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eletto02.tistory.com/ 작성자 (레또)님의 블로그

  

 

세계 자전거 여행가 '레또'님의 자전거 여행기가 시작 됩니다!

 

 

레또님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며 발퀴자국을 남기시고 계십니다.

저희 자전거와 사람들에 흔쾌히 여행기 공유를 해주셨는데요~

 

-시작(prologue)

-장비목록(prepared)

-중국 자전거 여행 팁

-레또님의 세계 여행나라 중 '베트남~인도네시아' 까지의 여행기를 일부 연재해 드릴 예정입니다.

 

 

두번째 여행지인 캄보디아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세계 자전거 여행기의 강같은 정보를 알려주실 레또님의 발바퀴 여정~! 함께 달려보아요!

 

 

 

레또 님의 '[캄보디아] 레또님의 세계자전거 여행기 - 앙코르왓'  START!!

 

 

 

 

 

 

아는 만큼 보인다.

 

씨엠립에 도착한 다음 날, 웜샤워 호스트인 세하 집에서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며 앙코르왓과 크메르문명에 관한 책을 읽었다. 하지만 실물을 보지 않고 책으로만 읽으니 이해하기 힘들었고 자꾸 잠이 쏟아졌다. 결국 책 한권 다 읽는 것은 포기하고 크메르제국역사와 앙코르왓에 관한 간단한 배경지식만 쌓은 후 다음날 아침 앙코르왓으로 출발했다.

 

 

 

 

앙코르왓은 씨엠립에서 10km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앙코르왓 입구 5km 앞에 다다르자 하늘 높이 솟은 나무가 넘쳐나던 숙박업소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 그 사이로 불어오는 습하고 찬바람, 새들의 속삭임까지....이 숲에 들어와 비로써 1000년 전 문명의 흔적을 간직한 앙코르왓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매표소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까지.....국제관광명소인만큼 다양한 언어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어와 한국 사람들이 반가웠지만 괜히 이런 곳에서 반가운 척하면 이상한 취급 받을 거 같아 그냥 지나쳤다.

 

 

 

 

후덜덜...무려 40불....3일간 앙코르왓을 무제한으로 둘러보는 패스가 무려 40불이나 했다. 하루에 5불 내외로 생활하는 내게 40불 입장료는 엄청난 압박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20불짜리 1일 패스만 구입할까 생각했지만 만약 하루 만에 둘러보면 그냥 수박 겉 핡기식으로만 볼 것 같고, 또한 난생 한번 올까말까 한 곳이기에 결국 비싸지만 40불짜리 입장료를 구입해 3일간 천천히 구경하기로 했다.

 

 

 

 

3일짜리 패스를 구입했으니 남은 건 입장료 걱정 없이 앙코르왓과 그 주변에 펼쳐진 고대 건축물들을 찬찬히 구경하는 일만 남았다. 이곳에 오기 이전 책이나 tv를 통해 앙코르왓을 접했을 당시에는 거대한 절 하나만 덩그러니 자리한 줄 알았는데 실제는 달랐다. 앙코르왓을 중심으로 무려 30개가 넘는 사원이 여기저기 포진되어 있었고 이 사원들 하나하나 방문하는 것만으로 3일은 커녕 일주일은 소비해야만 할거 같았다. 결국 첫째 날은 사원 하나하나를 심층적으로 보기 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앙코르왓 주변 탐색작전을 벌이기로 했다.

 

 

 

 

일단 최대 하이라이트 앙코르왓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정글 숲에 둘러쌓인 작은 사원들부터 구경했다.

 

 

 

 

압사라 댄스홀에는 수 많은 압사라가 춤을 추며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의 행운을 빌고 있었다.

 

 

 

신전 곳곳에 장식된 수많은 돌조각들을 둘러보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과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앙코르왓을 포함한 대부분 사원들은 심각한 파괴위기에 해 있었다고 한다. 크메르제국이 멸망하고 자연이 점령한 이곳은 역사와 정글 속으로 사라져 갔고 마치 돌무더기처럼 변해버렸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프랑스에 의해 재발견된 이후로 복원노력이 진행되기 시작했고 크메르루즈가 캄보디아를 점령하기 전까지 관광업 또한 붐을 이뤘다고 한다.

