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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by 관리자 posted Nov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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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작가 이민영
출판사 이랑

자전거.PNG

 

“안녕! 고마웠어요, 메콩강”
황토빛 길에서 마주친 환한 웃음과 달빛보다 깊은 추억, 천 개의 자유

이 글은 여자 혼자 메콩강 4개국(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2,850km를 2개월간 자전거로 여행한 기록이다. 저자는 포항공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했으나, 대학 시절부터 휴학을 거듭하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인도와 남미, 스페인의 산티아고는 물론, 나중에는 여행인솔자라는 직업까지 얻어가며 60개국을 떠돈 후 2010년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의료인류학과 진화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메콩강을 찾은 것은 그곳에 사는 소수민족을 비롯한 현지인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한편, 메콩강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달려온 외국인 여행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메콩강 상류인 태국의 치앙마이에서부터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에 이르는 길은 웬만한 체력으로는 도전하기 어려운 곳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연속인 산악도로도 있고, 섭씨 40도 이상의 뙤약볕이 내려쬐는 인적이 드문 길이 하루 종일 이어지기도 한다. 자전거 출사도 몇 번 해본 적 없고 펑크도 스스로 때워본 적이 없는 왕초보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더더욱 위험한 곳이었음은 물론이다.

자전거와 함께 길을 나선 것은 내 몸에 의지해, 나만의 속도로, 인간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느린 여행을 하고 싶어서였다. 메콩강 유역에서는 우리 돈 6,000원~8,000원이면 하루 몸을 누일 수 있는 숙소를 얻을 수 있었고, 1,000원에 푸짐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라오어도 베트남어도 몰랐지만 현지인의 차도 얻어타고, 결혼식에도 초대받고, 캄보디아와 라오스, 베트남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토론을 하고, 나중에는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메콩강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 여행객과 조우하며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각도 갖게 되었다. 하루 110km 길을 달리며 ‘짐승급 라이더’로 체력도 업그레이드되었다. 이 글은 30대 여자가, 자전거로 느리게 달리며 세상과 만나는 과정을 그린 색다른 여행의 기록이자 본격적인 학문의 길을 앞둔 인류학도의 짧은 보고서이기도 하다.

낯선 길 위에서 세상과 하나 되는 희망을 만나다
길이 6,000km의 메콩강은 인도차이나 반도 6개국을 흐르는 어머니와 같은 강이다. 메콩강 물줄기를 따라 오래 전부터 마을이 들어섰고 그 주변으로는 순박하고 심성 고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오랜 정치적 핍박과 경제적 고통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낙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교통도 발달해 있지 않고 자동차나 자전거가 움직일 길도 없는 황토빛 비포장길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메콩강 줄기의 일부인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자전거와 함께 달리며 사람들을 만나고, 물줄기를 따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다.

라오스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고 인심 후한 사람들을 만나며,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진심을 담은 “사바이디”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캄보디아의 눈빛 맑은 여교사를 만나 그 나라의 높은 교육열도 느끼고, 앞으로 펼쳐질 캄보디아의 밝은 미래를 머릿속에 그리기도 한다. 외지인에게는 무조건 바가지를 씌우는 베트남인의 불친절에 진저리를 치기도 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그 나라에 진정한 존경과 함께 약동하는 생명력을 느끼기도 한다. 메콩강을 닮아 부드러운 마음씨를 지닌 메콩강변 사람들, 그러나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계층화 현상의 일면도 이 길 위에서 체험한다.
여행길에서 무엇보다 힘이 되어준 것은 낯선 이들의 작은 친절이었다. 처음 만난 누군가가 밝은 미소 한 번 지어주면 기분 좋게 수백 킬로를 갈 수 있었다. 인생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주고받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며, 햇볕 한 움큼에 기뻐하고 물 한 컵에 감사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여행을 통해 몸으로 깨닫는다.

길 위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여행자
길 위에서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은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하며 갈등과 우유부단함을 거듭할 무렵, 30년째 매년 1개월씩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인 부부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자전거 펑크를 때우는 기술이 아니라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보는 시간과 경험이며, 그 순간이 힘들수록 나중에 더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법”이라는 말로 초보자전거 여행자의 불안을 잠재운다. 봉고차 한 대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스위스인 마르쿠스는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때로는 비와 눈, 선선한 바람이 필요하다. 여행은 여행으로만 만족하고, 일할 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인생에 감사할 줄 알아? 한다”는 소중한 가르침도 들려준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든 재미있는 한국인을 만나기도 했다. 캄보디아의 시하누크빌에서 만난 70대 한국인 노부부는 “당당하고 재미있게 사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서” 은퇴 후 그곳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행복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창이 열리는 경험도 했다. 동성 커플 사이에서 시험관 아기로 태어났지만 세상에 대한 고마움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호주의 대학생도 만났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로 여행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젊은이 이베트와 캐롤린 커플도 만났다. 환경을 살리고 지구 차원의 윤리를 지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사회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과는 “같은 방향으로 힘껏 달려가는 친구”가 되기로 약속도 했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를 즐기며, 세상과 사람들을 알아가는 일,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다.

느린 두 바퀴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자전거와 함께 길을 나선 건 나만의 속도로 달리며 인간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여행자에게는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쉽게 마음을 열고 먼저 말을 건넨다는 것도 여행을 통해서 알았다. 자전거 여행자는 시끄러운 모터 소리로 마을의 평화를 깨거나 오염물질을 남기지 않고, 잘난 척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으며, 물 1잔, 빵 1조각에도 감사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면서, 자신의 몸뚱아리로만 정직하게 땀 흘리며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에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여는 것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페달을 밟으며 삶의 충만함으로 한걸음씩 걸어들어 가던 자전거 여행자의 감회가 이 글 곳곳에 묻어나 있다.

-자전거로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도로가 있는 곳은 물론 비포장길도 갈 수 있다.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인생을 설계하는 게 가능하다.
-갈림길에서 방황하며 고민할 때, 주저앉기보다는 일단 길을 나서자. 후회하다 놓친 인생의 기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일단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한 일상이 끊어진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각과 새로운 생각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모든 것이 불편하고 낯설 때 고마움은 더욱 커진다.
-인생은 거창한 게 아니라 주고받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햇볕 한 움큼에 기뻐하고 물 한 컵에 감사하는 과정의 연속이 인생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내밀한 속모습을 보고 깊이 생각할 수 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페달을 밟는 데 집중하다 보면 복잡한 문제는 어느덧 저편으로 사라진다.
-쓸데없는 짐은 버리고 가라. 물리적인 짐보다 더 무거운 것은 고민, 걱정, 염려 같은 정신적인 짐이다. 이것은 물리적인 짐을 늘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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