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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44. 뜻밖의 재회
울리케가 오늘 한국인 여행자 한 팀이 또 온다는 얘기를 지나가듯이 한다.
어제 울리케는 자신의 직장에 한국인 한 명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울리케는 연이어 한국인 여행자가 방문하는 걸 별로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린 이 쇼파에서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너무 신기했다.
사실 이 동네는 대도시도 아니고 한국으로 치면 충청도의 어느 작은 산동네인데다가, 고도의 높낮이도 만만치 않은 곳이라 자전거 여행자들이 자주 거쳐가는 루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드물게 애들까지 데리고 오는 가족팀이란다.
(혹시..?)
그 한국인과 주고받은 웜샤워 이메일을 보여달래서 이름을 보니 김*철씨!
네모난공님이다.
중국에서부터 만났던 가족이라고 얘기를 하니 그제서야 울리케도 깜짝 놀란다.
울리케가 너무 재미있어하고 우리 역시 오랜만에 네모난공님 가족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약간의 고민은 있었다.
우린 다음 날 저녁, 120km 떨어진 뉘른베르크란 도시에 있는 호스트에게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양해를 구해서 도착 날짜를 미루거나, 내일 하루 만에 산길이 포함된 120km를 가는 수밖에..
일단 예정보다 하루를 더 있게 되었으니 슈퍼마켓에 가서 우리가 오늘 먹을 식량을 사 왔다.
울리케가 신났다.
네모난공님 가족이 오면 우리가 오늘 잘 방이 없어서 정원에 텐트를 치기로 했는데, 어디선가 잔디 깎는 기계를 가져와서 텐트 칠 장소를 다듬는다.
무거워 보이길래 내가 하겠다고 하자 단호하게 '노 프러블럼' 이라고 한다.
역시 예스,노가 확실한 독일 사람들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 장면 이전까지의 상황을 얘기하자면..
네모난공님이 마을에 진입해서 울리케에게 전화를 했고, 울리케는 비밀을 유지한 채 마을 슈퍼마켓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나 혼자 나가서 그 슈퍼 쪽으로 걸어가다가 기다리고 있던 네모난공님 가족들을 보고 놀라는 척을 했다.
"어? 여긴 웬일이세요?" 라는 내 목소리를 듣고 모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네모난공님 부부는 놀라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같았다.
난 더 장난을 쳤다.
" 저희는 이 동네 웜샤워 호스트집에 있어요. 지금 뭐 좀 사러 나왔거든요.."
그때까지도 네모난공님은 너무 놀라서 눈치를 못 채고 서로가 각각 다른 호스트 집으로 가야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사실대로 얘기를 하고 같이 울리케의 집으로 오는 도중에도 아마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깜짝쇼는 역시 외국에서 해야 제맛이다.
뜻밖의 재회를 한 우리들은 서로의 얘기를 하느라 바빴다.
주왕이와 은유도 그 사이 좀 더 큰 것 같았다.
울리케에게 또 고마웠던 건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재독교포(저 멀리서 울리케 옆에 서 있는 여성분)까지 불러서 한국 향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독일인과 결혼해서 이 동네에 정착한 김*숙씨도 우리와 너무 할 얘기가 많았던 탓에 밤 열두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이별이 아쉬웠는지 울리케가 우리의 진행 방향으로 40km쯤 떨어진 곳(로뎀부르크)까지 같이 라이딩을 하자고 한다.
그 도시에 괜찮은 캠핑장을 알고 있다는 울리케가 안내를 맡기로 하고, 네모난공님 가족과 우린 그 캠핑장에서 같이 캠핑을 하기로 했다.
울리케의 나이를 봤을 때 왕복 80km를 달려야 하는 일정이 쉽지 않을 텐데도 여유가 만만하다.
이 가족은 중국에서보다 짐이 더 늘었다.
하긴 캠핑장비들을 새로 사느라 우리도 늘긴 했다.
이 가족에겐 애들 간식이 무척 중요하다.
이 날이 토요일이라 오후에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을 경우를 대비해서 출발하자마자 슈퍼에 들렀다.
울리케가 선두에 서고 우리가 후미를 맡았다.
중국에서 작은 선글라스를 못 구하는 바람에 어른 고글을 쓰고 고생했던 은유가 이젠 맞는 고글을 쓰고 뒤에서 아빠를 열심히 민다.
동급 최강을 자랑하는 '은유 모터'는 초콜릿으로 충전된다.
은유의 힘으로 오르막길을 가볍게 통과한 네모난공님과 달리 다른 가족들은 중력과의 사투를 벌인다.
울리케를 살짝 걱정했던 우리가 창피해졌다.
이런 오르막길을 기어도 내리지 않고 여유 있게 오르는 걸 보니 다리 힘이 은유보다 쎄다.
캠핑장에 도착했다.
