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eletto02.tistory.com/ 작성자 (레또)님의 블로그

 

 

세계 자전거 여행가 '레또'님의 자전거 여행기가 시작 됩니다!

 

 

레또님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며 발퀴자국을 남기시고 계십니다.

저희 자전거와 사람들에 흔쾌히 여행기 공유를 해주셨는데요~

 

-시작(prologue)

-장비목록(prepared)

-중국 자전거 여행 팁

-레또님의 세계 여행나라 중 '베트남~인도네시아' 까지의 여행기를 일부 연재해 드릴 예정입니다.

 

태국에 이어서 네번째 여행지인 말레이시아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세계 자전거 여행기의 강같은 정보를 알려주실 레또님의 발바퀴 여정~! 함께 달려보아요!

 

레또 님의 '[말레이시아] 레또님의 세계자전거 여행기 - 알라의 나라, 말레이시아 'START!!

 

 

 

 

Welcome to Malaysia!

 

 

코끼리 코처럼 길게 나온 태국만을 40일 간 달린 끝에 드디어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그리고 말레이시아....6번째 새 여자 친구와 달콤하고 아름다운 데이트를 앞두고 설레임 가득한 마음으로 힘차게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90일 체류 가능한 스탬프를 받고 국경을 빠져 나오자 말레이시아 입성을 축하라도 하는 듯 파란 하늘 위로 말레이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헉 헉...첫 출발부터 커다란 장애물을 만났다. 땡볕과 역풍 때문에 페달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태국은 고무나무며 코코넛이며 수많은 농장들이 뜨거운 햇빛과 바람을 막아줬는데 이와 달리 말레이시아 국경지대는 황량한 벌판만 계속 이어져 시작부터 기력이 다 빠져버렸다.

 

 

 

 

2시간 정도 달린 끝에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과일주스 파는 작은 노점상을 만났다. 코코넛 한잔에 1RM, 한화로 따지면 330원 정도했다. ‘말레이시아 물가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군’ 생각하며 잠시 미소 짓고 있는데 히잡을 두른 한 무리의 여성들이 노점상을 찾아왔다.

 

 

 

말레이시아 첫인상은 정리가 잘 돼 있고 깨끗한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다. 태국에서 느낄 수 있는 북적이고 끈적끈적한 느낌을 이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을 말레이시아 첫날밤에 맞이했다.

 

 

어느새 밤이 찾아오고 텐트 칠 장소를 찾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태국과 달리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작은 공원이며 관공서며 텐트 칠만한 곳에는 삼엄한 경비가 24시간 지키고 있었고 높은 담과 철조망은 외부인 접근을 불허했다.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태국보다 훨씬 경직 돼 있고 호의적이지 않아 보였다. 결국엔 지붕이 있는 공사장 막사를 찾았고 텐트를 치고 취침준비를 완료한 뒤 꿈나라로 뿅!

 

그런데 한밤중에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엄청난 비와 바람을 동반한 폭풍우가 새벽3시쯤 몰려온 것이다. 그것도 조그마한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말이다. 텐트에 프라이 칠 겨를도 없었다. 삽시간에 비가 텐트 안으로 들어왔고 아수라장이 됐다. 텐트 위로 지붕이 있었지만 비가 바람과 함께 45도 각도에서 오는 바람에 무용지물이었다. 약 20분 정도 지속된 폭풍우는 나를 완전 패닉 속으로 몰아넣었다.

 

 

 

다음 날 아침, 텐트 주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지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언제 비가 왔냐는 것처럼 잠잠했다.

 

 

 

새벽에 내린 폭풍우가 다음날 오전 시간까지 집어 삼켜 버렸다. 텐트며 옷가지며 텐트 안팎으로 모두 젖는 바람에 햇빛에 말리고 출발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넓은 지붕이 있는 곳에 텐트를 쳐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전 11시를 넘기고 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고 곧 이어 케다(KEDAH) 주에 진입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뭘 사 먹을까 고민하다 친절한 사진과 명확한 가격제시에 홀려 락사(laksa)라는 것을 사먹기로 했다.

 

 

 

 

락사의 정체는 국수였다. 태국 국수처럼 맵고 톡 쏘는 맛은 없었지만 국물이 걸쭉하니 시원해 나름 먹을 만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은 간에 기별도 안 가게 양이 너무 적다는 점이었다. 거짓말 안치고 딱 세 젓가락 만에 다 해치웠다. 앞으로 양이 적을 때를 대비해 식빵이라도 사 가지고 다니며 걸쭉한 락사국물에 찍어 먹어야 되겠다.

 

 

 

 

드디어 안다만해 등장! 말레이반도 서쪽해안과 새로운 만남이 시작됐다. 두 달간 태국만(Gulf of Thailand)을 따라 달리며 일출만 봐왔는데 이제 일몰을 볼 수 있겠구나...

 

 

 

운 좋게도 바닷가 가장자리 버려진 창고에서 훌륭한 잠자리를 찾은 후 여유로운 마음으로 멋진 노을을 한참동안 구경했다.

