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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벨기에는 흐린 날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네덜란드에 머물렀던 기간엔 다행히 날씨가 맑았다.
국토의 25%가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강과 어우러진 그 풍경이 최고였다.
특히 너무도 잘 가꾸어 놓은 주택들의 퍼레이드는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했다.
길 가에는 각종 귀여운 초식동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어서 자꾸 자전거에서 내리게 된다.
만약 이 날의 감동을 내가 글로 다 표현할 수 있다면... 여행 후에 작가로 직업을 바꿔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을 너무 많이 찍으면 여행기 작성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선별해서 셔터를 누르기로 했는데....이 나라에선 통제가 안된다.
이 감동을 시로 한번 표현해볼까 한다
저 푸른 초원 우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년 살고 싶네..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햄버거네
멋 쨍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 멋이지만
반 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님과 함께 같이 산다면...
이런 길을 달릴 때의 희열은 자전거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오후가 되면서 캠핑에 필요한 것들을 사기로 했다.
아직 버너와 코펠이 없으므로 식자재는 간편식으로..
암스테르담을 벗어나서 캠핑장 하나를 발견했다.
하루 숙박에 10.5 유로(15,000원).
사전에 검색한 유럽의 캠핑장들 요금에 비해 많이 싸다.
중국에선 저렴한 숙박업소들을 이용하면서 텐트를 거의 쓰지 않았지만, 여기선 한 번 쓸 때마다 여행 경비가 많이 절감되니 이런 캠핑장만 나타나 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작고 불편하지만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은 편안하다.
새벽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자전거를 전실에 넣었더니 창고가 되어 버렸다.
화장실,샤워실등 부대 시설도 깨끗하고 좋다.
캠핑장 주인은 목장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소들이 상당히 많고 다른 종류의 동물들도 꽤 된다.
'자연 친화적인 삶'의 교과서를 보는듯 하다.
저 안에 보이는 보온병은 같이 캠핑한 어느 노부부께서 뜨거운 차를 담아 갖다 주신 것이다.
캠퍼끼리의 작은 친절이었지만, 아직까지 모든게 어색한 우리에겐 차의 온기만큼 따뜻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이렇게 한 끼를 해결하니 유럽의 비싼 물가도 이젠 만만해 보인다.
우리에게 차를 끓여 주신 분들이다.
얼마전엔 자전거로 아시아 투어도 하셨단다.
다음날 아침에 목장주가 방금 태어난 송아지 한마리를 캠핑장 한 가운데에 갖다 놨다.
(전날 사진과 표시된 날짜가 같은 이유는, 이때까지 카메라에 입력된 시간이 한국 시간에 맞춰져 있기 때문임)
목장주이자 캠핑장 사장인 '아트'는 무척 자상하고 낭만적인 사람이다.
우리에게 캠핑장 사용에 대한 규칙을 설명 할 때 첫번째로 한 말이..
"당신들이 내일 아침 일찍 캠핑장을 나가지 않는다면 오전 10시경 캠퍼들과 다같이 모여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라는 말이었다.
캠핑장을 운영하는 목적이 이윤추구가 아니라 자신도 캠퍼들과 같이 즐기기 위해서인것 같았다.
아이들에겐 가장 자연스런 체험학습장일 것이다.
잘 지어진 시설물 안에 이렇게 모여 있다가 오전에 한번씩 들판에 나가서 마음껏 풀을 뜯게 한다.
내가 소들을 신기하게 쳐다보자, 아트가 소 젖 짜는걸 보여주겠다며 자동화 기계 앞으로 안내를 한다.
첨단기기들이다.
한마리에서 우유가 꽤 많이 나오는데, 흡착기로 우유를 뽑아내고 젖이 바닥나면 자동으로 흡착기가 빠진다.
청정지역에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자유롭게 좋은 먹이들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이 나라의 유가공 제품들은 우리 몸에 아주 좋을 것이다.
하루만 지내기에 너무나 아까웠던 아트네 집(캠핑장) 간판이다.
일정이 바빠서 커피를 못마시고 일찍 나왔다.
풍차의 나라답게 맞바람이 만만찮게 분다.
유럽의 단독주택들은 정말 꿈속에서나 보던 가상의 집들같다.
어쩌면 그렇게 정원들을 잘 꾸며 놨을까..
쿠루즈여행,자동차여행,베낭여행...
여러 형태의 여행이 있지만 자전거여행만큼 다양하고 멋진 풍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내 생각이지만 오감을 가장 만족시키는 여행은 단연 자전거 여행이 아닐까 싶다.
맞바람이 강했지만 경치에 취해서 힘든것도 잊은 채 달렸다.
경치 좋은 곳에서 도시락 먹는걸 좋아하는 박대리도 오늘 소원 풀었다.
'좋다'라는 말을 너무 남발하고 있는걸 알지만.....
내가 이 날 받은 감동의 분량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의 표현도 부족하다.
어릴때부터 이렇게 풍족한 환경속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편안한 노후를 맞을 수 있는 곳...
다리 짧다고 루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곳..
'양들의 침묵' 포스터가 널리고 널린 곳..
바로 이 곳이 얘네들한텐 천국일 것이다.
신호등 색깔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중국에 비해 이 나라는 색깔이 정한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차도와 인도,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선명하게 구별되어 있는데 교차로에선 버튼을 누름으로써 자전거 통행을 허락 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는 곳이기에 나 역시 긴장을 안할 수가 없다.
식수가 떨어졌는데 마침 공원 화장실이 눈에 보였다.
그동안 짐만 됐던 휴대용 정수기를 사용해 볼 기회가 왔다.
우리 짐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 이제 그 궁금증이 하나하나 밝혀지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이런 것도 갖고 왔었다.
펌프질 하면서 흘린 땀이 정수되어 나오는 물보다 많았던것 같다.
저 정수기는 한겨울용이다.
이 좋은 풍경들을 뒤로 한 채 패달을 밟자니 아쉬웠지만, 두번째 웜샤워 호스트인 톰과의 만남을 위해 열심히 패달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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