울리케는 캠핑에 대한 경험이 없었는지 우리가 텐트 치고 짐을 정리하는 걸 꼼꼼하게 지켜보았다.
어젠 내가 노트북을 어떻게 수납하고 다니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아마 내년에 예정된 자신의 여행 때문일 것이다.
아직 몇 사람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독일의 여성들은 독립적이고 강인하다는 느낌을 준다.
독일의 첫 번째 호스트였던 힐데가드도 은퇴가 가까운 나이지만, 1년 중 6개월 동안 일을 하고 그 돈으로 나머지 6개월은 해외여행으로 보낸다고 한다.
물론 다들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을 해서 안정적인 기반은 다 갖춰 놓았을 것이다.
울리케를 보내고 이제 한국인만의 시간이다.
이 가족은 5월 6일 네덜란드에 도착한 우리보다 열흘 정도 늦게 독일로 들어왔는데, 유럽의 캠핑장 생활이 너무 좋아서 이동속도가 좀 늦었단다.
특히 은유가 백조만 보면 너무 좋아해서 전진이 잘 안된단다.
하긴 한국에선 그렇게 큰 새를 못 봤을 테니 얼마나 신기할까..
백조보다 조금 작은 흑견에겐 별로 관심이 없는듯 하다.
로뎀부르크 캠핑장에서 같이 이틀을 보내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역시 만만찮은 오르막길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간신히 캠핑장 하나를 찾아 들어갔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캠핑장 주인도 안 보이고 참 난감한 상황인데 어디선가 백조만 한 개 한 마리가 와서 우리의 난감함을 가중시킨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 자리에 텐트를 칠까 생각 중이었는데 얘가 가지를 않는다.
- 은유 : 넌 이름이 뭐니?
- 개 : (귀찮어...절루 가..)
- 은유 : 앞은 잘 보이니?
- 개 : (이 털을 봐라.. 잘 보이겠나..)
- 은유 : 넌 뭘 먹고 이렇게 크니?
- 개 : (....)
- 은유 : ....
- 주왕 : 넌 이름이 뭐니?
- 개 : (아 놔...)
개가 도망갔다.
그리고 다행히 캠퍼 한 분이 와서 주인장 대신 우리가 텐트 칠 장소를 알려준다.
캠핑은 역시 먹는 맛이다.
16% 경사에 놀란 근육들을 삼겹살로 달래주었다.
네모난공님의 장비 중 가장 부러웠던 게 타프였는데, 큰 타프 덕에 우중에서도 이렇게 두 가족이 파티를 벌일 수 있었다.
나중에 주인장이 나타나서 정산을 하고 보니 이용료가 무척 싸다.
이 캠핑장이 유럽에서 경험한 캠핑장 중 이용료가 8유로(12,000원)로 가장 저렴했는데 대신 시설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모여서 먹는 식사는 8성급 호텔 뷔페가 부럽지 않다.
내가 타프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텐트 위로 덮인 타프의 끈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우리 텐트 폴대가 하나 부러졌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혹시 몰라서 텐트 수리키트도 사가지고 왔었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지 몰랐다.
사이즈별로 세 개가 들어 있는 폴대 보조 파이프 중 한 개가 딱 들어맞는다.
완벽하게 수리가 됐다.
네모난공님 가족과는 여기서부터 코스가 갈라지기 때문에 아쉬운 인사를 하고 다시 도로로 나왔다.
우리의 여행 중 몇 번이나 있었던 뜻밖의 재회를 생각하면 신기하기만 하다.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다시 만나게 되는 여행자의 얼굴은 더없이 반갑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이 할머니 라이더도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한참을 같이 달리다가 사진까지 찍게 됐는데, 다음 날 70km쯤 떨어진 지점에서 거짓말처럼 다시 마주쳤다.
빗속을 뚫고 뉘른베르크에 도착했다.
우리는 네모난공님 가족과 만나는 날, 이 도시의 웜샤워 호스트에게 약속한 날짜보다 이틀 정도 늦을 것 같다고 메일을 보냈었다.
미안한 마음에 '당신이 그날 바빠서 우리와 만나지 못하더라도 우린 괜찮다' 라는 말도 덧붙였다.
답장이 없길래 더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이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전화가 왔다.
오늘이라도 오라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안 그래도 캠핑장이 보이지 않아서 잘 곳에 대한 걱정을 하고 달렸는데 두 배로 고마운 소식이다.
역시 헤매지 않고 고마운 호스트의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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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이 가족을 태국에서 또 만났답니다.
그 때는 물론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만났었지요.
세계여행기
자전거타고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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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랜덤여행으로 로또확률보다 낮을것 같은데 로또맞으셨네요 ㅎㅎㅎ
독일의 강인함을 또 한 번 울리케에 관한 글로도 느낄수 있네요
다음 호스트집의 추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