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eletto02.tistory.com/ 작성자 (레또)님의 블로그

 

 

세계 자전거 여행가 '레또'님의 자전거 여행기가 시작 됩니다!

 

 

레또님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며 발퀴자국을 남기시고 계십니다.

저희 자전거와 사람들에 흔쾌히 여행기 공유를 해주셨는데요~

 

-시작(prologue)

-장비목록(prepared)

-중국 자전거 여행 팁

-레또님의 세계 여행나라 중 '베트남~인도네시아' 까지의 여행기를 일부 연재해 드릴 예정입니다.

 

마지마가 이야기인 인도네시아 이야기 입니다.

 

세계 자전거 여행기의 강같은 정보를 알려주실 레또님의 발바퀴 여정~! 함께 달려보아요!

레또 님의 '[인도네시아] 레또님의 세계자전거 여행기 - 세상은 넓고 친구는 많다. 'START!!

 

 

 

 

북수마트라와 서수마트라는 산맥 하나 차이로 문화, 민족, 언어, 종교, 거기다 날씨까지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다. 먼저 민족적인 측면에서 서수마트라는 미낭카바우(minangkabau)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모계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이들은 크리스챤이 대부분인 바탁과 달리 강한 이슬람 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버팔로 뿔을 형상화한 독특한 건축양식이 이들을 다른 민족과 구별 짓는 가장 독특한 상징이다.

 

 

 

문화만 변한 게 아니라 날씨까지 변했다. 북수마트라에 있는 동안 비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서수마트라에 들어오고 나서는 매일같이 오후 3~6시 사이에 어김없이 소나기가 한차례씩 지나갔다. 그런데 이날따라 특이하게도 비는 오락가락거리고 해는 구름사이로 들락날락거리며 하늘은 종잡을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선보였다. 다음 목적지 부킷팅기(bukittinggi)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비가 오는 가운데도 묵묵히 전진했다.

 

 

 

부키팅기 도심을 코앞에 나두고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 둔거 마냥 거침없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치서핑(cauchsurfing.org)을 통해 알아둔 부킷팅기에 사는 친구에게 아무리 전화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비는 오고 연락도 안 되고 식당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오는 비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했다. 결국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비를 피해 텐트 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보기로 했다. 다행이 3km 정도 거슬러 올라가 버려진 건물에서 비를 피해 야영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냈다.

 

 

 

다음날 아침은 전날과 달리 맑은 날씨가 하늘을 장식했다. 사람들 눈에 띄기 전에 아침 일찍 길 나설 채비를 마친 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코치서핑을 통해 알아둔 아이지(Aissy)에게 다시 한 번 연락을 해 보았다. 뚜-뚜- 신호가 가더니 어제와 달리 반갑게도 아이지가 전화를 받은 것이다. 부킷팅기 시내에서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

 

 

 

Welcome to bukittinggi! 5km 정도 달리자 도로 한편에 자리한 작은 사인이 부킷팅기 도착을 환영해줬다. 부킷팅기는 해발 930m 고원에 자리한 도시로 시원한 날씨와 메라피, 싱카랑이라 불리는 2개의 커다란 화산이 만들어 내는 멋진 풍경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현지 관광객이 주로 찾는 아름다운 도시다.

 

 

 

도시 중심가에는 부키팅기를 상징하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지어진 커다란 시계탑과 광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코치서핑을 통해 만난 아이지는 꿈 많고 당돌한 20살 대학생이었다. 현재 대학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과정을 이수중 이었는데 깜짝 놀란 것은 정말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비결을 물어보자 생각보다 간단했다. 첫째로,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은 문장을 매일같이 거울을 보며 혼자 연습했고 둘째로, 대학생이 된 이후 관광안내소 자원봉사를 통해 외국인과 대화하며 영어를 배웠다고 말했다.

자기도 넓은 세상으로 배낭 하나 매고 나가고 싶지만 형편이나 상황이 여의치 않고 대신에 지금처럼 방학기간을 이용해 부킷팅기에 찾아오는 외국인 여행자와 만남을 통해 세상을 향한 눈을 넓혀가고 있다고 했다. 정말 당차고 똑똑한 20살 인도네시아 대학생 아이지를 보며 어리지만 정말 배울게 많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게도 아이지는 가까운 친구에게 연락해 며칠 간 머물 수 있는 안식처를 마련해줬다. 아이지가 소개시켜 준 곳은 일명 부킷팅기 사진가 클럽의 근거지라 불리는 준이라는 친구의 집이었다. 방 구석구석 준이 찍은 사진으로 뒤 덮여 있었고 책꽂이에는 사진과 관련된 잡지가 수북했다. 현재 준은 주로 결혼식 사진가로 일하고 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인도네시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사진도 찍고 관련된 글을 써서 여행 잡지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라는 타이틀도 겸하고 있는 친구였다.

 

 

 

준 집은 수많은 사진클럽 친구들이 드나드는 사진가들의 아지트였다. (사진 속 맨 오른쪽이 준)

 

 

 

다음날, 부킷팅기 사진가 클럽 멤버 몇몇이 가까운 곳으로 출사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이들 사이에 끼어 사진 다운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일명 파츄자위(pacu jawi)로 직역하면 소 레이싱이라는 행사가 펼쳐지는 곳이었다. 처음 이 행사의 존재를 듣는 순간 의문이 들었다. 소싸움은 들어봤지만 소 레이싱이라니? 어떻게 소를 타고 레이싱을 펼친다는 것인지? 도대체 상상이가지 않았다.

 

 

 

 

파츄자위 현장에 도착해 소 레이싱 정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논바닥 위에 소 두 마리를 앞세워 수상스키를 타고 있을게 아닌가. 그것도 아무런 보호구나 특수 장비도 없이 말이다.

