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eletto02.tistory.com/ 작성자 (레또)님의 블로그

 

 

세계 자전거 여행가 '레또'님의 자전거 여행기가 시작 됩니다!

 

 

레또님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며 발퀴자국을 남기시고 계십니다.

저희 자전거와 사람들에 흔쾌히 여행기 공유를 해주셨는데요~

 

-시작(prologue)

-장비목록(prepared)

-중국 자전거 여행 팁

-레또님의 세계 여행나라 중 '베트남~인도네시아' 까지의 여행기를 일부 연재해 드릴 예정입니다.

 

마지마가 이야기인 인도네시아 이야기 입니다.

 

세계 자전거 여행기의 강같은 정보를 알려주실 레또님의 발바퀴 여정~! 함께 달려보아요!

레또 님의 '[인도네시아] 레또님의 세계자전거 여행기 -  호라스! 토바호수 'START!!

 

 

 

 

 

 

토바 호수로 내려오는 길가 곳곳에는 원숭이 왕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원숭이들은 차 주위에 몰려들어 과자나 빵을 요구해 왔지만 자전거를 보고는 이렇다 할 호객행위 없이 으르렁거리며 경고음을 보내왔다. 여행을 시작하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수많은 똥개들과 사투를 벌여왔지만 원숭이에게도 매몰 찬 박대를 당하고 나니 내 신세가 서글펐다.

 

 

 

 

토바 호수는 지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북수마트라 중간에 폭탄 맞은 것처럼 뻥 뚫려 있는 거대한 칼데라호수다. 호수 중간에는 사모시르(samosir)라 불리는 거대한 섬이 있고 서쪽에서 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만 했다.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을 정신없이 내려오자 항구로 들어가는 입구와 만났다.

 

 

 

배는 한 시간마다 한 대씩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착하기 바로 전 이미 배가 섬으로 떠났기 때문에 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떠나는 시간과 배삯을 알아보는 동안 1박에 40,000Rp(5,000원)으로 싸게 해 줄 테니 자기가 소개하는 숙소에 머물라며 삐끼가 달라붙었다.  결국 1박에 20,000Rp(2,500원)에 흥정 성공! 가벼운 마음으로 섬으로 향할 수 있었다.

 

 

 

섬으로 출발하기 전 빈 시간을 이용해 길가 음식점에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여행하며 싸고 맛있는 음식점 찾는 노하우를 잠시 들자면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음식점일수록 그리고 노점상일수록 괜찮은 음식점이라는 것이다. 이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1200원 정도에 야채, 고기, 밥, 국수까지 따지고 보면 없는 게 없는 멋진 식단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편히 먹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길가에 퍼질러 앉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니 이것만으로 대만족! 섬으로 출발하기 전 배를 두둑이 채울 수 있었다.

 

 

 

출발할 시간에 임박해 배는 소풍 나온 중고등학생으로 가득 찼다.

 

 

 

배에 함께 탄 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이었다. 누가 뭐라 할 거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영어로 마구 질문을 던져왔다. 아이들 질문에 정신없이 답하다 보니 어느새 배는 호수를 가로질러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섬 접안항구에 도착하자 삐끼를 통해 미리 연락해 둔 숙소관계자가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섬 도착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박고 출발!

 

 

 

2,500원도 안 되는 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별 기대를 안했지만 숙소는 시설도 괜찮았고 생각보다 멋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방 안에서 파노라마처럼 멋지게 펼쳐진 호수도 볼 수 있었다. 가격대비 대만족! 이틀 간 속세와 떨어져 진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생각해 보니 이번 토바호수에서 숙소를 잡은 것이 4개월 전 베트남 휴에(Hue) 이후로 처음으로 돈 주고 숙소를 이용 하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내 스스로 여행비용을 아끼려는 노력도 컸을 테지만 무엇보다 동남아시아 들어와 숙소 잡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현지 사람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뜻일 게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호수로 다이빙!

 

 

깨끗한 물, 시원한 날씨, 아름다운 풍광까지....수영을 위해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진 토바호수는 진정 자연이 준 선물이 맞았다.

 

 

 

다음날, 낮게 깔려있던 구름은 사라지고 깨끗하고 화창한 날씨가 토바호수 주위를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섬 둘레를 따라 작은 길들이 잘 나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사모시르 섬 곳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길 곳곳에서 헬로우! 헬로우! 하며 인사하는 바탁(batak) 아이들과 마주쳤다. 화창한 날씨는 아이들 웃음마저도 아름답게 꽃 피웠다.

