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Sawpit Picnic Area 에 나무가 많아 그런지 아주 깔끔하게 잘 잤다.

단 한번도 중간에 깨지않고, 늦잠까지 잤다.(06시 40분 기상)

오늘 나는 Port Fairy 에 가서 음식을 사고, 캐나다부부가 얘기해준 walking rail 을 따라 Koroit로 간다.

Koroit 에는 Tower Hill 이라는 명소가 있다는데, 그곳에는 코알라가 살고 있고,

일몰과 일출 직전에는 활동하는 많은 야행성 동물들(캥거루 등)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는데,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 Koroit 에서도 프리캠핑 하고싶다.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데 재밌는 친구를 만났다.

이것은 캥거루가 아니라 왈라비(Wallabe)다.

이놈 참 겁이 많다.

멀리서 나를 쳐다보다가 숲 속으로 사라졌다.

아침을 먹고, 텐트를 철수하고 다시 하이웨이로 내려간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Sawpit Picnic Area 에서.

군데 군데 졸음 운전을 경계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

Naroo 사 마스크를 쓰고 다녔음에도 얼굴이 꽤 탄 것 같다.

11시 30분 경, Port Fairy 약 10km 전, Yambuk 에서 점심을 차렸다.

점심은 인도네시아 미 고랭 라면과 빵.

정말로 잘 먹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든든하도록 많이 먹고 있다.

코베아 이스케이프 코펠(kocher)에는 230g 가스와 코베아 Titan 3 스토브가 쏙 들어간다.

윈드스크린은 Primus 사의 것인데, 뒤집어 끼우면 가스 캔에 꼭 맞게 결합되지만 코펠 안에 수납은 불가능하다.

나는 가스를 두 통 들고다녔는데, 예비용 가스는 Primus 윈드스크린과 결합하고,

사용하는 가스는 kocher안에 스토브와 함께 넣어다녔다.

Primus 윈드스크린은 스마트해보이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풍향을 종잡을 수 없이 휘몰아 칠 때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고전적인 panel 형 윈드스크린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접었을 때 부피가 작은 물건도 얼마든지 있으며, 성능면에서 우월하다.

14시 30분경. 드디어 Port Fairy에 왔다.

비지터 센터에서 지도와 Rail Trail에 대한 정보를 얻고, 선물로 포트페어리 항구 사진이 담긴 엽서도 받았다.

(엽서에는 2010년에 포트 페어리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선정되었다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수퍼마켓에서 이틀치 식량을 구입했다.

바나나, 전곡(whole grain) 식빵, Weet-bix(씨리얼 종류), Soymilk. => 11.95불

Rail Trail 입구.

Port Fairy와 Warrnambool 을 잇는 Rail trail. 과거 철도가 놓여있던 곳을 꾸민 것이다.

총 길이는 약 25km 정도 되며, 이곳을 통과하면 Great Ocean Road 의 시작 워냄불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Koroit.

Rail trail의 중간 쯤에서 잠깐 벗어나면 Koroit로 향할 수 있다.

rail trail은 조용하다. 특히 자동차가 없으니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맹렬히 달리는 자동차 소리에 적응이 되어서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여기를 달려보니 자동차에 신경을 쓰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남들이 보는 나는 이런 모습이었음을..

초반에는 포장도로가 깔려있지만 갈 수록 비포장에 가까워졌다.

레일 트레일 입구에 로드 바이크는 주의하라는 얘기가 써 있던게 생각났다.

언덕도 없고, 날도 뜨겁지 않아 아주 편안하게 달렸다.

그리고 Koroit 에 도착했다.

Koroit의 폐 기차역.

이곳에서 Koroit로 빠질 수 있다.

main street으로 내려와 벤치에서 잠시 쉬고, 자전거에 다시 오르는 차에

물통 케이지에 오른쪽 무릎을 부딪혔다.

폴더블 자전거는 물통 케이지가 탑튜브 상단에 있기 때문에 무릎을 올리다가 그만 부딪혀버린 것이다.

눈 앞이 아득하고 너무나 아파서 벤치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5분간 걷지도 못했다. 한동안 쉬어보아도 페달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오늘 Tower Hill에 가보아야 하는데...

일단 왼다리를 주(主)로 하여 페달을 밟았다.

무릎을 다친 곳에서 서쪽으로 내려오다보니 공원이 있었다.

사진의 좌측의 나무 밑에 벤치가 있고, 그 옆 건물에 전기 콘센트가 있는 화장실이 있었다.

어딜 봐도 캠핑을 금지한다는 사인은 없으나 탁 트인 곳이라 날이 저물고 텐트를 치기로 했다.

오늘 이곳은 나의 세번째 프리 캠프사이트가 될 것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보행은 어려워도 페달링은 약간 할 수 있게 되어서

일단 Tower Hill로 가보기로 했다.

Tower Hill이 화산지형인만큼... 그곳으로 가는 길은 꾸준한 언덕길이었다.

오른 다리에 힘을 실을 수 없었기에 안되겠다 싶으면 내려서 끌었다.

절뚝이며 계속 자전거를 밀었다.

 
Tower Hill Lookout 에서. 백두산과 같은 화산지형이다.

다만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인공 조성된 환경이라는 것이다.

코알라와 Tower Hill 의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선 사진의 우각호의 왼쪽 능선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서

Tower Hill 의 입구로 들어가야하는데 도저히 무릎이 아파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내려왔다.

아까의 공원으로 돌아와서 배터리를 충전해놓고 벤치에 앉아 쉬었다.

오슬오슬 추워서 긴바지와 플리스 자켓까지 입고...

벤치에 자전거를 끌고와서 놀던 어린 친구들이 작은 자전거를 처음 보는 듯 이것저것 묻는다.

어린 친구들이 웅얼거리며 말하는 건 정확히 알아듣기가 힘들다 ^^..

한참을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4명의 자전거여행자 무리를 만났다.

그런데 나는 이들에게 철저히 무시당했다.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동양인에게 적대감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는 soy drink 가 아닌 soymilk로 샀다.

이것은 Weet-bix로서 호주의 씨리얼이다.

쉽게 불려지기 때문에 급할 때는 이렇게 통에 담아 숟가락으로 떠먹지 않고

비스킷처럼 베어 먹기도 했다.

무릎을 하루 빨리 낫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저녁을 평소보다 더 든든하게 먹었다.

해는 길고 날이 추워서 채 날이 저물기 전에 구석에 텐트를 쳤다.

슬럼버 트렉 텐트의 플라이가 잔디색과 비슷해서 그리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다.

내일은 꼭 나아서 달릴 수 있었으면...

- 주행거리 : 89.1km

- 지출 : 11.95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