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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2 20:41

자전거의 '관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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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indizio

- 블로그 :  indizio

    - URL : http://indizio.blog.me/30174573740

 

 

 

%BC617~1.JPG

 

토론토에 갔다. 몇 년 전부터 해외를 나가면 호텔보다는 에어비엔비(www.airbnb.com)를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에어비엔비는 일반인들이 남는 집, 혹은 남는 방을 빌려주는 사이트다. 나에겐 2011년 미국, 2012년 호주(2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시내에 묵을만한 호텔을 잡으려면 못해도 200불은 드는데 내가 머문 방은 75불이다. 

 

이번에 이용한 집은 토론토 대학 근처 켄싱턴 마켓(Kensington Market)이란 곳에 있었다. 방콕의 카오산과 영국의 소호를 합쳐놓은 듯한 거리인데, 집 분위기도 조금은 젊은 사람(=나) 취향이다. 방도 넓고 주방시설도 아주 잘 돼 있다. 심지어 냉장고는 두 대다. 과일 갈아먹으라고 믹서기도 있다. 막상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옥인동 우리집과 좀 비슷한 느낌도 난다. 

 

왼쪽이 토론토에서 빌린 집. 오른쪽은 옥인동 우리집.

 

1.PNG    

 좀 비슷해!

 


  2.PNG
이건 뭐 거의 똑같애!
 
 
3.PNG
 
이불 색깔만 바꾸면 내 방이 더 좋아! 

 

'음... 나도 쇼파에 예쁜 쿠션만 갖다 놓고 이불보만 바꾸면 뭐 별로 다를 게 없는데?'라고 뿌듯해 하다가, 생각났다. 화장실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게, 또 우리 집은 비가 오면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게. 어제도 새벽 4시에 천장에서 물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흐엉 T T;;;;  나는야 21세기 도시빈민..


암튼 에어비엔비의 진수는 고급 저택이라 한다. 나처럼 혼자 출장가는 경우는 그런 호사를 누리기에 좀 벅차지만, 여럿이, 특히 가족이 여행하는 경우는 몇 백불에 엄청난 저택 혹은 기가막힌 경치 속의 집을 통째로 빌릴 수 있다. 예전에 마야미님이 하와이에서 친척들끼리 모여 바닷가에 수영장까지 딸린 집을 빌렸다(혹은 빌리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 뭐 그런거다. 나도 언젠가 친구들과 꼭 해보고 싶다. 

토론토 자전거

    4.PNG

 

시내를 다닐 때는 Bixi Bike라는 공용 자전거를 이용했다. 하루에 몇 달러만 내면 어디서든 집어타서 아무 곳이나 보관소에 돌려놓으면 된다. 몇 년 전부터 이런 공공자전거들이 세계 곳곳에 많이 생기고 있다. 서울에도 있는데 서울에서는 시 단위가 아니라 서초구, 송파구, 영등포구 등 구 단위로 운영하고 보관소의 수도 적어서 빌린 장소로 가져다 놓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출퇴근 용으로 쓸 수는 없다.

 

 

%BEB48~1.JPG  

 

빠리, 세비야 등에서도 이런 자전거를 이용해 봤는데, 가장 최근에 생겨서 그런지 토론토 것이 가장 진화한 것 같았다. 우선 자전거를 꺼낼 때 쓰는 비밀번호가 1,2,3으로만 이루어져서 기억하기 쉽다. (예를 들어 11322, 12231 등등). 꼭 1에서 9까지 숫자를 다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버튼 수가 적으니 그만큼 고장횟수도 줄어들 거다. 

 

위의 빨간 버튼은 자전거가 고장났을 경우 수리를 요청하는 거다. 참 편리하게 되어있다. 수리를 빠릿빠릿하게 해서인지, 원래 자전거가 튼튼한건지, 둘 다인 건지, 실제로 고장난 채로 방치된 자전거는 거의 없었다. 상당한 시민의식이 받쳐줘야 가능한 시스템같다. 한국같으면 장난꾸러기 중학생들이 지나다니면서 맨날 허위신고하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엔 다들 그렇게 짖궂었는데, 요새 중학생들은 좀 착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여행가서 굳이 자전거를 빌려 타는 이유는? 걸어 다니면 빨리 피로해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가볼 수 없는 곳이 많고 버스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택시는 비싸고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자가용은 폐쇄적이라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적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예전부터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도시에서는 꼭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파리, 세비야, 밀라노 등 유럽 각지, 중국 북경, 소주, 상해, 서안, 카쉬가르, 베트남(오도바이), 캄보디아, 그리고 인도 등등...  

