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타야를 떠나는 날, 한낮의 뙤약볕을 맞으며 숙소를 나왔다.

자전거여행을 시작하기 전엔 이런 노점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일이 없었는데 이젠 그냥 들어가서 먹는다.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가이드북에 나온 레스토랑 요리보다 노점식당의 음식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네 시간을 에어컨도 없는 기차칸에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든든히 먹어두었다.

사진의 샐러드는 태국의 김치라 불리는 '쏨땀'이란 음식이다.
새콤+달콤+매콤+아삭+고소한 맛이다.

파타야에서 농카이까지 기차로 가려면 일단 방콕을 거쳐야 한다.
파타야 기차역은 외진 곳에 있었는데 시골 간이역처럼 작고 한산했다.

하루에 한 편(14시21분 출발)만 운행하는 방콕행 티켓 요금은 1인당 31바트(1,100원)이다.
160km 거리를 이동하는 노선 치고는 너무 싸다.

그런데 자전거 탑승료가 사람의 세 배(90바트)다.
그래 봐야 3천원이긴 한데, 한국 같으면 무료인 것을 세 배나 달라고 하니 자전거를 모두 분해해서 패니어 안에 넣고 싶어졌다.

사실 파타야에서 방콕을 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버스를 이용한다.
시외버스는 2시간이면 방콕에 데려다 주지만, 완행기차를 타면 그 두 배가 걸리기 때문이다.

아직도 파타야에서 기차를 타는 답답한 여행자가 있다며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왔다.

그래도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는 게 불안한 우린 기차 탑승을 강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추억 속에서나마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한국의 비둘기호 열차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
천장엔 무더위를 한방에 모아주는 선풍기가 덜덜거리며 돌아가고 있었고, 의자는 인체가학적으로 설계되어 불편함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이렇게 자전거가 안전하게 세워져 있으니 우리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약간 연착하여 오후 6시 40분쯤, 우리 기차의 종착역인 방콕 '후알람퐁(Hua Lamphong)역'에 내렸다.

저녁 8시에 출발하는 방콕발 농카이 도착의 야간(침대)열차 티켓은 파타야역에서 미리 예매를 해두었었다.
장거리라서 1등석(First class)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좌석수가 적은 건지 3일 치 예약 분이 마감됐길래 할수없이 2등석으로 구매했다.
2등석의 요금은 1인당 25,000원(758바트) 정도.

여기서도 자전거 운송 티켓을 다시 끊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 올때까지의 요금과 같은 대당 90바트이다.
방콕,농카이 구간은 파타야,방콕 구간의 4배인 625km 거리인데 요금을 똑같이 받으니 돈을 번 느낌이다.

그러나 대신 이런 수고를 해야 한다.

룸 형태인 1등실과 달리 2등석 객실은 여러 가지 타입이 있는데, 먼저 에어컨 객차와 선풍기 객차 중 선택을 하고 1층이냐 2층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예약 전 검색을 해보니 2층보다 약간 비싼 1층이 더 편안하다고 하여,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의 1층 두 자리를 선택했었다.

출발하고 1시간 후에 승무원이 좌석을 침대로 바꿔주기 전까진 2층 예약자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어야 한다.

모르는 사람과 무릎을 맞대고 1시간쯤 앉아있다 보면, 의자를 침대로 바꿔주려고 온 직원을 꼬옥 안아주고 싶어진다.

요런 담요를 한 장씩 주는데 이걸 덮어도 새벽엔 꽤 춥다.

다음 날 아침 8시, 라오스 국경과 맞닿아 있는 도시, 농카이에 도착했다.

바로 국경을 향해 출발한다.

농카이역에서 국경검문소까지는 5분 거리이다.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고..

1994년 호주의 지원으로 건설되었다는 다리를 넘는다.

라오스 입국장에 들어서서 입국 카드를 작성하여 여권과 함께 검색 부스에 제출하면, 한국 라오스간 무비자(15일) 협정에 의해 별도의 비용 없이 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단 평일 업무시간일 경우에 한하고,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 공휴일엔 1인당 10,000낍(1,4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라오스의 차량 주행 방향은 태국과 반대라서 백미러 위치를 바꿔줘야 한다.

20km를 달려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들어왔다.

이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고 버스를 이용해 방비엥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자전거를 맡아줄 숙소를 찾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어느 호텔 로비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잡아낸 박대리가 검색을 통해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냈다.

내부 공간도 넓고 한국인 사장님도 흔쾌히 자전거 보관을 허락하셨다.

'독참파 레스토랑'이라는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지니 게스트하우스', '투투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비엔티안에서 꽤 유명한 한인민박인가보다.

짐을 풀고..

오랜만에 한식으로 배를 채웠다.

숙소 옆 건물에 있는 여행사에서 방비엥행 버스표를 1인당 40,000낍(약 5천원)에 구매해놓고 야시장 구경에 나섰다.

관광지이기 때문에 라오스의 소박함을 찾기는 힘들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라오스만의 문화를 조금씩 엿볼 수 있다.

자전거여행자에게 짐의 무게를 증가시키는 쇼핑은 거의 '금기'사항이지만, 그림이라면 그리 무겁지 않으니 가격만 저렴하다면 고려해 볼만한 품목이다.

20년 후에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50억에 팔리길 기원하며 한 점을 골랐다.

다음 날 아침, 예약한 버스 회사에서 픽업 차량이 왔다.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는 대형버스와 미니버스가 있는데 기사에 따라서 편차는 있지만 미니버스가 대체로 더 빨리 도착한다.

우리는 대형버스를 탔는데, 라오스 사람들 체형에 맞는 사이즈라 그런지 좌석 공간이 좁다.

총 네 시간의 운행 중 중간지점에서 한번 쉬어 간다.

일종의 휴게소같은 곳인데 화장실은 돈(140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검색을 통해 전망이 가장 좋다는 그랜드뷰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했다.

하루 숙박료로 15만낍(2만원)을 냈는데 시내를 돌아다녀 보니 비수기라서 그런지 8만낍짜리 숙소도 비슷한 시설이었고, 별로 나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 중에선 4만낍짜리도 있었다.
라오스는 가격 흥정이 빈번한 곳이니 조금 둘러본 후 천천히 숙소를 정하는 것도 좋을듯싶다.

룸에서 와이파이가 잡히지는 않지만 발코니 앞에 펼쳐진 전경은 이 숙소의 장점을 확연히 느끼게 해준다.
이제 3박 4일간은 자전거여행자가 아닌 배낭여행자 모드로 지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