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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 박대리의 페르마타] 60. 이스탄불 관광, 그리고 귀국
우리 얼굴이 결승선을 통과한 마라토너의 표정이었나 보다.
한인민박집 사장님이 "그래도 아직 긴장 풀면 안돼요" 라고 하신다.
그러나 우린 파타야 해변에 널브러진 해파리처럼 긴장을 풀어버렸고, 곧 둘 다 몸살이 걸렸다.
역시 반나절 차이라도 인생 선배가 하는 얘기는 틀림이 없다.
참 깔끔한 민박집이다.
민박집 이름은 '예디쿨레홈 한인민박' 이다.
중저가 호텔 숙박료의 반도 안되는 가격에 기본 제공되는 푸짐한 아침식사, 그리고 주방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겐 아주 큰 장점이었다.
터키 남편분과 같이 이 민박집을 운영하시는 여사장님은 나보다 서너살 많으신데, 우리가 지내는 동안에 친동생들을 대하듯 편하게 해주셔서 박대리도 나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 민박집에서 우린 때를 기다리는 비둘기 알처럼 나른한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 화분 속은, 저 멀리 보이는 고양이로부터도 위험하지 않을 만큼 안전한 곳이기 때문에 더 포근하다.
여기서는 기껏 위험한 일이라고 해봤자 끌어올리던 수박을 놓치는 일 정도이다.
중앙선을 가로질러 가는 차량도 이젠 '주행자'에서 '보행자'로 바뀐 우리를 위협하지 못했다.
파타야 해파리들이 여기에도 바글바글하다.
나흘 동안은 그냥 마트에서 음식 재로 사다가 요리해 먹고 잠자면서 보냈다.
5일째가 되어서야 관광을 시작했다.
버스는 충전식 카드를 탑승시 인식기에 갖다 대는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1회 탑승 시 2리라(1,200원) 정도 차감 된다.
구시가지의 버스 중 상당수의 노선은 이곳, '그랜드 바자르' 가 종점이다.
이스탄불 관광의 중심지라 할만 하다.
달러나 유로화 등을 터키 화폐로 바꾸고자 할 땐, 이 건물 안에 입점해 있는 환전소에서 환전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그리고 이곳의 상인들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상술의 달인들이니 꼭 마음에 드는 물건이 아니면 안 사는 게 좋다.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 대체로 십만 원을 부르면 삼만 원 밑으로 산다는 생각으로 조율을 시작해야 한다.
내가 쓰는 방법을 얘기하자면..
십만 원을 부른 점원이 스스로 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한 다음, 거기서 반을 잘라 부른다.
그리고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기 신공' 을 쓰면 반 이상은 나를 붙잡는다.
'차이'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한다.
내 입맛엔 그냥 '설탕 보리차'같은데 이 사람들이 중독되어 마시는 걸 보면 카페인이 꽤 많은가 보다.
그랜드 바자르에서 나와 트램 길을 따라 사람들이 북적이는 쪽으로 걸어가면, '아야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 가 있는 히포드롬 광장이 나온다.
걸어가다가 보이는 저 기둥은 '쳄베르리타쉬'라고 하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물이다.
콘스탄티누스 1세가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수도로 삼으면서 기념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케밥을 너무 먹어서인지 미국식 햄버거가 갑자기 당겼다.
한국식 세트메뉴는 없는 것 같고 보통 7천원 정도의 햄버거에 천원 정도를 보태면 콜라와 감자를 준다.
로마시대 전차 경기장 터인 히포드롬 광장엔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다.
보통 잘 조각된 오벨리스크는 이집트 유적을 전리품으로 가져와서 세운 것이다.
이것도 이집트 '카르타크 신전'에 있던 것을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때 옮겨 왔다고 한다.
그 뒤쪽으로는 아야 소피아 성당을 본떠 만들었다는 블루모스크가 보인다.
블루 모스크는 무료입장.
아직 관광할 날이 많이 남았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둘러보고 다시 민박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민박집에서 몸무게를 재어보니 살이 쪽 빠진 나와 달리 박대리는..여행 전보다 늘었다.