 

 

바탁 사람들은 이슬람교가 대부분인 인도네시아 지방과 달리 대부분 기독교 신자다. 오래 전 이슬람세력인 북쪽 아체와 남서 수마트라로부터 수많은 침략을 받았지만 토바호수를 중심으로 마치 성처럼 둘러싸인 산맥은 바탁사람들의 언어, 문화, 종교까지 특유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유지시켜 나가는데 도움을 줬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유럽 선교사들을 통해 기독교를 받아드렸다고 한다. 그만큼 바탁사람들은 인도네시아 다른 지방과 배타적인 관계를 쌓아 놓고 자신들 만의 세계를 지켜 올 정도로 강단이 강한 민족이다.

 

 

 

외부 침략을 막아내고 끝까지 이슬람 문화를 받아드리기 거부해 온 강한 민족성이 바탁 전통가옥을 통해 들어나고 있었다. 특히 전통가옥 입구는 한 사람이 들어가기에도 벅찰 정도로 유난히 작았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최대한 굽힐 수밖에 없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집주인에 대한 존경과 공경심을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거대한 호수가 주는 아름다운 풍광과 깨끗한 물은 바탁 사람들의 삶을 풍족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특히 바탁인들에게 음악과 춤은 인생에서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 호수에 오기 전 보았던 장례식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어디에서고 춤과 노래는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라 한다.

 

 

 

아름다운 호수를 젖줄로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온 바탁인들의 일상을 훔쳐보며 인간의 삶이 환경과 떼라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호수에 푹 잠들어 모처럼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 3일이었다. 고작 3일 간의 휴식이 10개월 자전거 여행을 통해 다져진 삶의 관성을 무너뜨렸다. 자전거여행보다는 바다 같은 넓은 호수 속에 더 잠들고 싶었고 작별인사를 하기에 너무나 아쉬웠다. 때문에 좀처럼 호수에서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그래도 여행자의 운명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기에 호수를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전날 어둠을 틈타 야영 장소를 찾았기 때문에 정확히 텐트 친 곳이 어디인지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교복을 입은 어린 아이들이 텐트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었고 야영을 한 장소가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아이들이 몰려오기 전 떠나기 위해 서둘러 갈 채비를 갖추고 있는데 선생님처럼 보이는 한 젊은 여성이 다가오더니 유창한 영어로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허락 없이 운동장 한편을 빌렸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서둘러 출발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선생님은 동네에 찾아 온 손님이라고 아침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했다.

 

 

 

선생님이 대접해 주신 아침음식은 바탁사람들이 아침으로 주로 먹는 미골랑이라는 음식이었다. 간판도 없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자 마을 사람들이 모여 겉모습은 약간 스파게티를 닮았지만 맛은 쫄면 비슷한 미골랑을 먹고 있었다.

 

 

 

아침을 함께 하며 초대해 준 선생님(사진 맨 오른쪽)으로부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학창시절 올림피아드 인도네시아 대표로 뽑혀 일본에 까지 다녀 온 수재였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대학에도 들어가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부모님이 동네 청년과 결혼해 고향에서 같이 살자는 소망을 거부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살짝 눈가에 눈물을 맺혔고 어쩔 수 없이 원대한 꿈을 접게 된 사연을 듣고 있자니 나도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선생님은 지금은 좋은 남편 만나서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며 웃었지만 가슴 속에 담긴 아쉬움은 감출 수 없어 보였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선생님을 따라 학교에 잠시 들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 반에 학생 수는 고작 10명 내외로 많지 않았지만 문제는 학교 시설이었다. 선생님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교육시설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며, 한 가지 예로 물이 나오는 수도가 없는 바람에 아이들은 전용 고무다래를 소지하고 다닌다고 말해줬다. 학교를 빠져 나오며 인도네시아도 빨리 발전 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편히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래봤다.

 

 

 

본격적으로 오르막을 오르기 전 기념사진으로 토바호수와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길이 굽이굽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3시간 정도만 오르면 되겠지...’예상했던 오르막 코스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천천히 오르막을 타기 시작했다.

 

 

 

굽이굽이 산줄기를 돌고 돌아 2시간 정도 오르자 산 밑에 숨은 작은 마을과 농지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2시간가량 더 오르자 토바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멋진 장관을 나누고 그냥 갈 수 없었기에 토바호수를 배경으로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겉은 웃고 있지만 속은 배고픔과 체력고갈로 울고 있었다. 오르막이 어서 끝나기를 애타게 바라며 젖 먹던 힘까지 보태 마지막 고지를 향했다.

 

 

 

아침 9시부터 타기 시작한 오르막은 2시 반이 돼서야 끝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생 잊지 말라는 토바호수의 바램인지 힘든 오르막을 마지막으로 자연이 준 선물, 토바호수와의 인연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