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기울어 있어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6시쯤 기상, 텐트부터 철수하고 하이웨이 가로 나가서 빵과 바나나로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MTB 사이클리스트를 만났다. 하이웨이에서 3~4km 정도 안에 사는데 친구랑 MTB타러 나가는 중이라고 한다.

물은 충분한지, 식량은 충분한지 재차 걱정하며 묻는다. 물 구할데가 없냐고 하니 야영지에서 6~7km 떨어진 빈집의 수돗가로 데리고 갔다.

물을 충분히 보충했다.

내륙으로 들어설 수록 파리가 많아진다. 파리는 얼굴, 특히 얼굴의 칠공(七孔)에 정말 관심이 많다.

귓구멍, 콧구멍, 눈, 입에 계속 들러붙으며 사람을 괴롭히는데, 가끔은 정말 파리때문에 환장하는 경우가 있다.

아영지를 6km 쯤 지나서 펌프가 사라졌음을 인지했다. 고민 끝에 2km 남짓 돌아가다가 엄두가 안나서 펌프를 포기했다.

거친 노면을 달리는 가운데 잠시 마음이 착잡하고 아득했지만 곧 평정을 찾았다.

이제 슈발베 마라톤과 나의 라이딩 실력, 그리고 운에 맡길 뿐이다.

잠시 그레이트 이스턴 하이웨이를 벗어나 Northam 안으로 들어섰다.

(현지 발음 : 놀덤. 놀썸이나 노샘 이라고 하면 못알아듣는다.) 

Northam 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오전 9시경)

호주의 공원에는 공용 무료 바비큐 플레이트가 흔하게 있고, 깨끗하게 쓰고 정리해놓기 때문에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호주의 수퍼마켓 체인 Woolworths 의 PB 자두 잼. 아주 맛이 좋았다.

호주에는 대형마트 PB 제품도 질이 좋아서 애용했다.

갈매기는 없는 곳이 없다.

라면은 우리나라 라면이 세계 최고다. 퍼스에서 샀던 나가사끼 짬뽕.(5개 1팩에 3.5불)

라면을 먹고있는데 캐러밴을 딸린 버스를 타고온 한 가족을 만났다. 퍼스에 사는데, 휴가철을 맞아 멜번까지 갔다 온다고 한다.

가족 6명이 버스에서 숙식하고, 화물은 캐러밴에 실어놓았다.

인사하고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기독교인이냐고 묻는다. 종교는 없으나 붓다와 예수를 존경한다고 했다.

내 여행 계획을 듣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널라보 평원(Nullabor Plane)에 대해서 아냐고 묻더니 기차로 넘는 것을 알고는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한다.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음료수 한병을 쥐어준다.

이들은 오후에 그레이트 이스턴 하이웨이를 뒤따라 달려와서 손을 흔들어주며 사라졌다.

Northam 비지터 센터에서 지도를 얻었다.

물이 부족한 내륙으로 향하는게 실감이 난다. 샤워 한번에 3불이나 받는다.

Northam 의 Woolworths에서 진통제 Panadol 과 AAA 건전지를 샀다.(12불)

칼굴리 까지는 500km를 더 달려야 한다.

호주의 유명한 과자 팀탐을 당 보충용으로 두개씩 먹었다.

비스킷에 초콜렛을 입힌 과자로, 엄청나게 달다.

하이웨이를 달리며 제일 조심해야하고, 제일 두려운 존재가 바로 로드 트레인이다.

우리나라의 '츄레라'를 생각하면 되는데, 최장 길이가 36m에 이르는 대형 트레일러이다.

이러한 특대 화물차는 앞 뒤로 ROAD TRAIN, LONG VEHICLE, OVERSIZED VEHICLE 각 문구가 적힌 노란색 표지를 달고 다닌다.

LONG VEHICLE 과 ROAD TRAIN 은 비슷한 개념이고,(호주인도 그 차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OVERSIZED VEHICLE 은 적재한 화물의 폭이 특별히 넓은 경우에 해당한다.

OVERSIZED VEHICLE 의 경우는 위험을 경고하는 차량이 차량 전 후방에서 같이 달리는 경우도 있다.

(정말로 와이드한 화물은 반대 차선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적재량이 많은 경우에는 제동거리가 100m 를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으며, 로드킬 상황에도 감속하지 않고 그대로 치고 나가버린다.

(캥거루 바 라고 하여 충격을 대비한 철제 구조물이 라디에이터 그릴 앞에 달려있음)

차량이 무거워서 도로 수명을 단축시키기는 하지만,

기차나 비행기에 비해 저렴하고 이동성이 좋기때문에 호주 내륙의 주된 화물 운송 수단이다.

차량이 거대하다보니 마주치게되면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친다.

옆을 지나갈 때 보다는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경우가 골치아픈데, 엄청난 맞바람이 나를 강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로드트레인은 자전거를 탄 나를 배려하여 서행하거나 우회하여 지나가주었고,

로드트레인이 내 옆을 지나가면 세찬 등진 바람(tailwind)이 불어서 주행이 잠시나마 편해진다. 

14시 30분 쯤 Meckering에 다다랐다.

금색의 파이프는 Golden Pipeline 기념물인데,

이것이 바로 서호주의 Golden Pipeline 이다.