 

 

 

 

크메르루즈가 집권한 4년 간 앙코르왓은 다시 정글 속으로 사려졌고 파괴의 길을 잠시 걷게 됐지만 1980년 이후로 시작된 선진국 원조사업과 NGO단체 노력 덕분에 복원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과 함께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지며 복원사업이 한층 탄력을 붙어 지금은 최종적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파괴에 처한 문화재 리스트에서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원 위에서 자라나고 있는 커다란 무화과나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있는 실정이라 한다. 이미 사원과 한 몸이 되어버린 무화과나무를 만약 베어내면 결국에는 사원도 무너지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사원을 감싼 무화과나무는 유적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했지만 나 같은 관람객 입장에서 뭔가 신비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현재도 사원 곳곳에서는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가능한 원재료와 옛날방식 그대로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크메르 400년 간 한가지 양식으로만 절과 사원들이 지어진건 아니었다. 세월이 가면 유행이 바뀌듯 조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사원과 달리 이곳처럼 피라미드식으로 무미건조하게 지어진 곳도 있었다. 이렇게 다종다양한 사원이 무려 30개가 넘게 펼쳐져 있으니,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건축물 유적지가 맞는 말이었다.

 

 

 

 

둘째 날은 앙코르왓 뒤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침잠이 많은 내게는 고역이었지만 앙코르왓 일출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장관이라는 세하의 말에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세하의 말이 100% 맞았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앙코르왓 뒤로 펼쳐 진 하늘이 마치 빨간 물감을 풀어 놓은 물결처럼 바뀌며 잊을 수 없는 장관을 선물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난 수고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졌다.

 

 

 

 

조조할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침 일직부터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 든 수 많은 관광객들

내가 오기 전부터 진을 치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출을 본 후 본격적으로 모든 사원의 어머니이며 중심이기도 한 앙코르왓을 구경했다. 처음부터 회랑을 따라 무려 800m가 넘게 장식된 조각들이 압도했다. 힌두교 신화뿐만 아니라 당시 역사와 생활모습을 생생히 증명하고 있었는데 말이 800m지 실제로 조각을 천천히 음미하며 한바퀴 도는데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렸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본존불이 모셔진 곳이며 앙코르왓의 가장 중심으로 올라가는 천상의 계단

 

 

 

사원 중앙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 바람에 사진 찍을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다. 시끄러운 주변과 달리 부처님은 팔을 괴고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얼른 사진만 찍고 한바퀴 둘러본 후 서둘러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인류가 만들어 낸 최대종교건축물, 앙코르왓을 둘러보는 내내 행복했다. 이곳을 TV와 책을 통해 수백 번 만났지만 역시 한번 보는 것만 못했다. 직접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동안 1000년 전 동남아 대부분을 지배했던 크메르제국의 힘을 직접 느낄 수 있었고 거대한 돌조각 사이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던 석공들의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인생에 가장 놀랍고 경이로운 순간을 맛 볼 수 있게 해준 앙코르왓은 분명히 여행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기억 될 것이다.

 

 

 

 

3일 간 앙코르왓을 구경한 후 씨엠립을 떠나 본격적으로 태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씨엠립을 떠난 첫날, 해가 질 때까지 텐트 칠 장소를 찾지 못해 결국엔 어둠을 틈 타 겨우 작은 모퉁이를 찾아 텐트를 쳤다. 그런데 누군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왔다. 그리고 경고성 음성으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그에게 코레, 코레(한국사람)라 대답하며 자전거를 직접 보여주자 그제야 여행하는 외국인이라 이해했는지 웃으며 이곳은 위험하니 자기 집에서 자라고 초대해 주었다.

 

너무나 친절한 환대로 맞이해주었던 캄보디아 가족. 특히 운이 좋게도 가족 중 짱난(사진 오른쪽 두 번째)이 한국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가족들과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맛있는 저녁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한 달 전 도둑이 들어 키우던 닭들을 훔쳐 가는 바람에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치던 나를 보고 처음에는 의심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밥상도 없고 젓가락도 없는 완전 캄보디아식 저녁식사.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반찬 중 김치가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짱난이 한국 아이들이 다니는 한국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치를 할 줄 알았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랜만에 김치를 맛보며 편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씨엠립에서 국경도시 포이펫까지는 약 180km였고 비자만료기간이 딱 이틀 남았었기 때문에 정신없이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달리고 달려 비자만료기간에 딱 맞춰 포이펫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국경은 사람, 물자, 태국 관광객을 위한 카지노로 엄청나게 붐볐다.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를 떠나는 관광객들도 엄청나게 많아 30분은 넘게 기다리고 나서야 출국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슬픈 얼굴과 가난으로 가득 찬 나라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깬 캄보디아.

 

그동안 매체가 만들어 낸 단편적인 뉴스와 크메르루즈가 행한 잔혹한 역사가 이런 잘못된 편견을 강화시켜왔다. 하지만 여행하며 깨달은 것은 오히려 이곳은 웃음과 환대로 가득 찬 나라며 부처님의 자비로 가득한 나라라는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행복했고 시골 풍경도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여행을 하며 만나는 진짜세상....캄보디아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 여행이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