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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7. 인도의 아이들

by 김기사 posted Feb 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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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 묵었던 호텔에서 우리를 도와주었던 여직원에게 선물로 머리끈과 원두커피 몇 봉지 그리고 손편지를 남기고 왔더니, 그 여직원으로부터 고맙다는 문자가 왔다.

 그녀는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말까지 공부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그런 그녀가 나중에 한국에 오게 되면 우리가 가이드를 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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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주(酒)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술집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중국에선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숙박업소라는 뜻이다.

 如家酒店(여가주점)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인형 빈관이다.

 

 앞선 여행기에서 주숙등기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내 블로그를 본 어느 중국 교민분의 정확한 설명으로 이 'HOME INN' 이란 숙박업소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됐다.

 

 지금은 4성급 이상의 호텔이 아니어도, 중국 공안국의 주숙등기 허가를 받은 업소에선 외국인을 자유롭게 받는다고 한다.

 아무튼 인터넷도 잘 되고 비즈니스호텔급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이런 숙박업소를 하루 100위안(만팔천원)정도로 이용할 수 있으니, 나같은 여행객에겐 반가운 간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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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챙겨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고 하니 눈이 펑펑 내린다.

 인생 급할 거 뭐 있나....하루 더 체크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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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때쯤 눈이 그쳐서 도보로 인근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큰 도시들은 다행스럽게도 문을 연 상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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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무척 맛있어 보이기는 한데, 선듯 사먹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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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기진 배를 KFC에 가서 채웠다.

 중국에서 다국적 기업의 이름은 한자로 재밌게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의 햄버거 박스를 보면 骨德基(긍덕기)라고 쓰여져 있는데 직역의 의미보단, 발음상 KFC(켄터키...)라는 어감과 비슷한 한자 중에서 긍정적인 음절을 골라 조합해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어감을 고려해서 중국식 상호를 만들었기 때문에, 읽어보면 발음이 한국의 상호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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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딩 하면서 먹을 간식거리를 샀더니 뿌듯하게 안고 있는 박대리.

 일반 밧데리와 달리 박대리는 쵸코파이로도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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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를 한참 돌아다니다가 중국의 대중적인 서민음식점에 들어갔다.

 사진과 금액이 적혀있어서 주문하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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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0원짜리 얼큰한 돈육 국수와 2,000원짜리 양고기 덮밥을 시켰는데, 이태원의 만팔천원짜리 베트남 요리와 대학로의 2만원짜리 터키 음식보다 낫다.

 여행지에서 먹게 되는 맛있는 음식은, 약속된 급여를 받고 나서 예상치 않게 덤으로 받는 보너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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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통조림과 쵸코파이 그리고 과일로 식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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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을 위해 각종 전자기기들을 충전하는 것도 빼놓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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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나오는데 옆 건물의 어떤 중국인이 자신의 자전거와 깃발을 보여주면서, 자신도 자전거 여행 마니아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나도 중국과 한국과의 역사적 필연성을 부각시키면서, 앞으로 양국 간 각 계층의 우호적인 교류로 인해 서로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서는 중국어 학원부터 다닐 필요가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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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저 말없이 서로에게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며 활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알아듣는 유일한 단어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다.

띵뿌동~! (당신의 말을 못 알아듣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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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론가 사라졌던 이 분은 잠시 후에 나타나 말없이 우리에게 자신의 명함과 고급 녹차 몇 봉지를 내밀었다.

 우리의 과묵한 대화는 마지막에 내 유창한 중국어로 마무리됐다.

 씨에씨에~!(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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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고픈 자전거 이동을 하며 본 삼륜트럭.

내가 어렸을 때 본 정겨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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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4번 국도를 타고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이번엔 바람이 우리를 괴롭힌다.

 라이딩에서 가장 어려운 것 두 가지는 오르막길과 맞바람이다.

 등 뒤에서 바람이 불 때와 정면에서 맞바람을 맞으면서 라이딩을 할 때의 체감차이는 두, 세 배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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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가...길 건너의 깃발이 펄럭이는 방향이.

 이 날은 내리막길에서도 페달을 밟아야 전진이 될 정도의 강한 맞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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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절이 끝나려면 아직 4일이나 남았다.

