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두 달 조금 넘었는데 내가 자전거여행의 정의를 내릴 군번은 아니고..

 

 오늘은 그동안 소홀했던 라이딩 위주의 여행기를 써보려고 한다.

 

 그전에 먼저, 전 날 일정에 이어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맛있는 사탕수수를 먹을 수 있다고 좀 더 참으랬더니, 그 맛이 궁금해서 못 참겠다며 기어코 광선검을 샀다.

 좀 더 비싼 걸 샀었어야 했는데...맛을 보고서야 땔감용인 걸 알았다..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나와 보니 장터가 열리는 것 같다.

 그런데..이 사람들...도로에 구멍을 뚫는다..

 옷을 걸어서 전시할 행거를 설치하는 중이다.

 

그리고 노점상들이 길가에 줄지어 늘어서는데, 그 행렬이 300m쯤 된다.

역시 대륙답다.

 

구두도 팔고..

 향수도 판다.

 

이런 곳은 자전거 여행자에겐 그냥 상관없는 곳이다.

 

 이런 행렬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깊은 연관이 있다.

 역시 대륙인지라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5분 넘게 좌회전을 못했다.

 

 산토(shantou)까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중간에 하루 쉬어야 한다.

 일단 산토 방향으로 계속 이동..

 

 점심을 사 먹을만한 식당이 나오지 않아 들른 주유소에서 어린 직원들이 유난히 반겨주고 부끄러워 한다.

 이번 중국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한국인임을 밝힐 때마다 많은 중국인들은 놀라워하거나 활짝 웃는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한데 여기 주유소 직원들은 특히 더 그랬다.

 주유소 사무실과 별도로 떨어진 휴게실 건물로 우릴 데리고 가더니..

 티비도 틀어주고 차도 끓여주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다시 나가더니 우리가 구입한 사발면 말고도 과자와 초코바 같은 걸 챙겨갖고 왔다.

 

우리가 먹는 동안 노트북을 갖고 와서 뭔가 열심히 찾고 있다.

 

아하~ 예전에도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들이 왔었나 보구나...

이분들이 누군지 아시는 분 손!

 이 직원의 순박한 표정과 제스추어가 참 귀엽고 정감이 갔다.

 

 324번 국도를 타고 계속 남하..

 

 이젠 이런 터널쯤은 가볍게 통과한다.

 

 산토우를 130km 남겨두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면 그램린이 되어버리는 우리는 가까운 Yunxiao 시내를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속옷까지 젖기 직전에 숙소를 잡고 짐을 풀었다.

 

 우린 떠나야 하는데...다음 날도,그 다음 날도 비구름은 떠날 줄을 모른다.

 

 어느 교민이 며칠 전 주신 정보로는, 중국 남부 지방은 4월 중순까지 우기라고 한다.

 한반도 기상 패턴으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동네 환경에 맞춰서 여행 일정을 조정해 나가야지..

 

숙소 근처에 별로 식당이 없다.

3일 동안 이 식당에서만 밥을 먹었다.

시골 동네라 그런지 인심도 좋아서 나중엔 반찬을 듬뿍 담아 주신다.

 

 이럴 때 자전거 여행자들은 별로 할 일이 없다.

 티비와 사랑에 빠지는 수밖에..

 

 다행히 3일째 되는 날 해가 떴다.

 굳어 있는 몸을 풀고 다시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어느 애독자 한 분이, 자전거 타느라 힘들 때도 많을 텐데 왜 그런 부분은 여행기에 안 쓰냐고 하셔서 오늘 좀 써보려고 한다.

 

 그보다 먼저 이 사진...평범해 보이지만 찍기 힘들었던 사진이다.

 남에게 부탁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내 성격 탓에 두 사람 모두 라이딩 하는 사진이 거의 없었는데, 뭐 어찌어찌 부탁해서 겨우 하나 건졌다.

 

 자전거 여행기들을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여행 전체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라이딩이다.

 이 라이딩에서 개인차가 많이 생긴다고 본다.

 

 우린 다행히도 많은 동기부여를 통하여 이젠 힘든 라이딩을 즐기는 편이다.

 10%의 재미와, 10%의 에피소드를 제외한 80%의 라이딩이 고통이라면 장기간 자전거여행은 재고해 볼 문제이다.