여행 전엔 내가 박대리보다 10kg 이상 더 무거웠는데 어떻게 역전이 된 것일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리 없다.
이틀 후, 다시 술탄아흐멧 지역으로 나왔다.
관광지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 용품은 어린애들에게 인기가 좋은데, 보통 12~15리라(약 8천원)을 부르지만 우리가 구입한 가격인 5리라(3천원) 미만으로도 살 수 있다.
7살짜리 처조카 선물용으로 사다 줬는데 무척 좋아했다.
기본 제공되는 여러가지 색깔의 볼펜과 도형자를 결합해서 돌리면 애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이 나온다.
로마시대때 물 저장소로 건설됐던 '예레바탄 지하저수지' 이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면..
이런 광경이 나온다.
로마시대 때 살았던 잉어의 후손일까..?
그 시대의 건축물은 맞는 것 같다.
기둥 하나는 눈물 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이 곳의 하이라이트는 메두사 기둥석이다.
두 개 중 하나는 거꾸로 박혀 있고..
나머지 하나는 옆으로 받치고 있다.
예레바탄 지하저수지에서 나와 이집션 바자르로 가려면 내리막길 쪽으로 계속 내려가야 한다.
2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도로변에 다양한 상점들이 많으니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면 된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쪽으로만 가면 길을 잃진 않지만, 좀 불안하다 싶을 땐 행인에게 '이집션 바자르'라는 말만 해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모스크가 보이면 다 온 것이다.
우린 여기서 선물용 호두를 샀다.
그런데 건물 안에는 좀 비싸다.
이집션 바자르는 견과류나 달콤한 곡물 젤리를 많이 파는데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많이들 산다.
우리 경험으론, 일단 건물 안에 들어가서 가격 조사를 한 다음 건물 밖에서 사는 게 좋다.
갈라타 다리가 보이는 노천 상점들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런 골목길로 나오게 되면 무척 복잡해 보이지만..
경사가 내리막으로 된 방향으로만 가면 바닷가 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건물에서 나와서 바닷가 입구 쪽으로 가다 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점이 보이는데, 품질 좋은 원두커피를 싸게 파는 곳이란다.
커피 상점을 지나서 더 내려오면 이런 상점들이 보인다.
여기서부터가 이집션 바자르의 건물 밖 상점들이다.
건물 안에서 봤던 가격보다 반 정도 싸다.
걷기에 자신 있는 사람들은 해변에 늘어서 있는 고등어 케밥 상점에서..
5리라(3천원) 짜리 케밥을 하나 사서 먹고..
갈라타 다리를 걸어서 넘는다.
케밥에 들어 있던 고등어가 이 사람들의 낚싯대에 걸린 지렁이를 먹다 잡힌 놈들이 아닐까...하는 의심은 건강에 안 좋다.
덩치를 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들은 고등어 따위나 잡으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보고도 못 본척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 쪽으로 넘어오면 좀 복잡해 보이는데, 역시 현지인에게 '갈라타'라고만 하면 지름길을 알려준다.
우린 걸어 다니며 이런 모습들을 즐기기 때문에 좀 헤매더라도 언제나 도보 관광을 선택한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고깔모자를 쓴 듯한 '갈라타 탑'이 보인다.
15리라(9천원)를 내고 올라가면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는데 우린 이스탄불의 명동으로 불리는 '이스틱클락' 거리로 가기 위해 그냥 통과했다.
갈라타탑에서 조금 올라가면 한 칸짜리 트램을 탈 수가 있다.
이 트램도 버스카드에서 2리라(1,200원)를 차감한다.
이스틱클락 거리를 가로질러 탁심광장까지 운행을 하는데 거리가 그리 멀지 않고 경사도 심하지 않으니 걸어가도 별 무리는 없다.
정말 명동과 많이 흡사하다.
여기 환전 수수료도 나쁘진 않은데 우리 경험으론 그랜드바자르 환전소의 수수료가 가장 쌌다.
탁심 광장에서 인증 사진을 찍은 다음엔 '공화국 설립 기념비' 왼쪽에 보이는 건물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면 제법 큰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수십 대의 버스가 회차하는 이 정류소는 아마 이스탄불을 돌아다니는 거의 모든 버스가 지나지 않을까 싶다.
