 듣는척하면서 우린 빨리 가겠다고 하고 서로 인사를 했다.

 

  짧고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이 친구들의 순수하고 고마운 마음은 우리게 오래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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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박대리는 후미등을 켜고 열심히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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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때문에 안 보여서 박대리가 내 자전거를 들이 받을까봐 나 역시 쉬지 않고 달렸다.

  박대리는 내가 빨리 달리니까, 날 놓칠까봐 기를 쓰고 따라오고..

 

  우린 안개 때문에 빨리 달린 것이지, 결코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날까봐 그렇게 도망간 것이 아니었다.

  (누가 뭐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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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까지 67km.

 

평지에 신호등이 없다면 반나절에 도착할 거리지만 뻥쟁이 구글맵은 사전에 이미 우리에게 경고를 했었다.

"니들이 난징에 하루만에 들어가겠다고?  헐... 니들이 징거려도 책임 없다!"

 

 이젠 이 구라쟁이가 2행시까지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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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징거리기까지 하진 않았지만, 맞바람 속에 은근히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난징 인근 지역을 힘겹게 돌파하고, 드디어 우린 난징시 외곽에 진입했다.

 

  전날 맛있었던 저녁식사를 생각하며 사진 없는 식당에 들어가 모험심 가득한 손짓으로, - 물론 손님들의 양해를 구하고 -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의 음식들을 가리키면서 "이거 이거 주세요"라고 했다.

 

  결과는..?

  구글맵이 배 아파서 징징거릴 정도로 최고였다.

  무한 제공되는 밥과 함께 저 모든 메뉴가 22위안(4천원)인데 그 맛은 4만원짜리였다.

 

  이제 앞으론 덮밥이나 고기국수 같은 분식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일반 식당에서 요리 주문식의 식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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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오자 또 다시 만만찮은 현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난징시는 상당히 큰 도시였다.

시에 진입했는데도 중심부까지 가는 길은 무척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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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은 대규모 공사중이라 도로 일부만 개방한 데다가, 각종 먼지와 밀려드는 대형차량들이 뒤엉켜서 20년 무사고인 나조차도 멘붕이 올 지경이었다.

  특히 장강(양쯔강?)을 건너기 위해 넘어야 하는 이 장강대교는, 건너가는 내내 저 좁은 인도로 오토바이 백여대가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추월하며 지나가는 바람에 박대리 얼굴이 다시 박중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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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대교를 반 정도 통과한 박중사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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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시내에 진입하여 숙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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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의 호언장담대로 우린 파김치가 되어, 숙박비 흥정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첫 번째 눈에 띈 '여가주점(Home Inn)'에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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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이타닉'에서 내가 꼽는 명장면 명대사는, 디카프리오가 도박으로 딴 3등실 선박권으로 타이타닉호에 승선한 후 1등실 파티에 초대받았을 때 자신을 불편해했던 귀족들과 모인 테이블에서 했던 말이다.

 

 "저는 어제 길거리 아무 데서나 잠을 잤던 사람인데, 오늘은 이렇게 훌륭한 분들과 좋은 음식들을 먹고 있으니 이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우린 어제 10위안짜리 빈관에서 잠을 잤지만, 오늘은 200위안짜리 2성급 호텔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우린 이 여행에서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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