 국도변의 식당은 좀비들이 휩쓸고 간 폐허처럼 인적이 없다.

 전날 대형 슈퍼에서 사놓은 진공포장 고기를 꺼내서 점심 식사를 했다.

 

 아마도 고장 난 우주왕복선이 해왕성쯤에서 표류할 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우주식량이 이런 맛이 아닐까 싶다.

 

 저 낚시 의자는 한국의 다2소에서 개당 1,500원에 구입한 완소 아이템이다. 

 한참을 달리다가 의자 없는 곳에서 꺼내 앉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김정호에게 저 의자가 있었다면 대동여지도는 훨씬 더 정확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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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km를 달리고 나서, 더 이상 전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어 시내가 나오자마자 숙소를 잡았는데, 여기 또한 여가주점이다.

 이 체인점만 세 번째다.


 그런데 재밌는 건, 우리가 청도에서 처음 이 체인점을 이용했을 때 127위안이었는데, 어제 두 번째 이용할 땐 카운터 직원과 영어가 통하지 않아 서로 엉뚱한 얘기만 주고받다가,직원이 처음에 135위안을 불렀던 숙박비를 갑자기 110위안으로 깎아준 것이다.

 난 조식 포함하면 얼마를 추가해야 하는지를 물어보고 있었는데, 그 여직원은 가격 흥정으로 오해한듯 하다.

 우린 사실 이 정도 시설이면 150위안(27,000원)도 수긍할 마음이었는데..

 

 더 재밌는 건 오늘 여기 카운터에서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여기서도 처음에 숙박비를 178위안을 불렀었다는 것이다.

 내가 영어를 어설프게 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날 묵었던 다른 지점 명함을 보여주며 110위안에 묵은 사실을 말하자, 여기 직원은 망설임 없이 99위안(18,000원)을 종이에 적어준다.

 

 아무튼 재밌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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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까지 방에 들여놓으니 세상 걱정거리가 싹 사라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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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맞바람을 뚫고 달린 50km는 평상시 100km 라이딩과 맞먹는 장거리이므로 육류 섭취로 심신을 달래줘야 한다.

 

 긍덕기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할인 메뉴인 12가지 '상다리휘청세트'를 먹기로 했다.

 그런데 저 전단지엔 '省45元' 이라고 써 놓고 계산할 땐 98.5위안을 받는 이유를 아시는 분 손!

 

 뭐 중국 말을 할 줄 알아야 따지든 말든 하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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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이라서 두 배를 받는 건가..?

 (혹시 내가 두바이 왕자로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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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뭐 이 정도면 18,000원이 아깝지 않으니 감사히 먹어줘야지..

 우린 이 사진에 보이는 것 중에서 햄버거 하나만 남기고 다 먹었다..


* 나중에 제보해주신 독자분의 말에 따르면, ​45元 짜리를 98.5元에 파는게 아니라 143.5元 짜리 세트를 45元 할인해서 98.5元에 판다는 의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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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횡단보도에서는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다.

 혹시 '에이~설마 그러겠나' 하며 보행신호 때 달려오는 차량을 째려보면서 당당히 횡단보도를 건너보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인류의 번영을 위해 먼저 장기기증 서약을 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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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과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는 춘절에도 번화가엔 사람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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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사 먹고 싶지만, 재료의 원산지가 지구인지 의심 가는 몇 가지 때문에 쉽게 손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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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는 멀리서 봐야 여기가 지구라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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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 가보셨는가?

 인도가 얼마나 넓은지 알고는 있는가?

 인도를 모르고 어찌 삶을 논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이 인도에 깔린 보도블록의 갯수를 모두 세었을 때 당신은 진정 인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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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를 이렇게 뛰어다니다 보면 간디의 무소유에 대해 깨달음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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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아이는 자신이 들고 있는 삶의 무게가 빗자루 하나일지라도, 그것을 다 쓰기에 벅차다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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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무게를 감당하려고 애쓰는 이 아이는, 우리같은 겁쟁이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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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무게도 벅차지만 친구의 무게를 걱정해주는 인도의 이 아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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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청소하는 걸 지켜봐주고 도와주기 위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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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엔 다양한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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