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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세그웨이

by 자전거천국 posted Feb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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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자신이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만 통한다.


스티브 잡스의 직관은 왜 빗나갔나?


20세기가 막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때, 실리콘밸리를 단번에 사로잡은 발명품이 하나 등장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그 발명품에 대해 PC가 발명된 이래로 가장 놀라운 기술 제품이라고 말했다. 시제품에 마음을 빼앗긴 잡스는 그 제품을 만든 발명가에게 회사 지분 10%에 6,3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발명가가 제안을 거절하자, 잡스는 그답지 않은 일을 했다. 잡스는 그 발명가에게 향후 6개월 동안 무료로 자문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현대의 에디슨이라고 불리기도 한 이 발명가는 자신이 발명한 이 신상품이 1년 안에 한 주에 1만 개씩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제품은 6년 동안 겨우 3만 개가 팔리는 데 그쳤다. 그 제품이 발명된 지 10년 후에도 그의 회사는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인간의 삶과 도시를 변모시킬 것이라던 그 제품은 오늘날 틈새시장에서만 쓰이고 있다. 자동평행 기능을 갖춘 개인용 이동수단인 '세그웨이(Segway)' 이야기다.

세그웨이에 처음 발을 딛고 올라선 스티브 잡스는 그 기계에서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발명가 딘 카멘(Dean Kamen)이 다른 잠재적 투자자들도 시승을 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나서야, 잡스는 마지못해 세그웨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잡스는 금세 끼어들어 다시 세그웨이를 탔다. 잡스는 '세그웨이는 PC에 버금갈 만큼 독창적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상품'이기 때문에 자신이 세그웨이 생산에 반드시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잡스는 체계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에 의존해 큰 투자 결정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IT 관련 투자에서는 수없이 옳은 판단을 내렸던 잡스가 세그웨이에 관해서는 오판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잡스가 세그웨이의 잠재력을 과신한 3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고, 둘째 오만했으며, 셋째 흥분해서 들떠 있었다.


자신이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만 직관이 통한다


특정 분야에서 창의성을 증명했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을 예측하는 귀재가 되지는 않는다. 참신한 아이디어의 성공 여부를 정확히 예측하려면, 판단 대상인 분야에서 창의성을 증명해본 사람이 가장 적합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을 많이 쌓은 분야에서만 직관이 정확히 맞는다. 에릭 데인(Erik Dane) 교수 일행의 연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데인 일행은 한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명품 가방 10개를 보여주고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맞춰보게 했다. 실험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5초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직관에 의지해서 판단해야 했다.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30초의 시간이 주어졌으므로 가방을 살펴보고 분석할 여유가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핸드백에 대해 얼마나 경험이 있는지도 측정했다. 참가자들 중에는 코치(Coach)나 루이뷔통(Louis Vuitton) 핸드백을 3개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명품 가방을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도 있었다.

명품 가방을 몇 개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방을 살펴볼 시간이 짧을수록 진품 여부를 더 정확히 판단했다. 명품 가방을 가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이 30초인 경우보다 5초인 경우에 진품 여부를 22%나 더 정확히 판단했다. 명품 가방을 살펴본 경험이 몇 년 정도 되는 사람들은 시간을 갖고 분석했을 때보다 직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더욱 정확한 판단을 했다. 무의식적인 사고가 유형 인식(pattern recognition)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품 가방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에게 직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낯선 물건에 대해 한 발 물러서서 찬찬히 평가해야 한다. 비전문가는 철저한 분석을 할 경우에 더 적절한 판단을 내린다. 잡스가 세그웨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을 때, 그는 사실 그 물건의 유용성을 찬찬히 분석했다고 하기보다는 신기한 물건에 즉흥적으로 매료되었을 뿐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결정에 관한 전문가인 게리 클라인(Gary Klein)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판단을 하는 경험을 축적했을 때만이 직관을 신뢰할 만하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진단하고, 소방관이 불이 난 건물에 뛰어들 때, 그들이 그동안 축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직관의 정확성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에서 펴낸 애덤 그랜트(Adam Grant)의 《오리지널스》의 내용을 요약 정리했습니다.

[출처] 직관, 자신이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만 통한다|작성자 솔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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