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eletto02.tistory.com/ 작성자 (레또)님의 블로그

 

 

세계 자전거 여행가 '레또'님의 자전거 여행기가 시작 됩니다!

 

 

레또님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며 발퀴자국을 남기시고 계십니다.

저희 자전거와 사람들에 흔쾌히 여행기 공유를 해주셨는데요~

 

-시작(prologue)

-장비목록(prepared)

-중국 자전거 여행 팁

-레또님의 세계 여행나라 중 '베트남~인도네시아' 까지의 여행기를 일부 연재해 드릴 예정입니다.

 

세번째 여행지인 태국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세계 자전거 여행기의 강같은 정보를 알려주실 레또님의 발바퀴 여정~! 함께 달려보아요!

 

레또 님의 '[태국] 레또님의 세계자전거 여행기 - 자전거를 잠시 내려놓고...'START!!

 

 

에반-록사나 커플과 작별인사를 나눈 후 나흘 만에 다시 혼자가 됐지만 그 시간은 짧았다. 춤폰(Chumphon) 해변 시골 구석탱이 조그마한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관심을 보이시며 여행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오기 시작하셨다. 애기를 나누다 ‘숙소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라는 질문에 주로 야영을 한다고 대답하자 오늘밤은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집 뒤뜰에 텐트 치고 자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덕택에 텐트 칠 장소 찾을 수고 없이 아주머니가 몰고 온 오토바이를 따라 댁으로 향했다.

 

 

뒤뜰에 텐트 치고 하루 밤만 머물고 가려 했던 계획은 아주머니 집안에 특별한 행사가 열리게 되면서 길어지게 되었다. 특별한 행사는 옆집에 살고 있던 조카의 단기 불교출가의식이었다. 마침 여행기도 밀려 있었고 오랜 주행으로 몸 안에 깊은 피로감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의식에 참여하고 가라는 아주머니 제안을 흔쾌히 받아드렸다.

 

 

 

 

행사 전날 저녁부터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 구성원들이 하나둘씩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태국에서 불가출가의식은 인생에 있어 무척 중요한 예식 중에 하나여서인지 700km가 넘게 떨어진 방콕에서도 삼촌, 고모, 조카 할 거 없이 수많은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 들었고 이에 따라 점점 술자리 흥이 커져만 갔다.

 

 

 

 

 

다음날 아침 아주머니께서 미리 준비해 주신 태국 전통 복장을 입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사찰로 향했다.

 

 

 

 

태국은 인구의 95%가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로 대부분 남성들은 적어도 일생에 한번,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몇 년 간 스님이 되는 출가의식을 거친다. 이날의 주인공 셉이라는 친구도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발을 디디기 전에 약 한 달간만 스님이 되어 속세를 떠나 부처님이 걸어간 길을 잠시 쫓는 것이라 한다.

 

 

 

 

행사의 첫 단추는 부모님과 가족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셉의 머리를 잘라 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머리를 자르고 새롭게 탄생한 셉과 함께찰칵!

 

 

 

 

 

곧이어 셉을 중심으로 사찰을 돌며 한 바탕 커다란 축제가 벌어졌다. 셉을 목마 태운 뒤 긴 행렬을 만들어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정확히 절을 세바퀴 돌았다.

 

 

 

 

 

곧이어 사찰 안에서 스님들을 모시고 1시간가량 예식이 진행되었고....

 

 

 

 

모든 행사를 마친 후 스님으로 재탄생한 셉을 모시고 기념사진 찰칵!

 

 

셉의 출가의식을 통해 태국인 삶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교의 한 단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하루만 머물려 했던 계획은 셉의 출가의식으로 인해 나흘로 늘어났고 여기에 태국 최대 명절인 송크란까지 머물고 가라는 아주머니의 제안을 또 다시 받아드려 열흘 가까이 머물게 됐다.

 

 

 

 

 

먹고 또 먹고 또 먹고....각종 해산물부터 달콤 쌉쌀한 디저트까지...열흘간 태국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웬만한 태국 음식은 모두 먹어 봤다. 다양한 음식으로 영양을 보충하며 7개월 여정 중에 쌓인 피로를 말끔히 지울 수 있었고 앞으로 남은 여행길을 위한 체력도 두둑이 보충할 수 있었다.

 

 

 

 

 

 

4월 13일, 태국 전 지역이 축제의 향연 속으로 빠져드는 송크란이 시작됐다. 송크란은 태국력으로 따지면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총 4일 간 공휴일이 이어지는 가장 커다란 명절이며 축제기간이다. 태국가족들과 함께 맞이하는 송크란 첫 날은 스님들에게 공양을 받치는 예식으로 시작됐다.

 

 

 

 

공양된 음식과 선물이 얼마나 차고 넘치던지 강당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주변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아무튼 태국 사람들의 불심은 정말 대단하다.

 

 

 

 

공양의식을 마치고 돌아와 일명 수욕(手浴)이라는 특별한 집안행사를 치렀다. 수욕이란 우리나라로 치면 설날 세배를 드리는 것처럼 집안 어르신들 장수를 빌며 손을 성수로 닦아 드리는 의식이다. 세배와 마찬가지로 온 가족이 모여 이 행사를 같이 치르는 게 송크란 축제기간에 이루어지는 전통문화 중에 하나라고 한다.

 

손을 닦아드릴 성수는 자스민과 장비가 가득 담겨있어 달콤한 향기를 내뿜었다.

 

 

 

 

집안 어르신들을 한 줄로 앉히고 돌아가며 차례대로 손을 닦아 드렸다.

 

 

 

 

이 행사를 치루며 쥐도 새도 모르게 태국 대가족의 한 구성원이 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누구누구인지 헷갈리고 이름마저 외울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가계도를 직접 그리면서 더 빠른 시간 안에 태국가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사실 송크란은 이런 예식으로 유명하기 보다는 뭐니 뭐니 해도 서로에게 물을 뿌려주며 복을 기원하는 행위로 더 유명한 축제기간이다. 서로 물을 뿌려 주는게 복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 대규모 물총싸움으로 변해 있었다.

 

 

 

 

 

춤폰 도심으로 들어가자 모두들 사정없이 물을 뿌리거나 서로 하얀 반죽을 얼굴에 발라주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직접 저들 사이에 껴 물을 뿌리며 축제를 즐기기 보다는 그냥 구경하는 게 더 편했다.

 

 

 

 

도심 어느곳에서든 나이, 성별 상관없이 물싸움 대 격돌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진 속 아이의 눈빛에서 장난을 넘어 비장함마저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쨋튼 세계 10대 축제 중에 하나이며 태국 최대 축제인 송크란 물싸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서 만족했다.

 

 

 

 

송크란 기간 동안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축제 열기는 끊이지 않았다. 공원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는 전통춤 공연에서 무에타이(타이복싱)경기까지 수많은 행사가 이어졌고 폭죽놀이가 축제의 밤 열기를 돋우고 있었다.

 

 

 

 

 

 

축제 한쪽에서는 빙고게임이 열리고 있었고 함께 간 태국가족들과 함께 빙고게임에 참석했다.

 

5바트짜리 빙고게임에 5게임 연속 가족 모두가 참석했지만 아쉽게도 누구도 빙고를 외쳐보지 못했다.

 

 

 

 

 

열흘 가까이 태국 대가족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태국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으며 체력을 완충할 수 있었던 소중한 휴식 기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정을 듬뿍 받으며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보물이었다. 아무런 대가없이 열흘 간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던 태국가족들, 나중에 꼭 한국에서 아니면 태국에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 후 오랫동안 내려 놓았던 자전거 안장 위에 다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