버스 창밖으로, 로마시대때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건설한 수도교도 보인다.
유럽 곳곳에 건설되었던 수도교는 로마시대 건축 기술의 걸작이다.
어떤 수도교는 수 km 길이의 전체 높낮이가 30cm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하니, 당시 측량 건설 기술이 얼마나 정교했는지 알만하다.
뭘 파는 걸까..?
다음 날, 민박집 근처에 5일장이 섰다.
터키도 관광지 물가와 현지인 시장 물가 차이가 심하다.
여기서 장을 보니 마트에서 샀을 때보다 돈이 반밖에 안 든다.
시장 근처에서 자전거를 포장할만한 박스도 주워 왔다.
귀국 날짜가 5일이나 남았지만 미리 준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난 포장을 시작했다.
프레임은 반으로 접어서 박스에 넣었고, 휠셋 네 개중 세 개와 샥은 안 가져가기로 했다.
휠셋보다 비싼 타이어는 네 개 모두 가져가지만 2kg이 넘는 샥과 휠셋 세 개를 빼니 무게가 많이 줄어든다.
민박집에 같이 투숙했던 다른 여행자 부부께서 고추장과 김을 선물로 주고 가셨다.
오랜만에 한국식 식단으로 밥을 먹으니 그동안 밀가루로 푸석푸석해진 뼈 속이 단단하게 채워지는 느낌이다.
밤만 되면 우리 방 발코니 천장에 등장하는 이 악어도 밀가루만 먹었는지 발육상태가 안 좋다.
생각보다 피로가 많이 쌓였었나 보다.
민박집에 도착한지 열흘이 지나서야 체력이 회복된 느낌을 받았다.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면 행운의 연속이었다.
어떨 땐 기적에 가까운 일들도 있었다.
웜샤워같은 디지털 파트를 책임졌던 박대리의 역할도 빛났다.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던 이 여행을 자체 평가해보면 충분히 성공적인 여정이었고 다음 여행을 위한 좋은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 만난 조력자 분들이 없었다면 이런 성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분들께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감사를 드린다.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Good bye Europe...
우리가 없는 동안 어머니가 자주 오셔서 집 관리를 해주셨다.
7개월 동안 그리웠던 '한국의 편리한 일상' 속으로 다시 왔다.
내가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편안하다.
어머니가 미리 준비해 두신 음식으로 이번 중국,유럽여행의 잔치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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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한 결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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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6일 중국 연태항으로 입국, 5월 6일 유럽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라이딩 코스 >
(푸른색은 선박과 기차 이동, 붉은색은 자전거 이동)
< 5월 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입국, 8월 21일 이스탄불 출국 >
* 자전거 이동거리 : 중국 - 3,000km , 유럽 - 4,000km
* 경유 국가 : 중국(홍콩,마카오) - 네덜란드 - 벨기에 - 룩셈부르크 - 프랑스 -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바키아 - 헝가리 - 크로아티아 - 세르비아 - 불가리아 - 터키
* 총 경비 : 항공료 약 250만원 + 숙식비 약 1,000만원 + 현지에서의 장비 구입비 약 50만원 = 약 1,300만원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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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을 놓으니 바로 몸살이 왔다는 거에 공감이 갑니다.
저 또한, 280랠리 같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는 대회를 하고 나면
약 한달 정도는 파김치 되서, 힘을 쓰지 못하고 몽농한 상태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지 않나 싶습니다.
총 비용을 보니 항공비까지 포함 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지출이 아니였네요, 당연 김기사님이 절약했겠지만은요....
정말 잊지 못한 인생의 한페이지를 큰 추억을 만드셨네요.
그리고, 미스터리는 김기사님은 몸무게가 많이 줄었는데, 박대리님이 몸무게가 늘었다는 것은
과학적, 의학적으로 접근 해 봐야 할 것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가만히 앉아서 편안하게 여행기를 사진으로 감상하면서 미안함도 없지 않았는데...
아무 탈 없이 귀국하셔서 다향이라 생각합니다.
두분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세계여행기
자전거타고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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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