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서평
“최선을 다해 삶을 꾸려온 당신, 이제 자신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어 주자!
보물찾기 하듯 설레는 가슴을 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자!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하여!”
결코 놓칠 수 없는 꿈이 있었기에 자전거에 훌쩍 몸을 실었다. 그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스물여덟 청년의 쿠바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책은 쿠바와 자전거 여행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픈 에세이다. 그렇지만 여행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니까’라며 불편하게 자기를 위안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 삶을 존중하는 자세를 되찾게 해 줄 마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치명적인 쿠바의 유혹
카리브 해의 진주,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빔 벤더스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대변하는 수식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구상 얼마 남지 않은 이 사회주의 국가 이면에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혁명가의 꿈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 땅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누비겠다는 두 청년의 유쾌한 발상은 예기치 못한 만남과 추억들로 이어진다.
■ 아바나에서 만난 한국인의 후예
“안.녕.하.세.요.저.는.애.리.입.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끊어 말하는 열여섯 살 소녀. 뜻하지 않게 한국인을 만나 반가웠는지 서툰 한국말로 수줍게 인사한다. 이곳은 아바나 뒷골목 까빼똘리오 바로 뒤편의 현지인 교회다. “우리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에요.” 깜짝 놀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앗! 도무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 저기 한국 시골 할머니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인의 피를 가진 한국계 쿠바나였다. 목사님 이름은 다비드 리, 그 아내는 이소라. 두 꼬마 숙녀는 애리와 세리이고, 애리 할머니 이름은 이영순이란다. 할머니는 한국인의 외양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반면 스페인어를 사용했고, 그 후세대는 외양까지도 점차 라틴계로 흡수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눌하게나마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애리에게 물었다. “한국 가고 싶니?” “네, 많이 많이요. 꼭 가보고 싶어요.” 이들은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놀이도 배우고 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한글을 깨치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감을 지켜 나갔다. 이 한마디가 그들의 진심을 대변하고 있었다. “살사 댄스보다 윷놀이가 더 좋아요.”
■ 그곳에 가면 춤과 여유와 사랑이 있다
노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남의 시선일랑 개의치 않고 흔들어대던 살사, 열대과일을 담뿍 내어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카를로, 억센 빗줄기 속에서도 귀찮고 고생스런 일을 묵묵히 도와준 루카스, 우연히 마주친 이방인들을 선뜻 맞이해 준 와냐 아주머니, 108세 할머니를 정성스레 수발하는 조지, 쿠바 내 한인 역사를 재조명하는 데 인생을 바친 마르따 할머니, 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진 말레콘에서의 사랑의 행렬. 그가 페달을 밟을수록 쿠바는 더 이상 갇힌 세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쿠바이기에 만날 수 있는 열린 세상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그 속에는 그들 방식대로 사랑하는 개성 넘치는 삶이 있었고, 청년의 심장은 어느새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