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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56. 불가리아 소피아에서의 휴식
불가리아 국경을 넘었는데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가 간의 경계가 대체로 강이나 산맥을 기준으로 나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난관이다.
우회할 수 있는 루트는 없었다.
그냥 가야 한다.
이 때가 동유럽 라이딩의 최고 고비였는데, 천신만고 끝에 15km 떨어진 산 정상까지 올라왔지만 컨디션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첫번째 나타난 마을인 '드라고만(Dragoman)'은 인적도 없고 노후된 건물들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 또한 암울하다.
좀 뜬금없는 광경인데, 활기찬 소비문화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작은 마을에 수영장까지 갖춘, 제법 고급 호텔이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숙박료는 아침 식사 포함해서 6만원으로 비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캠핑장도 없고 다른 숙박업소도 없으니 여기서 자야 했다.
다음 날,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를 향해 달린다.
내 컨디션이 안 좋다.
몸살 기운이 완연하지만 편의시설이 없는 시골 마을에 짐을 풀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기 때문에 가급적 소피아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어제 산꼭대기 마을에 도착했을 때, 어느 민가에서 얻어 마신 물에 문제가 있었다.
아침에 설사를 했고 아직도 배가 불편하다.
다행히 소피아까지는 완만한 지형이라 별 탈 없이 시내에 진입했다.
여기서 최소 이틀을 쉴 예정이라 진입하면서 긴장이 풀어졌지만 차량들 사이에서 집시 아이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 긴장 수치가 올라갔다.
몸이 아파도 항상 칼로리 소비가 많은 자전거여행자의 입맛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빅맥을 하나씩 먹고 적당한 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중국에서부터 숙소는 박대리가 참 잘 찾는다.
박대리 눈에 띈 이 호텔은 체인형 저가 호텔인데, 가격도 적당하고 품질도 규격화 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실용적이었다.
숙박료는 조식 없이 24유로(36,000원), 불가리아 화폐로는 48레바 정도 한다.
불가리아 환율은 약 1 : 750 (2013년 7월 기준)
좁은 엘리베이터도 그렇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형태가 꼭 일본식 비즈니스호텔(저가 호텔) 같다.
중국이라면 이 정도 크기의 건물에서 한 층에 서너 개 정도의 룸밖엔 안 나올 텐데 여긴 열 개나 된다.
더 이상 작았다면 휴식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꼭 필요한 공간만 있다.
이틀만 쉴 생각이었는데 짐을 풀고 긴장까지 풀어지고 나서야 밀렸던 트러블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틀 가지고는 부족한 상태이다.
장염 증상에 몸살까지 제대로 걸렸다.
그래도 먹을 건 사와야 하니까 다시 힘을 내서 근처 대형 마트로 갔다.
동유럽에서 물가가 싼 나라 중 하나가 불가리아이지만, 수도라 그런지 많이 싸진 않다.
위 사진에 나온 음식들의 가격은 23레바(약18,000원)이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내가 환자가 됐다.
그래도 한국에서 친구가 챙겨준 약이 있고, 병원이나 약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대도시이니 큰 걱정은 안됐다.
갑자기 탈이 났을 땐 뭐니 뭐니 해도 휴식이 최고다.
제때에 약 챙겨 먹고 가벼운 산책과 수면으로 며칠을 보내기로 했다.
불가리아엔 유적지도 많고 관광지로서의 요건도 충분한데 지금 우리의 여건상 일반적인 소감을 뽑아낼만한 활동을 하기가 힘드니 꼼꼼한 표현은 건너 뛸 수밖에 없다.
간단한 느낌만 말하자면 사람들의 표정이 많이 무뚝뚝하다는 정도..?
아마도 어려운 경제 여건이 시민들의 얼굴을 어둡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별로 둘러보질 못해서 특별히 소피아의 정보라고 소개할만한 건 없지만 이 흑자두는 추천하고 싶다.