 

 

 

이들이 소 경주를 펼치는 방식은 단순하고 원초적이었지만 그만큼 생명력 넘치고 신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먼저 출발점에 두 소를 나란히 세운 뒤 나무장대로 연결시킨 후....

 

 

 

 

준비가 되고 레이서가 두 소의 꼬리를 잡고 꽉 누르는 순간 소가 깜짝 놀라 튀어 나가며 레이싱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파츄자이 동영상

 

 

음악 없는 축제는 앙꼬 없는 찐빵! 경주가 펼쳐지는 내내 한편에서는 행상의 흥을 돋우는 전통음악이 한없이 이어졌다.

 

 

 

진흙이 경주자 눈, 코, 입으로 사정없이 들어가도 이들은 상관치 않았다. 최대한 빨리 힘차게 골인지점을 통과하는 게 이들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백 킬로를 거뜬히 넘는 소가 경주자 마음대로 움직이기는 만무, 제 멋대로 관중석을 향해 돌진하기도 하는 등 계속해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애초 파츄자이가 열리는 목적은 모내기가 시작되기 전 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신의 축복을 비는 차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은 지역마다 대표를 뽑아 인도네시아 챔피언을 뽑는 전국규모의 파츄자이 행사도 펼쳐진다고 한다.

 

 

 

 

진흙탕에서 펼쳐지는 소들의 힘찬 질주와 이에 흥분하는 경주자와 관중들 모습 하나하나가 새로워 보였다. 파츄자이는 세상 다른 편에 존재하는 문화의 원형질을 가장 잘 간직한 현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진흙탕 위에 벌어지는 소들의 질주는 인도네시아여행 중 가장 잊지 못할 장면으로 기억 될 것 같았다.

 

 

 

부킷팅기를 떠나기 전 아이지의 초대로 서수마트라 이슬람 축제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축제를 보기 위해서는 아이지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야만 했다. 마을은 부키팅기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서수마트라 이슬람 지도자가 태어난 곳이라 성지처럼 여겨지는 바람에 인도네시아 어느 곳보다 가장 이슬람 본색을 강하게 간직한 곳이었다.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아이지를 만나기 전 이미 시작된 축제 페레이드 행렬과 마주쳤다. 이슬람 축제 목적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슬람 교리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10살이 넘으면서 코란을 혼자서도 읽게 되는 것을 경축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데 있다고 한다.

 

 

 

 

퍼레이드 행렬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행사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동네 꼬마 아이들부터 아주머니 할 거 없이 색색 깔의 미낭카바우 전통의상을 입고 페레이드 행렬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축제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이슬람교는 규율과 율법으로 꽉 묶인 종교가 아니었다. 이슬람 축제지만 화려한 미낭카바우 전통문화와 섞여 오히려 이슬람교 색채는 희미하게 느껴 질 정도였다. 금빛으로 빛나는 왕관과 의상, 온 몸을 덮은 액세서리, 두터운 화장까지…….최대한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이 축제의 목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퍼레이드는 1시간 동안 동네 주위를 돌아 이슬람 사원 마당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고 뒤이어 고적대의 신나는 연주가 한동안 이어졌다.

 

 

 

고적대 연주를 듣는 동안 아이지와 그녀의 사촌동생을 겨우 만났다.

 

 

 

이슬람 축제에 참석했으니만큼 무슬림 사람들이 사용하는 아랍 두건을 상위에 걸치고 멋지게 한컷!

 

 

 

고적대 연주를 끝으로 축제 1부가 막이 내렸고 곧 이어 점심식사가 시작되었다. 식사는 개인적으로 따로 주어지지 않았고 커다란 접시에 5명이 먹을 만한 밥과 반찬을 담아 제공되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동네사람들과 같이 인도네시아 방식으로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인도네시아 방식은 대략 이렇게 이루어 졌다. 먼저 5명이 커다란 접시를 중심으로 삥 둘러앉은 다음 오직 손가락만을 이용해 자기가 먹을 만한 분량의 밥을 양념에 섞기 시작한다. 그리고 양념된 밥에 반찬을 얹혀 똘똘 말아 한입에 쏙!

 

말은 쉬워도 처음 시도하는 내게는 이 방식이 쉽지 않았다. 아무리 손가락으로 밥을 똘똘 말아 먹으려 해도 밥이 찰지지 않았고 양념 때문에 꽉 뭉쳐지지도 않아 입으로 향하는 동안 손가락 위에서 부서지기 일쑤였다.

 

 

 

점식식사 후 아이지는 동네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결혼식 현장을 보여 주고 싶다고 이번에는 결혼식장으로 안내했다. 결혼식장 입구 생김새는 다른 식장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신랑신부가 자리한 내실로 들어가고 나서야 첫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낭카바우 문화의 절정은 결혼식에 있었다. 신부 집 거실 전체가 황금빛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이것을 배경으로 신랑신부는 오는 손님을 맞이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의상과 액세서리의 화려함에 눈이 부셨고 독특한 장식과 문양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신랑신부와 기념사진 찍은 후 방명록에 한글로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라는 글을 남기고 결혼식장을 빠져나왔다.

 

 

 

아이지와 작별인사를 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이슬람 규율상 외관남자(?)와 신체적 접촉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약간 어정쩡한 자세에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뿐만 아니라 소중한 추억, 좋은 만남까지 한꺼번에 안겨 준 아이지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친구로 기억 될 것이다. 아직 20살이고 세계 여행이라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에 언제가 그 꿈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여행 끝나고 기회가 닿는 한 아이지가 꾸는 꿈에 조그마한 도움이 되고 싶어졌다. 나중에 세상 어디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긴 체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