 

심지어 자전거는 안전하기까지 하다. 어느 나라든 여행자는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싶고 행인들도 '관광객이군'하면서 깔보게 된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 그 순간 그는 그 도시의 일부가 된다. '외국인이지만 여기 사는 사람인가 보군'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괜히 짓궂게 굴거나 괴롭히거나 하지 않는다. 자전거 타고 다니다가 날치기 당했다는 사람 본 적 있나? 없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강도당했다는 사람? 없을껄? 안좋은 일이 있으면 도망가기도 쉽다. 단연코 자전거 타는 게 걸어다니는 것보다 안전하다. 특히 험한 동네일 수록. 그리고 뭔가 '자전거타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줄 수 있다. 

 

칩체이스 인터뷰

 

얼마전에 <관찰의 힘>이란 책을 쓴 얀 칩체이스(Jan Chipchase)라는 사람을 인터뷰했다. 그는 frog design이라는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는데, 인류학적인 눈으로 세계 여러 나라 시장을 파악하는게 일이다. 이를테면 '짐바브웨에서는 어떤 휴대폰이 잘 팔릴까?'   '캘리포니아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냉장고를 선호할까?' 등등을 연구하는거다. 일년의 1/3에서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단다. 해외여행하는게 직업이라니 부럽기도 하고, 또 힘든 일일 것 같기도 하다.

 

%BD7E0~1.JPG

 

 

칩체이스 역시 외국에서 시장조사를 할 때 자전거를 사용하도록 권한다.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권하는 이유는 소비자와의 접점(touchpoint)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접촉면

(optimal surface area)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나 버스, 지하철을 탈 수도 있고 걸어 다닐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자전거가 가장 효율적이다. 짧은 시간 안에 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생활환경 속에서 현지인을 만날 수 있다.

 

인터뷰를 많이 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의미 있는 인터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자전거를 타면 그 지역과 사람들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자전거 타는 것이 재밌다 보니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조사자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시장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게, 넓게 접근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칩체이스가 자전거를 추천하지 않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서울이다. 

 

물론 도시에 따라서는 자전거가 좋은 수단이 아닐 수도 있다. 서울은 자전거를 타기엔 끔찍한 도시니 우리도 서울에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서울은 자전거 도로도 부족하고, 차들과 보행자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개무시할 뿐더러 원래 지형 자체가 언덕이 많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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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외에도 그의 사고방식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그는 어떤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핵심만을 파고드는 것보다는 경계선을 넘나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극한의 상황을 경험해보고,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해보고, 허무맹랑한 질문을 던져봐야지만 본질을 파악하기가 쉽단다.

 

예를 들어, 그는 르완다의 신용카드 시장을 조사하러 파견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어떻게 쓰시겠습니까'라고 물어만 보고 다니지 않았다. 국경으로 가서 옆나라를 오가며 담배 같은 생필품을 밀수하는 밀수꾼들의 트럭에 올라탔다. 그렇게 하면 어떤 물건들이 밀수되는지, 왜 위험을 무릎쓰고 그런 물건들을 밀수되는지, 또 밀수할 경우 양쪽에 대금 결제는 어떻게 하고 받아온 돈은 어떻게 안전하게 지켜내고 전달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굉장히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이야말로 신용카드 사용이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 커다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호텔방에 앉아서 설문조사 응답지만 보고 앉아있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지식이다.

 

%B968B~1.JPG

 

이건 그가 서울에서 찍은 동네 슈퍼 사진이다. 우리에겐 전혀 새로울 게 없는데, 그는 가게 밖에 냉장고가 나와있는 걸 신기하게 생각했단다. 왜 냉장고가 밖에 있지? 가게가 좁아서? 그가 분석한 바로는 '이 시장을 냉장고를 제공하는 회사가 꽉 잡고 있기 때문'이란다. 광고효과를 위해 일부러 밖에 내놓으라고 하는거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모습에도 물음을 던져보면 시장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나 역시 평소에 좀 엉뚱한 생각, 황당한 발상, 너무나 당연한 질문들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면서 산다. 예를 들어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대신 보관료를 내도록 정부가 강제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혹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52번째 주가 되면 어떨까?' 등등. 이 블로그에서는 그런 헛소리를 해도 진지하게 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아 다행이다. 

(물론 내 맘에 안드는 댓글들은 내가 부지런히 지우고 있다 ㅋㅋㅋ)

 

칩체이스의 인터뷰 파일 첨부. 기업 독자분들은 DBR 사이트에서 구매하시거나 정기구독을 권합니다. 칩체이스 웹사이트도 가볼만 함. 

 

*칩체이스의 인터뷰 파일은 출처 블로그에서 다운 받으 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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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8'
  • profile
    옌델 2013.12.15 01:54
    ㅉㅉㅉㅉㅉ 부라보~~!!!
    아주 멋져 보여여~~!!!!^^..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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