천원에 7개 정도 하는데 너무 맛있다.
단, 딱딱한걸 사면 좀 많이 시니 물렁물렁한걸 골라야 한다.
3일을 쉬고 나니 이제 좀 많이 걸어도 괜찮을 정도로 충전이 됐다.
한 숙소에 너무 오래 있다보니 따분하기도 하고,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소피아의 유명한 호스텔인 '호스텔모스텔'에 가 보았다.
규모도 크고 가격도 저렴해서 많은 여행자에게 인기가 있는 곳인데 우리가 원하는 2인실은 모두 예약이 끝났단다.
내 컨디션이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복잡한 도미토리에서 쉴 수는 없어서 아쉽지만 그냥 나왔다.
대신 호스텔모스텔 홈페이지에 추천 안내가 되어 있는 차이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위치는 호스텔모스텔 건너편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보인다.
탕수육과 볶음밥을 시켰는데... 별로다.
우린 비추천..
좀 더 시내 깊숙한 중심가로 발길을 옮겼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호스텔모스텔 직원이 알려준 '인터넷 전화방' 을 찾아갔다.
이곳은 국제전화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피씨방이다.
피씨방에 별도의 부스를 두 개 설치해 놓았다.
양쪽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오랜만에 반가운 목소리도 들었다.
13분 통화에 천원 정도의 요금이니 아주 만족스럽다.
소피아 관광은 거의 포기한 상태라 정보 검색도 하질 않아서 이런 건물들의 명칭도 잘 모르겠다.
이런 장소는 키릴문자로 난이도를 높여 놨지만 대충 짐작이 간다.
'안 꺼지는 불'이 있으면 대부분 참전 용사 기념관이다.
우린 소피아에서만 5일을 머물렀다.
이번 유럽 여행의 완주가 가시권에 들어왔고, 종착지인 이스탄불까지의 남은 일정도 대략 윤곽이 잡혔으니 귀국 항공권도 예매를 해버렸다.
난 인터넷의 놀라운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라 발생하는 폐단에 민감한 사람이라 인터넷뱅킹 같은 걸 잘 사용하지 않는데, 이번 항공권 구입을 하면서 인터넷의 편리함을 다시금 느꼈다.
나이에 비해 구식인 내 머리로는,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결제하고 좌석 선택까지 완료됐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실제로 난 이스탄불 공항에서 티켓팅을 할 때까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이렇게 간단하게 대륙을 넘어갈 수 있다니..
오랜만에 국적기를 타게 됐다.
이스탄불 출발, 인천 도착인데 박대리의 항공권은 텍스 포함 90만원으로 끊었고, 난 아시아나 마일리지(스타얼라이언스)로 텍스(20만원)만 내고 발권을 했다.
벌써부터 한국 음식이 그리워진다.
한국을 떠났던 2월 5일부터 귀국 날짜인 8월 21일까지는 7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한국의 편리한 일상이 많이 그립다.
우린 잡식성이라 중국의 향채(상차이) 나 유럽의 샌드위치도 거부감 없이 잘 먹으며 다녔는데 7개월 만에 한국 음식 마니아가 됐다.
특히 뼈해장국과 냉면 같은 건 상상만 해도 사랑스럽다.
불가리아엔 장미를 이용한 미용 용품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향수는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단다.
개당 7~8천원이면 가격도 괜찮다.
자전거 여행자가 무거운 걸 많이 살 수는 없으니 향수 한 개만 샀다.
감량을 하기로 했다.
먼저 3.5kg 짜리 텐트를 과감히 버렸다.
그라운드시트도 버리고 매트리스도 버렸다.
그 외에 무거운 옷 몇 벌도 버리고 나니 자전거가 많이 가벼워졌다.
소피아에서 요양을 잘 하고 터키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Who's 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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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텐트(필모리스) 내구성이 좀 약하더군요.
이너텐트의 천장부분이 많이 튿어졌었답니다. -
아 그렇군요 참고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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