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Balkan Biking - 7. 열린 공간, 닫힌 공간|작성자 노마드
노마드 님의 '동유럽 자전거 여행기' 편이 시작됩니다!
네이버의 유명한 자전거 블로거이신 '노마드'님께서 현재 동유럽 자전거 여행중이십니다.
노마드님께서 직접 계획하고 준비하신 동유럽 자전거 여행기를 자전거와 사람들 내에 공유하는 것을
허락하셔서, 이번 여행기는 노마드님의 여행기가 연재가 됩니다.
일부 동유럽 자전거 여행기를 자전거와 사람들에서 연재를 하며, 그 외에
노마드 님의 더 많은 여행기가 궁금하시면?! 노마드 님의 블로그에 가셔서 동유럽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기 공유해주신 노마드 님께 감사드리며, 동유럽 발칸반도 자전거 여행기 시작합니다!!!
노마드 님의 ' [발칸 바이킹] - 열린 공간, 닫힌 공간 ' START!!
Balkan Biking - 7일차 (14.04.21) 열린 공간, 닫힌 공간
차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주변 마을을 여유럽게 살펴보며 달릴 수 있는 이런 한적한 자전거길이 나타나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시골 마을인데도 집들이 매우 여유로움을 느끼기 때문인가 보다.
집에서 우리네처럼 그런 심한 빈부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빈부차가 작을수록 그 사회는 안정적이 된다.
마치 우리 시골 정자 같은 정겨움이 떠오른다.
삶의 여유는 GNP의 수치가 아닌 정신적 여유가 우선이 아닐까?
오래된 펌프로 보여서 물 한모금 먹어볼까 해서 돌려보았으나 물 한방울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옛 정취를 떠올릴 수 있는 기념물을 잘 보관하고 잇다는 사실이 반갑기 그지 없다.
대부분의 지붕 경사가 비교적 가파른 걸 보면 겨울철 적설량이 꽤 되는가 보다.
얼마 전 대학생들 MT에서 지붕이 무너져 내렸던 사고가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도 얼마 되지 않아 여객선이 침몰하고 . . .
평소의 안전관리에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오늘은 새벽 일찍 7시경 아침을 굶은 채로 출발한 탓에 배가 출출하다.
마트가 나타나면 배낭과 패니어에 먹거리를 채우게 된다.
그런데 영어 병기를 거의 안한채 헝가리어로만 쓰여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불편할 때가 종종 있다.
어쩌다가 가물에 콩 나올 정도로 독일어 또는 영어 병기가 되어있을 뿐인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조금씩 눈에 익어가는 글자가 나타나는게 다행이다.
아침은 소세지에 쵸코우유, 요쁠레, 에너지바 등으로 간단히 때운다.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카페에서 커피는 한국보다 비교적 저렴한 2천원 안팎인데 비해
음식은 웬만하면 만원이 훌쩍 넘어가서 아까운 생각에 마트에서 빵과 소세지, 햄, 우유, 쥬스 등을 사다가 간단히 해결하기도 한다.
이 나라에선 제1외국어로서 영어보다 독일어가 상당히 보편화 되었음을 자주 경험케 된다.
젊은이들은 영어를, 나이든 분들은 독일어를 할 줄 아는 편이고 간혹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이들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영어, 독이러, 헝가리어로 표기해 놓은 민박집을 종종 볼 수 있다.
Zimmer(방)이라고만 쓰기도 하지만 Zimmer Frei (빈방 있음)이라는 표현도 간혹 눈에 띈다.
호숫가에 들려 잠시 눈과 가슴을 텅 비워주고 가지만 글쎄 내 마음대로 잘 비워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비워야겠다는 내 의지대로 비워지는게 아니라 어떤 계기에 부딪쳤을 때 자연스런 비워짐에 다가가곤 했음을 기억한다.
마치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어떤 계기로 자연스런 변화가 생기곤 하듯이.
최신 시설로 도배하는 것보다 오래된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골동품 따위를 박물관 등에 가둬 놓는 것보다 열린 공간에 놓아
생활 속에서 자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유로움이 존경스럽다.
용도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기름 따위를 짜는 거란다.
헝가리의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옴직한 건축물로 보인다.
티벳문화원이라고 해서 들어가 봤더니
기념관은 있는데 상주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고 마을 사람이 일러준다.
꽤 오래된 예전의 어느 헝가리인이 티벳의 문화를 유럽으로 전해준 걸 기념하는 곳으로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어느 아주머니는 아무도 없는 곳이라 마음대로 묵고 가도 된다고 하는데
특별히 오래 있을 만한 테마를 발견하질 못해서 사진 몇 장만 찍고 패스!
무슨 과수원인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동식물에 문외한인게 참으로 창피할 뿐이다.
티벳문화원 아래엔 마을의 공동묘지가 위치해 있다.
쓰러진 십자가 옆에 누워있는 자는 아무 말도 없을 뿐 . . .
푸른 하늘, 푸른 초목을 바라보며 살아있는 현재에 감사해야겠다.
나무 줄기 세개가 한 뿌리인데 하나는 철조망 안쪽에 두개는 바깥에 있다.
마치 휴전선으로 끊어져 버린 우리네 한민족의 분단의 슬픔을 바라보는 착각이 든다.
그런데 저 굵은 나무를 왜 잘라버렸을까?
차라리 철조망을 없애든지 했으면 좋을 텐데 . . . 아무튼 무슨 사연이 있겠지만.
이 나무가지는 아에 철조망을 끼고 자란 것 같아 보여 웬지 측은 생각이 든다.
아니 강하디 강한 생존의 의지라고 보아야겠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드넓은 노랑 유채꽃밭은 페달링으로 지친 나에게 잠시 쉬었다 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풍차를 보며 주책없이 돌진하는 돈키호테보다는 노란 꽃밭 속에서 싱싱한 기운를 받으며 지나가자.
슬로베니아 국경을 앞둔 마지막 마을이 65 킬로 남았다.
34킬로 전방의 나기카니사에서 하룻밤 묵고 가려 했는데 조금 못미친 잘라카로스(Zalakaros)에서 마감했다.
길가 풀밭에서 조금 늦은 점심으로 때운 소시지 4개, 요쁠레 그리고 쵸코우유 . . . !
파란 하늘 밑에서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이만큼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오늘의 목적지인 자라칼로스(Zalakaros) 마을 입구의 카페에서 독일인 여행가들을 우연히 만나 자리에 초대받아
카푸치노와 생맥주까지 얻어 마시면서 덕분에 한시간이 넘도록 독일어 공부도 꽤 하게 되는 행운까지.
이들 중 한분이 스위스 출신이라 오랜만에 프랑스어로 신나게 수다 피울 수 있어서 더욱 다행이었다.
갇힌 우리가 아닌 넓찍한 풀밭에서 마음껏 풀을 뜯으며 노니는 양떼들.
유목민처럼 더 넓게 다니지는 못해도 목장의 비좁은 축사 안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비할 바 없이 행복한 녀석들이다.
동물도 갇혀살면 스트레스가 늘어 각종 병에 걸리기 쉽상이란다.
동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마찬가지 . . .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갇혀살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