 

 저걸 절경으로 보질 못하고 낙석으로 본다면 저 밑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도 저 밑에서 살 자신은 없다.

 잠시 바위산 밑에 살만한 이유가 있다 보니, 그 가치와 위험을 바꿀 마음이 겨우 들었을 뿐이다.

 

 혹시 내 여행기를 보시고 자전거 여행을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약간 노파심이 생겼다.

 

 이 타조가 어떤 동물인지 아시는 분 손!

 아 죄송...

 힘든 라이딩을 마치고 여행기를 쓰다 보니 단어 배열이 통제가 안되네..

 

 대체 이 동물이 어떤 새인지 아시는 분....은 다음 주 금요일에 심천으로 와 주시길..

 

 누구 다리가 더 얇은지 아시는 분도 심천으로 와 주시길..

 

 라이딩이 힘들다고 엄살 좀 부려보려고 했더니..

 이분들 보고 엄살이 쏙 들어갔다.

 티벳 고원지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 같은데..

 

 종교의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고행이다.

 비 때문에 하루 70km밖에 못 갔다고 불평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그렇다고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비 때문에 3일을 쉬었고 당분간 우기라고 하니 이렇게 날씨 좋을 때 이동거리를 좀 뽑아줘야 한다.

 아침 일찍부터 내달려서 130km 간격을 57km로 좁혔다.

 

 이미 하루 라이딩 거리의 한계치인 100km를 달렸지만 내친 김에 산토우까지 가기로 했다.

 

해가 지기 전에 산토우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 맑으니 쉴 틈이 없다.

 

피로가 덜 풀렸지만 또 달린다.

 

 이런 사진 찍을 때만 조금 쉬어 준다.

 지금까지 여행기는 에피소드 위주였지만 오늘은 제대로 자전거여행기답다.

 

 자전거 통행금지였던 저 다리를 건널 때 조금 위험한 상황 - 갓길이 없었고 바람도 심했다 - 이었는데, 어느 소형 승합차가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면서 다른 차들을 막아주었다.

(우린 다리에 진입할 때 자동차 전용인걸 몰랐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자전거와 보행자가 이 다리를 건널땐 다리 밑쪽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단다. 서유럽같으면 뭣도 모르고 진입한 우리 옆을 지날때마다 사람들이 클락션을 울려대거나 창문을 열고 안된다는 안내를 했을 테지만, 역시 '안되는게 없는' 중국인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그러려니' 하며 지나쳤다.)

 

 바로 이 분이 우릴 보고 도움을 주셨다.

 차 안에는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

 외래종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견종이다.

 

 근육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식사는 대부분 육류로 해결하고..

 

또다시 라이딩..

 

푸닝시에서 하루 쉬고..

 

 다음날 아침에도 다시 페달질..

 

 아무리 바빠도 이렇게 귀여운 애들은 한 번 봐줘야 한다.

 우리의 자전거가 신기했던지 근처 식당에서 밥 먹던 아이가 밥그릇을 든 채로 뛰어나와서 계속 쳐다본다.

 

 다음 날엔 비 소식이 있으니 오늘까지는 최대한 이동하기 위해 울퉁불퉁한 자전거 도로에서 벗어나 차도로 달렸다.

 

 이젠 오르막길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데 여러 형태로 다가오는 공사현장은 우리의 발길을 더디게 한다.

 

이렇게라도 포장도로만 있다면 요령껏 달릴 수 있는데..

 

비포장도로는 대안이 없다.

 

 돌이 가장 적은 데로 골라서 조심조심 지나는 수 밖에..

 

 맞은편에서 자전거여행자가 오길래 얼른 사진기를 꺼냈다.

 

 부끄러워하는 걸 보니 중국인이다.

 자전거 여행자들의 인상은 우리만 빼놓고 대부분 순박하다.

 

 자전거여행자들의 짐은 각자 천차만별인데 역시 이 여행자도 평범하진 않다.

 얼마나 많은 오프로드를 코스로 잡았길래 휠셋을 스페어로 달고 다닐까..

 

 지금까지 여행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감동을 안겨준 도시 루펑시가 얼마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