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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원 후에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먹고 자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박대리는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는 하루에 두 번씩 근처 시장에서 음식을 사 오는게 주요 일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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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무기력하게만 있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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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도 좀 움직여보기로 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방콕 시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뉴스를 쏟아내지만, 뭐 다 사람 사는 곳이니 뭔 일이야 있겠냐 싶어서 공항철도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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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쿰빗 쪽만 다녀오려고 했는데, 파야타이역에서 환승하려고 두리번거리다 보니 갑자기 카오산로드를 가보고 싶어졌다.

 구글맵에 나온 카오산까지의 거리는 5.7km.

 그 정도면 걸어갈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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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아무 일 없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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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km쯤 가니 군부대 같은게 보인다.

 저 멀리 기관총도 보이고, 경비병의 총엔 탄창까지 끼워져 있는 걸 봤을 때 중요한 관공서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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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리케이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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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호벽까지 나타나자 나도 약간 긴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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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산로드로 가는 길이 마침 시위대 본거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시위대 진영에 진입했는데, 한낮이라서 모두들 쉬는 분위기다.

 더운 나라이다 보니 뙤약볕에는 투쟁의 의지도 잠시 접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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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와중에도 노점상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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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대도 고객인지라 많은 소비가 이루어지고, 또 그만큼 재활용 용기들도 많이 나오다 보니 수거하는 사람까지 있다.

 노점상에서 팔고 있는 품목들은 주로 시위대에게 필요한 의류, 깃발, 장비들이고, 나머진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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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시위가 치열한 양상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반정부 세력 못지않게 친정부 시위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있다.

 허용오차를 감안하면 한때 49대 51에 근접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반정부 시위대의 상징인 노란색 티셔츠만 팔고 있을 줄 알았는데, 친정부 세력의 상징인 레드셔츠도 팔고 있는 걸 보니 여긴 약간 완충지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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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시위를 주도하는 쪽의 색깔이 더 많아 보이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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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정부 시위대의 캠프 영역에 들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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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셧다운(도시 기능 마비)을 독려하는 티셔츠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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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이는 셔츠의 모델은 현재까지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전 부총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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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용품도 많이 보이는데 저 위장복 상의는 한국군복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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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조끼까지 있는 걸 보니 이 나라의 시위 강도가 확실히 한국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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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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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생생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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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시위대의 캠프 중심부인데 그 규모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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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구호들과 잉락 현 총리를 고발하는 포스터들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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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에 대한 경외심은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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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서 결사항전의 의지가 느껴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TV에서 방영되는 시위 관련 뉴스도 꼼꼼히 챙겨서 보고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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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식수통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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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전 병원도 운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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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산 로드 초입에 가서야 마지막 바리케이드가 보인다.

 (내가 노란색과 빨간색의 중간인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건 진정코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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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세계같은 카오산 로드에 진입했다.

 시위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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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위대의 격전지인 아속역으로 가기 위해 5km 떨어진 내셔널스타디움역(BTS)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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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스타디움역 주변에도 시위대가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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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을 끊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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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찰구를 통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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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에서 가장 쾌적한 교통수단인 지상철(BTS)을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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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그리 덥지 않아서 BTS가 별로 고맙지 않지만, 한여름엔​ 혈관이 시릴 정도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이 객차만큼 고마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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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는 구간별로 요금이 매겨진다.(원 안에 있는 숫자가 요금)
 기본요금이 15바트이니 태국의 물가 기준으로는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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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속역에 도착하니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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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정부 시위대의 공연 같은데 한국과는 다른 시위 문화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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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락(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이자 현재 총리) 정부는 얼마 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그 디데이가 2월 2일(일요일)이다.

 선거 결과를 예측해 봤을 때 친정부 측에 밀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정부 측은 총선을 결사적으로 저지하기로 이미 공표한 바 있다.
 점점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태국 반정부 시위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후로는 별 충돌 없이 총선이 치뤄졌고, 반정부측의 시위가 약간 소강상태였다가 쿠테타를 일으킨 군부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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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 여행책자에 자주 등장하는 아속역 근처의 유명한 맛집, '쏨통포차나'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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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가격이 6년 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

 워낙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 직원들도 불친절하고 포장 서비스도 불안했지만, 해산물을 좋아하는 박대리를 위해 이 집의 베스트 메뉴 두 개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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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는 향신료를 넣고 게와 계란을 함께 볶은 '뿌팟퐁커리'(720바트 = 25,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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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간장 소스로 새우와 당면을 볶은 '꿍옵운센'(300바트 = 10,500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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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으면 맛이 없으니 얼른 호텔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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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리가 맛있게 먹는 걸 보니 부리나케 돌아온 보람이 있다.

 많이 먹고 빨리 뼈가 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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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은 세계에서 교통정체가 심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라 지상(하)철을 잘 이용해야 한다.

 카오산로드에는 바로 가는 노선이 없​으니 '파야타이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5.7km)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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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쏨통포차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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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니티 2015.05.09 23:02
    뭔가 살벌한듯 하면서 아닌듯 관광국가이다보니 완전통제가 이루어지지는 않네요

    그래도 분위가가 새벽의 적막을 깨는 뭔가가 한바탕 휘몰아칠것같은 느낌입니다.

    80년대 30대 초반 시절 민주화 시위를 많이 겪었지만 지금도 가끔 꿈에 나타나곤하더군요

    태국시위는 우리랑 뭔가 다를것 같은데 궁금하네요

    유명한 맛집이 불친절하다고 하니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 profile
    김기사 2015.05.10 05:35
    쏨통포차나의 소주 가격을 보시면 더 가기가 싫어지실 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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