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Balkan Biking - 16. 새파란 아드리아해에 내 가슴도 물든 날|작성자 노마드
노마드 님의 '동유럽 자전거 여행기' 편이 시작됩니다!
네이버의 유명한 자전거 블로거이신 '노마드'님께서 현재 동유럽 자전거 여행중이십니다.
노마드님께서 직접 계획하고 준비하신 동유럽 자전거 여행기를 자전거와 사람들 내에 공유하는 것을
허락하셔서, 이번 여행기는 노마드님의 여행기가 연재가 됩니다.
일부 동유럽 자전거 여행기를 자전거와 사람들에서 연재를 하며, 그 외에
노마드 님의 더 많은 여행기가 궁금하시면?! 노마드 님의 블로그에 가셔서 동유럽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기 공유해주신 노마드 님께 감사드리며, 동유럽 발칸반도 자전거 여행기 시작합니다!!!
노마드 님의 ' [발칸 바이킹] - 새파란 아드리아해에 내 가슴도 물든 날 ' START!!
Balkan Biking - 16일차 (14.04.30)
새파란 아드리아해에 내 가슴도 물든 날
며칠 푹 쉬며 릴랙스한 탓도 있겠지만 오랜만의 라이딩임에도 페달링이 가벼운 건 저 푸르른 아드리아의 바다와 하늘 덕분이련가!
두브로브닉으로 남진하는 차도에서 틈틈히 해변으로 내려가면
내 가슴이 저절로 씻겨져 내리면서 텅 비워지는 동시에 푸르름이 한가득 담겨진다.
여행 중에 점심 요기하기에 피자 만큼 만만한 게 없다.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비교적 빠르니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의 급한 성격에 잘 맞어떨어지는 음식이 아닐까 한다.
물론 중국 음식점처럼 번갯불에 콩 튀기듯 그렇게 빠르진 않지만.
나의 충실한 발 노릇을 해주고 있는 애마 허머에게도 지구촌 세상 구경 잘 시켜줘야겠다.
허머야! 크게 숨쉬며 저 드놃은 바다를 가슴 속에 담으려면 먼저 네 속을 텅 비워야 하느니라!
주인님, 저는 빈 파이프로 만들어져 있어서 속이 원래 텅 비어 있습니다요.
비수기라 여행객이 붐비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한여름 바캉스 시즌 프랑스 파리의 파리지엥은 대부분 휴가를 떠나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샹젤리에 거리를 점령해 버린다.
이스탄불 시내에서 관광객으로 붐비는 며칠을 보내다 질려서 어느 날밤 갑자기 불가리아 소피아로 밤기차를 타고 '탈출'한 적이 있었다.
어느 카페의 종업원이 한국의 조선업이 매우 발달해 있다고 칭찬해 주던게 문득 떠오른다.
그가 다 몇년 전의 옛얘기라고 답변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STX의 오늘날을 보면 예전의 영광이 흘러간 옛노래처럼 무상하게 느껴진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오늘은 제법 큰 도시인 마카르스카까지 가자.
제법 크다는 건 여기서의 잣대일 뿐 우리네처럼 인구가 많지 않아 비교적 크다는 얘기다.
저 밑에 해변가에 까마득하게 보이는 작은 교회가 문득 궁금해져서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어서 내려갔다가
끔찍한 업힐을 다시 올라오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이런게 바로 자전거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이 자전거여행의 고단함을 충분히 보상해 주고도 남는다.
힘들게 올라와 피삭(Pisak)이라는 작은 이 마을을 떠나는 순간, 잘 가라고 인사해 주는 안내판을 보면서
교실의 교과서 종이 위에서 배우는게 아닌, 땀흘리며 힘들게 배운 언어는 평생 잊어버리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깎아지른 듯한 급경사의 땅에도 과수원이 보인다.
포도인지 오렌지인지 올리브인지 서울 촌놈의 눈으론 전혀 알 수 없으나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 앞에선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절벽 바로 밑에 까마득한 점으로 보이는 하얀 배 한척이 유유히 흘러간다.
거울같이 잔잔한 호수에서 여유로운 카약은 해봤지만 바다 카약은 아직 해보지 못했다.
바로 옆으로 자동차들이 엄청난 속도로 휙휙 지나가는데 갓길이 없어 무척 위험한 순간이 종종 있었다.
게다가 어떤 땐 계곡의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와 자전거가 마구 흔들리기까지도.
아, 난 살고 싶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개죽음 당하긴 싫다.
마카르스카에 드디어 도착해서 일단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서 숙소를 검색해 보니
저렴한 민박집이 두어집 있던데 모두 찾아가 봐도 외출 중인지 도대체 인기척이 없다.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는데 웬 오토바이탄 아저씨가 나타나 자기집이 민박을 하니 따라오란다.
혹시 삐끼인가 싶어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첫인상이 텁텁하니 동네 이웃 아저씨 같아 일단 안심하고 뒤쫓아 갔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만 얼핏 봐도 속내가 비쳐보이는게 남산에 멍석 깔아도 될만큼 나 자신도 참 신기할 때가 많다.
차도를 지나며 민박하는 안내 간판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막상 들어오기는 처음이다.
15유로에 이 정도 시설이면 그다지 아깝지 않다.
게다가 위성 TV도 있어서 전세계 웬만한 나라의 TV를 거의 다 볼 수 있던데
뒤져 보니 영어로 방송되고 있는 아리랑 TV도 나온다.
세월호 소식도 나오는데 새삼 가슴이 저며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땅에다 묻는다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