 

 

 

새벽 내내 바다 먼 곳에서 천둥치고 난리가 아니었다. 다행히 비구름이 육지 쪽으로 다가오지 않아 바닷바람 맞으며 시원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한 아저씨께서 다가오시더니 친절히 길을 가르쳐 주셨다. 그것도 유창한 영어로 말이다. 그동안 시골에 가면 말이 통하지 않는 바람에 합죽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말레이시아는 달랐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는 이유는 첫째로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었고 둘째로 중국, 인도인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후 들어 산악지대에 진입했다.

 

 

 

산악지대에 들어오자 확실히 열대기후 지역으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습하고 더운 기후 때문이기도 했지만 파란 하늘을 모두 다 가리는 빽빽한 열대우림과 그 속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가 도로 주위를 가득 매웠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공짜 샤워도 하고 산악지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청량감을 마음껏 즐겼다.

 

 

 

 

자전거를 끌고 한참을 올라가고 있는데 숲 속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야생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원숭이는 카랑카랑한 울음소리를 내며 경고음을 보냈다.

 

 

 

 

주위를 살펴보니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가 여기저기서 노려보고 있었다. 한 두 마리라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수 십 마리가 노려보며 경고음을 내고 있으니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서둘러 그곳을 탈출했다.

 

 

 

드디어 말레이시아 첫 번째 목적지 페낭(penang)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페낭 섬은 18세기 이전까지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지만 영국 식민지시절 중국과 인도 사이에 무역 중개지로 발전하기 시작하며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서부 무역항이 되었다. 지금은 무역항 지위는 인근 항구에 넘겨주고 관광, 휴양, 상업도시로 변해 수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육지와 페낭 섬을 잇는 다리가 있었지만 차량만 지나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만 했다. 부두에 들어서자 페리 안은 미리 와 있던 오토바이와 차로 가득 매워져 있었다.

 

 

 

출발한지 얼마 안 돼 페낭 섬과 본토를 잇는 페낭다리가 보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페낭다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3번째로 긴 다리로 1985년 현대건설이 시공했다고 한다.)

 

 

 

10분이라는 짧은 항해 끝에 페낭항구에 도착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고층빌딩만 잔뜩 보이는 바람에 식민지 역사유적이 남아있으리라 상상도 못했었는데 뜻밖에도 영국식민지 당시부터 존재하던 성벽과 대포가 섬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막상 이런 문화유적과 첫 만남을 가진 후 한층 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섬 탐사에 앞서 지도를 얻기 위해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안내소에서 나눠 준 지도를 통해 페낭이 멜라카와 함께 200년 전 국제무역항구 문화유산이 잘 남아 있는 곳으로 인정받아 2008년 그러니까 4년 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페낭 중심지 조지타운에는 여기가 도대체 중국인지 아니면 말레이시아인지 헷갈릴 정도로 모든 건물이 한자로 도배되어 있었고....

 

 

 

차이나타운에서 한 블록 떨어진 리틀인디아(Little India) 구역에 들어가자 마치 다른 나라에 건너 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주변 모든 환경들이 180도 변해 있었다. 리틀인디아 거리에는 인도 특유의 냄새가 거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인도음악도 어찌나 크게 울리던지 정신이 혼미해졌다.

 

 

 

인류문명 탄생의 두 축인 인도와 중국이 만나 만든 신세계이며 200년 전 식민지 무역교류가 남겨 둔 커다란 흔적이 아직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바로 페낭이었다. 예상과 달리 흥미진진한 요소를 가득 갖춘 도시라는 것을 짧은 시간 도심을 돌아다니며 깨달을 수 있었다.

 

 

 

호칸트를 만나기 위해 페낭 섬 북쪽에 위치한 탐 페링기(Battam ferringi)라는 휴양지로 향했다. 페낭이 작은 섬이라고 하지만 70만 인구가 몰려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바탐 페링기로 가는 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엄청난 매연을 뿜어대는 차들과 1시간 가량을 싸운 끝에 바탐 페링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길 찾기는 식은 죽 떠먹기.

현지인들이 대부분 영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호칸트가 적어 준 주소 하나만 가지고도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호칸트가 사는 아파트는 바닷가가 보이는 멋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호간트와 다시 만난 기념으로 커피 한잔 하며...

 

 

호칸트는 스웨덴 사람으로 벌써 1년 넘게 말레이시아에 머물며 책을 쓰고 있는 논픽션 작가였다. 현재 쓰고 있는 책은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해부하고 부자와 빈자의 불평등한 세계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거의 탈고를 마치고 2주 뒤 유럽으로 돌아가 출판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 한다.

호간트는 현실의 부조리를 말할 때는 힘 있고 단호했지만 평소에는 환한 얼굴로 항상 웃으시는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분이였다.

 

그동안 폭풍우와 더위로 많이 지쳐 있었는데 호간트 덕분에 페낭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한동안 쉬어갈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