퍼스에서 칼굴리까지 연결되는 수로이며, 내륙으로 통하는 유일한 물 공급원이다.

길이는 대략 600km 조금 넘으니 실로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다.

내륙 서던 아웃백은 원래 황무지였으나, 19세기 말 Patrick Hannan 이 칼굴리에서 금광을 발견함으로써 호황을 맞았다.

칼굴리에는 아직도 광산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공 화장실(Public Toilet)에서 물을 보충했다.

날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간식을 먹은 뒤에 더위에 퍼져서 잠깐 낮잠을 청했다.

불어오는 바람은 건조한 온풍이고, 내려쬐는 햇살은 살을 태운다. 드러난 다리와 발등은 자외선과 뜨거운 열기에 붉게 탔다.

너무 건조하고 뜨겁다보니 온몸에 물을 적셔도 금세 말라버린다. 수분 손실을 막으려고 코로만 호흡을 해보았더니 금세 코피가 난다.

시행착오 끝에 흡기는 코와 입 함께, 호기는 코로만 했다.

한 30분 눈을 붙였는데 어떤 부부가 나에게 말을 건다.

내 여행에 대해서 듣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오늘 날씨가 너무 뜨거운지 아냐면서 내 발과 다리를 보더니

자기들은 칼굴리로 가는데 칼굴리까지 태워줄 수 있으니 원한다면 생각해보고 얘기를 하라고 한다.

내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어 자동차를 타면 계획이 조금 틀어질 것이지만

이것 또한 인연이요 경험이다 싶어 100km 정도 떨어져있는 다음 타운, Merredin 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90년대 다이하츠 3도어 지프.

차가 작아서 내 자전거가 접히지 않았다면 실을 수 없었다. 자전거를 접는 것을 보더니 신기해한다.(cool and smart)

특색있는 지붕의 Ettamogah Pub 에서 식사를 하려 했으나 주방은 이미 문닫고 펍만 열려있어

사진만 찍고 다시 달렸다. 에타모가 펍은 호주에 몇군데 없으니 사진을 찍고 가라고 했다.

Rebbeca 와 Greg.

호주인의 차에 타보긴 처음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남북한 관계 등 서로의 나라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는 2도어나 3도어 차량이 별로 없다는 말에 이유를 묻기에 대부분 사람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이라고 했더니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엄청난 길이의 화물 기차.

자전거로는 하루를 투자해야 갈 수 있는 100km 란 거리가 자동차로는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자전거 위에서, 자동차 위에서 시간은 각기 다르게 흘러간다.

인디안 퍼시픽 기차에 실을 때 자전거를 포장하기 위해 흔히 우리말로 '뾱뾱이'라 불리는 포장재의 판매처를 물었다.

에어캡(aircap) 이라고 하니 못알아들어서 설명을 했더니 그건 Bubble Wrap 이라고 한다.

Rebbeca는 칼굴리에 있는 버블랩 판매처의 이름뿐만 아니라 주소와 전화번호를 메모지에 적어주었다.

차를 타고오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Greg 은 규정 속도를 철저하게 지켰다.

차량이 거의 없는 도로, 통과하는 타운에도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규정속도에 딱 맞추어서 정속으로 달렸다.

호주인들은 어릴 때부터 넓고 길며 큰 것,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자연을 보고 그에 적응하며 자란다.

어딜가든 엄청난 거리를 긴 시간에 걸쳐 가야하고, 모든 규모가 엄청나니 서두르거나 조잡한 술수를 부릴 이유가 없다.

누가 먼저가든, 5분 빠르든 정시에 가든 그게 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들의 느긋함과 여유로움은 이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싶다.

시공간이 각자에게 다르게 흘러가듯

한국인의 1시간, 호주인의 1시간은 분명 다를 것이다.

더 나아가 생각과 판단의 chunk 역시 다름에 틀림없을 것이다.

호주에서 만난 인연, Rebbeca 와 Greg.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고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나는 귀국한 후 사진을 메일로 보내주겠노라 했다.

Merredin에서 드디어 캐러밴 파크(Caravan Park)를 이용하게 되었다.

캐러밴 파크에는 텐트사이트, 캐빈이라 불리는 작은 숙소, 어떤 곳은 전기를 연결해놓은 고정캐러밴을 제공한다.

텐트사이트가 제일 저렴하고, 캐빈을 빌리는게 제일 비싸다.

Merredin 캐러밴 파크 텐트 사이트는 22불.

텐트 한동에 22불이니 여럿 모이면 저렴한 가격이지만 나 홀로는 그리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다.

텐트1동+1인 을 기본으로 하고 추가1인당 추가 금액을 받는 곳도 있고

인원에 관계없이 텐트 수대로 금액을 받는 곳도 있다.

캐러밴 팍이 한가해서 정해진 사이트 외에도 아무데나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시설은 깔끔했다. 그릇이 키친에 없어서 내 그릇을 사용했다.

저녁은 파스타

캐러밴 팍에서의 첫 일몰이다.

샤워, 빨래를 끝내고나니 21시, 쉬면서 여행 계획을 정돈하고나니 23시 30분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오리온이 거꾸로 서 있고, 남십자성이 또렷하게 보인다.

주위가 평원이니 보다 많이 보이는 것이다.

-주행 : 62.7km

-지출 : 12불+22불 = 34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