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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3. 졸음 운전

by 김기사 posted Feb 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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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1.JPG


어제부터 만 하루 동안 따뜻한 온기를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얼어있던 우리에게 다행히 중국의 대중 분식집이 눈에 띄었다.

벽에 붙어있는 그림을 보고 주문을 하면 되는데다가 가격도 무척 저렴하다.

제법 맛깔스러운 볶음밥과 돼지고기 고명이 들어간 국수 두 개를 시켜 먹었는데도 21위안(한국돈 3,600원)밖에 안 한다.

몇 번을 칭찬해도 모자랄 만큼 맛있었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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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안장 높이나 핸들바 각도가 약간만 어긋나도 온몸의 관절이 신호를 보내오는 예민한 체질인데, 박대리는 그렇지가 않다.

 자신의 컨디션조차 체크가 안된다.

 여전히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라이딩을 해나갔다.

 그런데 백밀러로 보이는 박대리의 속도가 이상하다. 

 눈길이라 서행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느렸다. 

 괜찮은지 물어봐도 이상 없다고 얘기를 하고 타이어도 멀쩡하다. 

 가끔씩 내 자전거와 멀어지기도 하는데다가 핸들 조작마저 약간씩 흔들리는것 같았다. 

 그러나 손이 시려워서 그런가보다 하며 괜찮다는 대답만 믿고 간격에만 신경 쓴 채 리드를 해 나갔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지 10분쯤 지났을까.. 

 뒤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 앞이 노래졌다. 

 자전거를 세우고 얼른 뛰어가 널부러진 박대리와 자전거를 수습하면서 상황을 둘러보니 심하게 넘어진것 같지는 않았다. 

 졸았다고 하는데, 안전을 책임져야할 내 머리속은 빨간 경보등 불빛으로 가득 차버렸다.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피로로 졸았다면 기절의 경지라고 봐야한다.   



 지난 1년동안 이런저런 바쁜일로 자전거를 거의 타지 못한 우리들에게 혹한의 날씨 속에서 이틀간의 강행군은 무리였다.


 다행히 무릅에 약간의 타박상만 입고, 자전거도 고장난 데가 없지만 자전거를 탈 수가 없는 상태이다. 

 문제는 박대리의 전압이 0 볼트에 가깝게 방전됐다는 것.

 




3편3.JPG


넘어진 곳에서 5분쯤 걸어가니 외진 곳인데도 영업을 하는 빈관이 하나 보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박대리에게 필요한 건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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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돈 7천 원 정도의 저렴한 여관인데,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숙박비가 아니라 역사박물관 입장료를 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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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은 9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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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은 재시공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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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등급은 시정 단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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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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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이 담배연기보다 진하게 나오는 냉동실에서 언제 합선될지 모르는 전기장판과 30kg쯤 되는 솜이불을 덮고 회복 중인 밧대리.

(저렇게 브이질을 하면 충전중이라는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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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에 고드름이 얼 정도로 실내 온도가 낮은 탓에 박대리는 얼굴에 깔깔이를 덮고 자고, 난 어제 동네 슈퍼에서 산 9백원(5위안) 짜리 빵을 먹고 있다.

 

 저 빵이 저래 봬도 대단한 내공을 가진 빵이다.

 먼저 제조날짜가 작년 말이다.

 유통기간은 아예 표시도 안되어 있다.

 

 6.25 전쟁때 두만강 코앞까지 밀고 올라갔던 한미 연합군을 수원까지 후퇴시킨 건, 저 빵을 식량 겸 베개 삼아 꽹과리를 치고 물밀듯이 밀고 내려왔던 중공군 덕분이었다.

 

 총이 모자랐다던 중공군에게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저 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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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선이 보일 정도로 부실해 보였던 중국산 전기장판의 힘은 실로 엄청나서, 물병의 물을 모두 얼려놓는 실내 온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단잠에

빠져들게 했고, 덕분에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여 다음 도시인 라이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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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수면은 보충했지만,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 속에서 자전거를 타느라 얼굴이 얼어있는 박대리에게 휴식이 더 필요하다 싶어서 괜찮은 숙소를 잡고 한 이틀 쉬기로 했다.

 

 사진에 보이는 은행 건물이 3성급 호텔.

 1박에 25,0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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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땅이 좁아서 호텔 변기물통 위에 세면대를 만들어 놓는데, 중국은 역시 대륙답게 자전거 두 대를 넣고도 배드민턴을 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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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별로 크지 않은 도시임에도 중심가 사거리엔 그 복잡함이 원주율 못지 않다.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

(어느 게 더 복잡한지 알려주시는 분에겐 중공군 빵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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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면 도로엔 아직도 옛모습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여행지에서 자연경관보다는 시장과 골목을 더 좋아하는 우리가 이런 데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구석구석 돌아다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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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양의 파티보다 동양의 명절이 더 인간적이고 정겹다.




3편18.JPG


 뻥튀기 가게다.

 복을 중요시하는 중국 사람들에겐 아마도 저 곡식과 더불어 복까지 크게 부풀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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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을 터트리면 악운이 물러가고 복이 온다고 믿는 중국 사람들의 명절에서 폭죽은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다.

아예 어느 골목 하나가 모두 폭죽 전문상가이다.

 



3편20.JPG



 대형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사서 식사를 해결 한 후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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